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91



눈바람이몰아치는밤.

한남자가커다란철창문앞에섰다.

쇠사슬로막혀있는철창옆에는 ‘내놓음’이라적힌표지판이박혀있었다.

그표지판을힐끔본남자는철창문위에달린간판을올려다보았다.

-블루피스고아원

남자는문으로천천히다가갔고,막힘없이나아가다음순간그는철창너머에서있었다.

널찍하게펼쳐진마당을걸어간남자는이내안쪽문에도달했다.

문을열자건조한공기가확퍼져나왔다.

몇달전문을닫고서그뒤로사람의손이닿지않은이장소는마치괴물의아가리같았다.

남자는얼굴을찌푸리며내부로들어섰다.

신경질적으로문을닫아버리자더이상눈발이들어오지않았다.

손가락까딱거리는것만으로전신에달라붙어있던눈을녹여버린남자는지친발걸음을옮겨고아원내부를살폈다.

꽤나넓은건물이었기에,남자는한참을둘러봐야했다.

그리고남자는보고말았다.

문에채워진자물쇠를.

통짜쇠로된자물쇠는도저히어린아이들이풀수있는물건이아니었다.

그런자물쇠가채워진문이주루룩나열되어있었다.

혀를찬남자는자물쇠하나를소리없이잘라내고는방으로들어갔다.

그리고남자는헛바람을들이켰다.

창문도,조명도없는그야말로암실.

문을닫으면방에빛이라고는문틈으로흘러들어오는것뿐이리라.

남자는손가락을튕겨불을만들어냈다.

적색빛이방안을밝혔고,

밝혀진방의내부를확인한남자는이빨을북-갈아버렸다.

“아이들한테도대체무슨짓을한거야…!”

방안은도저히어린아이들이자랄장소라고보기힘든수준이었다.

똥오줌은방구석에요강으로해결하라는것같았으나,그마저도가득차있어서벌레가들끓었다.

구역질을참으며방을둘러보는남자의발에무언가가밟혔다.

발아래로불을가져가살피니작은동물뼈였다.

“쥐…인거같은데.”

살점이라고는하나도없는깨끗한백골.

과연시간이깎아낸것일까?

그게아니라면…

남자는차라리전자이기를바라며다른방을살폈다.

다행히도다른방은벌레가들끓지는않았다.

쇠창살로막혀있긴했으나,어쨌거나창문도있었다.

아마도앞서본방은체벌용독방일것이다.

다른방은그나마깨끗하긴했으나,여전히동물뼈가돌아다니고있었다.

남자는더볼것도없다는듯이몸을돌려방을지나쳤다.

그가도달한곳은고급스러워보이는나무문앞이었다.

앞서본방과는전혀다른생김새.

원장실이라는팻말이달려있는방문이었다.

남자는방문을거세게밀어붙였다.

잠금장치는옛적에해제되어있었고,나무문은힘없이열렸다.

남자는방내부로들어갔고,이내헛웃음을지었다.

“하…이것들이…”

내부를채우는가구와벽에있는장식장을채우는각종주류들은전부상급품이었다.

“이런쓰레기같은작자들을봤나.아이들은그딴방에가둬놓고는자기들은횡령한돈으로호의호식해?”

남자는이고아원에오기전,미리찾아갔던고아원원장을떠올렸다.

뒤룩뒤룩살찐모습이참으로아니꼬웠건만.

“그딴쓰레기들이버젓이수도에자리잡고있었다니…후우……”

찾아간원장과평화적인(?)대화를나눈남자는그들입에서튀어나온불편한진실을입에담았다.

“뇌물,지원금횡령,공문서조작…”

이런말도안되는범죄를저지른고아원이그토록오랫동안마도제국수도에발붙이고살수있었던이유가무엇이었을까.

그대답은상상을초월하는것이었다.

우선기억은뒤로미룬채,남자는두눈을부릅뜨고마나를끌어모았다.

색이다른두눈이반짝이며방안이환하게빛나기시작했다.

