Chapter 93
총장실에서돌아와늦은점심을해결한나는비어있던속을가득채운포만감과앞선대련에서의긴장감이풀린영향으로,
“으아아…”
침대에대자로늘어지게되었다.
그러자자연스럽게내옆에눕는릴리스.
쭉뻗어진내팔을베고누운릴리스는내게조곤조곤말을건넸다.
“후훗,피곤해?”
“네,나름긴장하긴했나봐요.몸이쭈욱가라앉는것같아요.”
“그래도지금자면안돼.”
“왜요?”
“나랑놀아야지.”
당연히놀고싶은마음이굴뚝같았지만,몸이마치물먹은솜처럼묵직했다.
“으음…너무피곤한데좀자면안될까요?”
“안돼.”
단호한릴리스의말에나는눈꺼풀을들어올리려위해애썼다.
그러나계속해서내려오는눈꺼풀.
“으음…”
잠에들려던그때.
간질간질…
이상한감각에눈이떠졌다.
고개를살짝들어보니내가슴위에손을올린릴리스.
손가락을세운상태로나를간지럽히고있었다.
“으음…간지러워요,릴리스.”
“그러라고하는거야.잠들지마라고.”
간질간질…
확실히이대로라면도저히잠들수가없다.
노곤노곤한기분을어지럽히는이간지럽힘이상당히불편했다.
“하지마세요오…”
“싫어.나랑놀아줄때까지계속괴롭힐거야.”
어째고양이가떠오르는건기분탓일까?
심심해진고양이는주인을괴롭힌다고하던데,딱그꼴이다.
간질간질…
손을치워봐도금세돌아와간지럽힌다.
“후훗.”
부드럽게올라간입가를보니이젠즐기고있는모양이다.
간질간질
간질간질
계속되는간지럽힘에나는릴리스의손을붙잡았다.
아예못벗어나게깍지까지껴버리자드디어간지럽힘이멈췄다.
“붙잡혔다.”
“붙잡았네요.”
이제좀편히자려했는데,
“그럼이제공수교대인가?”
“…네?”
“자.”
물컹~
“!!!!!”
릴리스는깍지낀손을그대로자신의가슴으로가져갔다.
언덕사이골짜기로파고든내손.
“마음껏간지럽혀.”
릴리스의골짜기는따뜻했다.
양쪽으로손을누르는압박감이엄청났다.
저골짜기사이로얼굴을묻으면얼마나행복할…
‘미쳤나봐.내가왜이래?’
압도적인부드러움에정신이나가버린모양이다.
하반신이슈까지제대로생겨버렸다.
덕분에잠이확달아났다.
“…이걸노린거죠?”
“뭐가~?나는정말모르겠는걸~?”
말끝을길게늘어뜨리는릴리스는얄미운동시에미치도록귀여웠다.
골짜기에서손을뺀나는릴리스의머리를받히고있던손을굽히며릴리스를끌어안았다.
“저는편히자지도못해요?”
“수면습관이얼마나중요한데.다너걱정해서이러는거야.”
“저번에는아침먹고바로잔적도있었잖아요.”
“그때는…”
굳이말을지어내려는릴리스의입을내입으로막았다.
쪽
“잠다깼지?”
“네,덕분에요.”
그래도더누워있으면금세잠들어버릴것같았기에우리는산책을나가기로했다.
겉옷을챙겨입고있는데릴리스가말을걸어왔다.
“아서,내가새로생각한마법이있는데,한번실험해볼까?”
“어떤마법인데요?”
“이런마법.”
릴리스는자신의얼굴을양손으로가렸다.
잠시뒤손을치우자…응?
“……뭐가달라진건가요?”
여전히아름다운릴리스만보였다.
‘…서,설마!책에서나보던 ‘나어디달라진곳없어?’ 패턴?!’
항상남자를미치게만든다는그질문이나올차례인가?
