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90



릴리스는책상을내리치며자리에서벌떡일어났다.

“말도안돼!”

두번째로외치는말이지만,그말에담긴경악은줄어들지않았다.

“아서가네후손이라고?어디서그런거짓말을!”

“우선이것부터봐라.”

총장은손을휘둘렀다.

그러자총장실의한벽면을차지한책장구석진곳에서한장의종이가날아왔다.

총장이건넨종이를받은릴리스는그것이사진이라는것을깨달았다.

“이건…”

사진은해맑게웃고있는한여성을담고있었다.

빛을받아반짝이는회색머리와총명하게빛나는회색눈.

릴리스는보는즉시이인물이아서와어떠한연관이있다는것을깨달을수있었다.

주위를 밝게 만드는 것 같은 해맑은 미소마저도비슷했다.

“…누구야?”

“내와이프다.”

릴리스는표정을찡그리며총장을바라보았다.

“뭐,나는결혼도안했을것같나?”

“……”

침묵에섞인동의를눈치챈총장은혀를찼다.

“…뭐,몇백년은지난일이지.”

눈을감으면그때의기억이아직도새록새록떠올랐다.

수백년에걸친인생을통틀어가장행복했던시기.

그때를떠올리자총장은자신도모르게흐뭇한미소를지었다.

이내미소를지우며눈을뜬총장은딱딱하게굳은목소리로말했다.

“아서의이름은내이름을딴거다.정확히하자면아서카펜덜주니어나아서카펜덜몇세정도가되겠지.이미긴세월이지났으니몇대손인지도모른다.”

그말에릴리스는고개를저었다.

“난인정못하겠어.네가거짓말을하는것일수도있잖아?”

“내가후손으로거짓말을하겠어?”

“아서를통해서나를조종하려는속셈일수도있지.”

“……”

확실히일리가있는말이었고,실제로그런목적을가지고있던총장이었다.

진실을알기전까지만해도.

“이젠아니다.”

“예전에는했단소리네?”

“네가누구의딸인지생각하면아직도치가떨린다만.”

이번에는릴리스의말문이막혔다.

릴리스또한총장이말한 ‘누구’가하는행동을매우경멸하기때문에,눈앞에남자가그의피해자라면릴리스는할말이없었다.

총장은그런릴리스에게말했다.

“어쨌거나아서가내후손이라는것을알게된지금,나는아서를해칠생각이전혀없다.그거하나는확실히알아두었으면좋겠군.”

“그걸내가어떻게믿어?”

“백번설명하는것보다보여줘야겠군.”

총장은정신을집중했다.

그러자총장의몸위로 사슬들이 떠올랐다.

금빛으로빛나는 사슬은그가지금까지한맹세를시각화한것이었다.

오래되어 색이 옅어진 것부터 막 만들어져서 빛나고 있는 사슬까지.

릴리스는그중에서가장위에올라와있는,가장최근에한맹세를보았다.

‘나,아서카펜덜은나의영혼과이름을걸고,나의후손아서카펜덜의안위와평화, 행복을 위해모든것을다하겠다.’

릴리스는멍한표정을지었다.

“…영혼맹세를한거야?”

“그래.이정도면믿을만한가?”

자신의영혼을담보로하는맹세를믿지않으면뭘믿겠는가.

“아서를위한다는것은곧너를위한다는것도되지.”

릴리스가의문이섞인시선을보냈다.

“당연한말이다.정말…정말인정하고싶지않지만,아서는너를마음속깊이좋아하는것으로보인다.그런상황에너에게무슨문제라도생기면아서가어떻겠어?”

적어도제정신은아닐것이다.

그건릴리스도,총장도알고있는것이었다.

“때문에나는너의정체를숨기는것도최선을다해도와줄생각이다.”

“네친구히프노스는?”

“친구아니…큼,히프노스는충분히속일수있다.문제는…”

“…노덴스지.”

“그래,노덴스.”

수평적인관계를지향한다는엘더갓이지만모두가알고있었다.

실질적인수장은다름아닌노덴스라고.

무력으로나권력으로나엘더갓에서가장경계해야할존재는노덴스였다.

“하필이행성은노덴스가몇번오간곳이라수많은사람들이그를믿고있다.자칫너에대한소문이퍼져버리면들키는것도시간문제겠지.듣자하니노덴스와사이가틀어졌다고?”

릴리스는고개를끄덕였다.

“자칫소멸할뻔했어.”

“…뭐라고?”

인간들은모르겠지만현재우주와차원은거대한세력다툼의현장이었다.

아우터갓과엘더갓이라는절대적인존재들의세력전.

전력만따지자면아우터갓이훨씬유리했다.

차원의경계에잠복해있는,통칭부왕(副王)요그소토스는그존재만으로비대칭전력이었다.

물론그보다더문제인존재도있었지만 ‘그것’은너무도초월적인존재니논외였다.

문제는아우터갓의실질적수장인부왕요그소토스가전쟁에관여하지않는다는것이다.

요그소토스는소멸하는우주와차원을떠돌며팽창하는차원의균형을맞추고있었다.

그가행하는일을자세히아는존재는아우터갓내에서도얼마없었지만,만약그가일을멈추게된다면 전차원이 빠르게멸망으로치닫는다는이야기가있다.