남자가펼치는마법은대마법사라한들쉽게쓰지못하는것이었다.

환하던빛이점차가라앉더니이내형태를갖추기시작했다.

살이뒤룩뒤룩찐남자와로브로모습을감춘사람의형상.

두사람의형상은마주앉아대화를나누고있었다.

-맡아줄 ‘물건’이있다.

-아이고,자작님.저희는언제든지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습니다.말씀만하십시오.

-대금은여기있다.물건은내일올것이다.

로브를입은사람이주머니에서자루를꺼냈다.

책상에자루가올라가자묵직한금속음이들렸다.

그소리에살찐남자가씨익웃음을지었다.

-매번감사합니다,자작님.

-다시말하지만물건들이세상밖으로나오는일은결코없어야할것이야.

-아유,그럼요.그럼요.여분이있겠습니까.어떻게차라도한잔하실렵니까?

-됐다.이만가겠다.배웅은필요없다.

-하하,매번감사합니다.조심히들어가시죠!

로브를입은사람이방에서나가자고개를숙이고있던살찐남자가천천히고개를들었다.

그의표정은방금전과는사뭇달랐다.

짜증이역력한표정.

-쯧,빌어먹을놈.또누구랑해서싸지른거람.그렇게싫으면고무라도끼우지…

살찐남자는책상에올려진자루를열어보았다.

찬란한황금색이그의눈을밝게비추었다.

-뭐,나에게는잘된일인가?

살찐남자가룰루랄라콧노래를부르는장면을마지막으로빛의형상이사라졌다.

다시어두워진방에남겨진남자가미간을짚었다.

“…개새끼들.”

남자는로브를쓴사람의얼굴을확인했다.

그는현재백작위로승급해여황실에서일하고있는사람이었다.

“언젠가싹다밀어버려야겠군.”

남자는잠시숨을돌리고다시마법을펼쳤다.

동일한마법이었지만이번에는빛이사람이아닌다른모양으로빚어졌다.

남자의눈앞에빛으로된서류들이줄줄이나타났다.

서류를뒤적거리던남자는헛웃음을흘렸다.

“고아원은문닫았지만왜안잡혔나했더니…장부가있었구만?”

자신의거래내역을상세히적어둔장부.

이것으로귀족들을회유한게틀림없었다.

제밥줄지키기를목숨같이여기는작자들이니이런사소한증거라도있으면똥줄이탈것이다.

남자는그내용을머릿속에집어넣고다음서류로넘겼다.

각종비리관련서류가지나가고마침내…

-크리스

-에단

-론

어린아이들의사진과각자의이름이적힌서류가줄을이었다.

대부분의,아니사실아이들전부가성을가지지못하고이름만나와있었다.

그아이들은전부‘버려진아이’들이니까.

그중에서한가지.

“찾았다.”

남자는목표로했던서류를찾아낼수있었다.

-아서

사진에는회색머리에회색눈동자.

왜소해보이는소년이찍혀져있었다.

서류를찬찬히살펴보는남자.

“…누구아이인지도몰랐고,그저많은돈을주길래덥썩입양한건가.외형과맞는귀족이없으니몰락귀족이나대상인의자식으로생각한건가.때문에누구도내보내지않겠다는철칙을어겼군.”

“막대한후원으로아카데미시험을쳤다라…그후원자는신원미상.수상하군.”

서류에적혀있는아이는정말로정체를가늠하기힘들었다.

뭐하나제대로적혀있는것이없었다.

하지만남자는가장중요한것을알아낼수있었다.

-입양날짜

빛의서류를치워버린남자는눈을감고집중했다.

아무리대마법사라고한들지금펼칠마법은버거웠기때문에.

집중에집중을한남자는마법을발동시켰다.

소용돌이에들어간듯한감각의폭풍이지나가자남자는눈을떴다.

그리고그의눈에펼쳐진장면은전과는사뭇달랐다.

장소는같았지만전혀다른분위기.