필사적으로달라진점을찾고있던와중에릴리스가싱긋미소를지었다.
“너는평소대로보일거야.”
“‘저는’이라고말하시는걸보면다른사람들에게는다르게보이나요?”
“맞아.다른사람들한테는이렇게보일거야.”
릴리스는도로얼굴을가렸다가손을치웠다.
그제야나는고개를끄덕일수있었다.
가려졌던릴리스의얼굴은뭐랄까…빛이줄어든느낌이었다.
평소의릴리스는후광이번쩍이는여신님같은이미지였다면지금은평범한미녀(?)수준이었다.
그럼에도뛰어난미녀이긴했으나,모두의시선을끄는경국지색의미는아니었다.
나는단박에마법의용도를알아챌수있었다.
“야외활동용이군요?”
“맞아.원래내얼굴은사람들의시선을사로잡으니까.지나친관심은정체숨기기에도좋지않을것같고,무엇보다…”
릴리스는말끝을흐리더니내게다가와팔짱을꼈다.
“우리데이트때도매번인식저해마법을쓰지않아도되고말이야.어때?”
어떠냐고물으신다면야…
“당연히좋죠.”
확실히이마법만있으면릴리스와야외활동이훨씬자유로워질것이다.
저번처럼공원에서식사한번했다고남자들이우르르몰릴일도없어질것이다.
남정네들의더러운시선에서자유로워질것-
큼,진정하자.
아무튼매우좋은마법이다.
이런마법을생각해낸릴리스가기특했다.
릴리스는얼굴을다시가렸다가드러냈다.
그러자내가반한아름다운얼굴이돌아왔다.
“정말다른사람들한테는아까얼굴처럼보인다고요?”
“그럼~나못믿어?”
“믿어요.그냥좀신기해서물어본거예요.”
릴리스와나는팔짱을끼고기숙사를나섰다.
평소우리의식후산책은저녁이후였다.
그시간에는사람들도적고해도져서잘보이지않았지만,이번에는아직오후시간대였다.
덕분에오가는학생들이꽤나눈에띄었다.
나와릴리스가지나가자학생들의반응이엇갈렸다.
우리를보며수군거리는무리,
눈을반짝이는여학생들,
눈에불을켜는남학생들.
그러나지나가면모두시선을거두었다.
모두의시선을잡아끌던릴리스의아름다움이약해진것이다.
“효과좋네요.”
“당연하지.내마법이니까.”
그렇게방해없이공원을산책하는우리.
이런저런이야기를하다보니하늘에붉은빛이보였다.
점심을늦게먹은터라벌써해가붉으스름한빛을내며지기시작한것이다.
“돌아갈까요?”
“그래.”
돌아가는길,릴리스가내게말을걸었다.
“아서.”
“네?”
“내일자리를좀비워도될까?”
“……네?”
워낙에예상치못한이야기라반응이나오기까지시간이좀걸렸다.
나와한시도떨어져있지못하는릴리스가자발적으로이런말을꺼내는것이상당히의외였다.
“무슨일인데요?”
“저번에말했던거.차토구아를만나러갈거야.”
“아,카리사의배후에있다던그레이트올드원이요?”
“맞아.”
하긴,대련은끝났지만아직해결해야할문제가남아있었다.
그차토구아라는외신이혹시나나쁜마음을먹고계약자를접근시킨거라면…
“…정말위험한거아니죠?”
“아니라니까?그리고말이야…”
릴리스는몸을가까이붙이며내귓가에속삭였다.
“내가더강해.”
아하,그건생각못했다.
아우터갓은그레이트올드원보다한단계격이높은존재라고했다.
따라서차토구아가릴리스를위협한다는것은말도안되는일이겠지.
“그건다행이네요.”
“일단이야기를해봐야겠어.어떤목적으로여기에온건지부터말이야.”
“얼마나걸릴것같아요?”
“음…대략한나절정도.”
꽤나긴시간이었다.