따라서요그소토스는전력에서제외해야했다.

그를제외하면양세력의전력은큰차이가없어졌다.

때문에서로함부로건드리지않는상황인데소멸직전까지갔었다니.

“노덴스가미쳤었군.아우터갓과전면전이라도펼칠생각이었던건가?”

“나야모르지.”

총장은고민에빠졌다.

갑작스러운노덴스의공격.

니알라토텝의관심.

차원을양분하는거대세력의거물들이하필이차원에직간접적인영향을끼쳤다.

‘그저사건이겹친건가?아니면무언가가일어날전조?’

문득총장은마지막해석을앞두었던네크로노미콘의예언을떠올렸다.

‘…설마?’

그런총장을상념에서벗어나게한것은릴리스의말이었다.

“…났어?”

“뭐라고?잘못들었다.”

“용건은이게끝이냐고.”

더물어보고싶은것이산더미처럼남은총장이지만,

“…그래,끝이다.”

나머지는나중에물어보기로했다.

슬슬밖에서기다리는자신의후손이걱정되기도했고.

“혹시나해서말하는거지만,아서에게이이야기는하지않았으면좋겠군.”

총장의말에릴리스는고개를갸웃거렸다.

“왜?”

“굳이잊고살아가는아서를건들고싶지는않다.”

자신의까마득한선조가살아있고,그것이아카데미의총장이라니.

쉬히받아드릴수있는내용이아니었다.

“무엇보다…”

총장은릴리스를흘겨보았다.

“이미충분히행복하게살고있는것같거든.”

릴리스와함께있는아서는진정으로행복해보였다.

마치 사진 속 그녀와 함께하던 과거의 자신을바라보는것같았다.

총장은그런아서에게굳이어려운말을꺼내고민하게두고싶지않았다.

아서가 평범하게, 자신이 누리지 못한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자신이 뒤에서 지켜줄 것이다.

릴리스는묵묵히고개를끄덕이며결계를해제했다.

그리고총장을복잡한눈으로흘겨보고는총장실의문을열었다.

“끝났어요?”

총장실앞에서멍하니대화가끝나길기다리고있던아서가다가왔다.

“응,끝났어.얼른가서점심먹자.”

“이젠점심이라부르기엔애매한시간이되어버렸는데요…?”

“그럼저녁도미루면되지.”

“그것도그러네요.”

순식간에고양이모습으로변한릴리스와그런릴리스를품에안는아서.

아서는총장을향해고개를숙였다.

“그럼이만가보겠습니다.다시한번도와주셔서감사합니다.”

고개를숙인아서의뒤통수를빤히쳐다보던총장은애써입술을달싹였다.

“…그래,점심맛있게먹어라.”

더이상보고있으면마음이더복잡해질것같았기에총장은그말을끝으로문을닫았다.

닫힌문앞에서있던아서는릴리스를내려다보았다.

-안에서무슨얘기했어요?

-그냥…내정체에대한얘기였어.

-…그래요?

아서는릴리스의태도가어딘가의심스럽다고생각했지만,

-그보다점심!진짜먹고싶은거없어?

-릴리스가해준밥은전부맛있으니까고를수가없어요.

-훗,내가요리를좀잘하긴하지?

당당하게고개를드는릴리스와그모습에실실웃음을흘리는아서.

누가들어도명백한말돌리기였으나아서는순순히응하기로했다.

자신에게위험할이야기라면어련히릴리스가먼저말해줄것이라는믿음이있었기때문이다.

-음…올드원이땡기는것같기도하고요.

-올드원이란말이지?접수했어.

아서와릴리스가떠나간총장실.

저번에도비슷한상황에놓였던적이있는총장이지만이번에는뭔가달랐다.

뭐랄까,좀…

‘쓸쓸하네.’

총장은시선을내려손에쥔사진을내려다보았다.

사진속여성의뺨을쓸어내린총장은깊은한숨을내쉬었다.

“…너와의연결점은전부끊어진줄알았는데말이야.수백년이지났는데도아직도이어지고있었다니.”

총장은다시눈을감으며과거를회상했다.

행복했던시기와그리고그행복을싹둑잘라버린빌어먹을 ‘사냥개’들.

그것들에게서도망치기위해어린딸을혼자내버려두고집을나섰던일은많은시간이지난지금도총장의마음속에박힌가시였다.

아무리사랑하는딸을위한일이었다고한들,혼자남겨진딸을생각하면가슴이욱신거렸다.

총장은자리에서일어나창가로향했다.

빈찻잔을들어올린총장은실소를흘렸다.

아서를초대한직후차를끓일시간이없어급한마음에아예맹물을담았던찻잔.

찻잔아래에모인물방울은맑고투명했다.

총장은손짓한번으로물을끓이기시작했다.

보글거리는소리를들으며총장은아카데미로돌아오기전자신이경험했던장면을떠올렸다.

눈보라가몰아치는밤.

갑작스러운눈보라에투덜거리며걸음을옮기던그는한철창문앞에당도했다.

총장은고개를들어그철창문위에달린간판을바라보았다.

빛바랜파란색으로꾸며진간판에는이렇게쓰여있었다.

‘블루피스고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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