벽난로에는불이활활타오르며검댕을만들어내고있었고,

창문은단단히닫혀바깥눈바람을막아내고있었다.

무엇보다살찐남자가멀쩡히자리에앉아있었다.

자신의자리에앉아술잔을홀짝이는남자는세상편안한표정을짓고있었다.

그런데갑자기,

쿵쿵쿵!

“원장님!”

“……”

살찐남자는얼굴을살짝찌푸렸으나바깥소리를무시했다.

그러자다시금들리는소리.

쿵쿵쿵!

“원장님!급한사항입니다!”

이에살찐남자,원장은얼굴을와락찌푸리며호통을쳤다.

“에잇,닥쳐어!쉬고있을때는방해하지말라고했잖아!!”

“하,하지만원장님.바깥에아이를맡기고싶다는사람이찾아왔습니다.”

“이날씨에바깥을나오는사람이있다고?뭐하는양반이야?”

“그게…저희도모르겠습니다.옷차림을보니귀족은아닌것처럼보이는데…”

“그럼그냥쫓아내!양육비도못낼거지새끼들이겠지.”

“저희도그럴려고했습니다만……”

말끝을흐리는문밖목소리에원장은목에핏줄이돋을정도로크게소리쳤다.

“말은끝까지똑바로처하라고!!”

“네,넵!저희도그럴려고했습니다만,그사람이돈을한궤짝으로들고왔더라고요.”

“…궤짝?”

“네,궤짝입니다.저희가평소에받던금화의족히다섯배는되는금액입니다.”

그말에원장은술잔을내려놓고몸을일으켰다.

“손님맞을준비해라.”

“옙!”

비릿한웃음을지으며방을나서는원장을따라가는남자.

원장은그가있는방향에는눈길도주지않았다.

남자는원장을따라복도를걸으며두근거리는마음을참을수없었다.

‘아니겠지.아닐거야…’

‘만약에라도맞으면?’

‘안돼…제발…’

심란한마음에가슴이미친듯이두근거렸다.

부디지금보러가는사람이자신이생각하는사람이아니길비는남자였으나…

자신의마음속에작지만확실하게기대감이라는것이자리잡고있다는것을남자는부인하지못했다.

마침내원장이손님을맞는응접실에도달했으나,

“뭐야,왜아무도없어?”

“그,그게손님께서건물로들어오실생각을안합니다.”

“…그게뭔개소리야?”

“지금입구에계십니다.”

원장은눈살을찌푸리며입구로향했다.

고아원의입구는활짝열려있었다.

그너머에는한인영이서있었다.

인영뒤로는눈보라가몰아치고있었고,문지방너머로눈송이가드문드문떨어졌다.

원장은추위로몸을떨며그사람에게다가갔다.

“에…위탁을하고싶으시다고요?”

어느새영업용목소리와표정을장착한원장.

그의말에문너머사람이고개를들었다.

로브를깊게눌러쓴그사람은어깨의넓이를보아하니여성이었다.

이를증명하듯가느다란목소리가로브아래에서흘러나왔다.

“네.”

짧은말이었지만,모두의뒤에서그목소리를들은남자는가슴을부여잡았다.

‘아아….아아아…!!!’

천천히고개를든문너머의여성.

로브가바람에살짝걷혀지며보이는것은밝은회색머리카락이었다.

“위탁을하고싶습니다.장기적으로요.”

남자는떨리는손을여성을향해뻗었다.

손은여성에뺨에닫는가했지만,이내맥없이통과해버렸다.

지금남자가보고있는것은과거의장면.

남자가개입할수는없었다.

남자는그사실이이토록아프게다가올줄은상상도하지못했다.

로브아래로드러난밝은회색머리,총명하게빛나는회색눈.

기나긴세월이지났다한들어떻게잊을수있을까.

수백년을살아온그가유일하게마음을두었던사람의모습을.

남자는벅차오르는마음으로막힌목을억지로움직였다.

그가내뱉은것은한사람의이름.

“이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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