“차토구아는어디있는데요?올드원처럼지하에있나?”
“그랬던적도있지만지금은토성에있을거야.”
“…예?”
토성?내가아는그토성을말하는건가?
“그고리가있는행성이요?태양계에속해있는?”
“맞아.거기있어.”
“…거기에생명체가살수있어요?”
내가알기로지구외행성들은도저히생명체가살수없는환경일텐데…
도대체어떻게?
“차토구아의힘이야.그녀석은다양한마법적지식을알고있거든.덕분에열악한환경에서도충분히살아갈수있어.추종자들도같이살고있을걸?”
그래서계약자인카리사가그런엄청난마법을구사하는것이었나.
거기다외신추종자의마을이라…한번쯤은가보고싶었다.
하지만이번에는상대가어떤생각을하고있는지모르기때문에변수를만들어서는안되었다.
특히나처럼릴리스의약점이될수도있는존재가따라갈수는없는노릇이다.
“내일점심먹고다녀올게.저녁먹기전에는돌아올것같아.”
릴리스가없는한나절이라…
꽤나힘들것같았다.
그런내마음을읽은듯이내머리를쓰다듬는릴리스.
“그렇다고울지는말고.”
“안울어요!”
그게언제적이야기인데아직도놀리는건지…
“후훗,정말~?”
“네,정말입니다.”
말은이렇게했지만그래도떨어지기싫은마음인것은사실이었기에,
꼬옥-
릴리스의허리를끌어안으며물었다.
“…그래도가능한일찍오실거죠?”
그러자릴리스는싱긋웃으며내머리에뺨을비볐다.
“그럼~최대한빨리돌아오도록노력해볼게.”
그런릴리스의확답을듣자기분이순식간에좋아지는것같았다.
산책에서돌아오자저녁때가되었지만,점심을늦게먹었기때문에오늘은저녁도늦게먹기로했다.
덕분에여분의시간이생기고말았다.
침대에나란히누워이런저런수다를떨고있던그때.
“…아서.”
“네?”
“혹시너친가족에대해알고싶어?”
순간말문이막혔지만이내나는미소를지었다.
“전에도말했듯이궁금하긴하지만그렇게중요하지는않아요.”
“…네가원한다면내가따로조사해볼수도있어.”
릴리스의말에나는순간혹할수밖에없었다.
릴리스에게말한대로지금은그다지원망하지는않았지만,그래도정체가궁금하기는했던까닭이다.
그러나,
“…아뇨.굳이알아보지는않아도괜찮아요.”
“왜?궁금한거아니었어?”
릴리스는고개를갸웃거렸다.
“궁금해요.궁금하긴한데…음,뭐랄까…오히려알게되면더힘들어질것같아서요.”
“……”
“만약저를버린이유가제가미워서라던가,그런이유라면불편할것같아서요.”
그럴바에야차라리모르는것이나을수도있겠다고생각한것이다.
“…그래?”
릴리스는무언가를진지하게고민하는표정을지었다.
그런릴리스의모습에나는웃으며그녀를끌어안았다.
“고마워요,릴리스.”
“으응?뭐가?”
“가족에관한이야기.릴리스라면불편해할줄알았거든요.”
릴리스는내새로운가족이었다.
친가족에관한이야기라면당연히불편해할줄알았건만.
오히려릴리스는이문제를회피하지않고진지하게고민해주었다.
그런릴리스가고마운것이었다.
릴리스의뺨에입을맞춘나는다시한번말했다.
“고마워요.”
릴리스는멍하니나를바라보더니이내,
“나야말로고마워.”
“릴리스는뭐가고마운데요?”
릴리스는내이마에입을맞췄다.
“내게가족이되어달라고말해줘서.”
그렇게생각해보니내소원은그야말로신의한수가아니었을까.
덕분에이렇게완벽한사람을만나게되었으니.
“사랑해요,릴리스.”
“응,나도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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