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9
“대,대련잘봐,봤습니다!”
“어어,그래?”
나는대충대답하며빠르게주변을살폈다.
어떻게든이자리를빠져나갈동앗줄을잡기위해.
신과직접적인연결점이있는성녀라면릴리스의정체를알아볼수도있었다.
최대한빨리이자리를벗어나야했다.
“저주의가속화라니정말대단한소환수네요!”
클라나는내품에있는릴리스를향해고개를빼꼼내밀었으나,
샤샥-
정체가탄로날수있는상황에보여줄리가없었다.
릴리스를최대한품안으로집어넣으며나는발걸음을빨리했다.
“저도열심히수련해서선배님같이대단한소환마법사가되고싶습니다!”
“그래그래.열심히노력하시고…응?”
나는순간발걸음을멈췄다.
그러자등에닿는미약한존재감.
“아얏!”
갑작스럽게멈춘내등에머리를박은클라나는울상을지으며자신의이마를문질렀다.
-왜그래,아서?
멈춘이유를물어보는릴리스.
-…뭔가이상하지않아요?
-뭐가?
-분명성녀후보라고했는데,왜본인은소환마법사가되겠다는말을하죠?
성녀후보는당연히성녀를목표로하는게맞지않나?
-음…위장신분아닐까?
-위장을할거면일반마법사가훨씬쉬웠을거예요.하지만소환마법사를지망한다는말을대놓고할정도라면…
이미소환수가있다는말이었다.
성녀후보가소환수를가지고있다고?
나는클라나를돌아보며물었다.
“궁금해서물어보는건데,혹시소환수가뭐야?”
“아앗…제소,소환수요…?”
금세소심모드로돌아간성녀.
눈알을또르르굴리는것이작은소동물같았다.
“으음…조,조류?”
“조류?”
“…조류일…걸요?”
아니,본인이의문형으로말하면어떡해?
전혀답이되지않잖아.
황당하다는시선을보내자클라나가팔을휘저었다.
“그…나,날개가있으니까…아무튼조류예요!”
날개가있으면전부조류란말인가.
그럼날치도조류인가?
소환마법사의꿈이라불리는환수종드래곤도조류인가?
더욱더의심스러워졌다.
도대체뭘숨기고있는건지…
“흐음…”
뚫어지게쳐다보자얼굴을붉히며몸을배배꼬기시작하는클라나.
“으읏,그,그럼선배님소환수는종이뭔데요!”
“나?고양이.”
“거짓말치지마세요!!”
저렇게크게도말할수있었구나.
‘귀아파…’
-아서.
-네?
-계속대화하고있을거야?
-앗…
호기심때문에말을섞고말았다.
릴리스의말에몸을돌린나는다시빠른걸음으로기숙사를향했-
덥썩
“어떻게하면소환수를그렇게잘다룰수있나요?”
끈질겨!
왜이리달라붙는건데!
이렇게있다가는정체를들키는것뿐만아니라릴리스가싫어할것같았다.
‘제발아무나이찰거머리같은성녀좀때어주-‘
“휘리릭!”
“꺅!”
“왁!”
갑작스러운휘파람소리에화들짝놀라비명을지른클라나와,또그비명에놀라외친나.
어디서들린소리인가싶어주변을둘러보자,
“휘리릭!”
다시금들린소리는정확히방향을알수있었다.
바로내머리위였다.
“휘리릭!”
하늘에떠있는파란색비둘기.
빨간눈으로나를바라보고있는비둘기는딱보기에도평범한비둘기는아니었다.
덩치는평범한비둘기의1.5배정도,제복을쫙빼입고모자까지쓴비둘기.
몸을가로지르는크로스백이있었고,그가방안에는편지들이수북히쌓여있었다.
그비둘기는다름아닌아카데미의통신수단역할을맡고있는일종의전보새였다.
이름은 ‘터위트’.
귀여운 외모 때문에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비둘기는부리로가방에서봉투하나를꺼내내게건넸다.
“…내거야?”
“휘릭!”
비둘기는고개를끄덕이더니내게봉투를던졌다.
얼떨결에그것을받아들자휘파람소리와함께사라지는비둘기.
어디론가바쁘게날아가는모습이어딘가불쌍해보였다.
‘내게편지를보낼사람이…설마?!’
-왜?무슨편지인데?
-아,저…나중에열어보면안될까요?
-왜?나한테못보여줄거라도있어?
만약이편지가루카스가보낸것이라면…
네,못보여줄겁니다.
글씨마저질척거리는것같은끔찍한편지를릴리스에게보여줄수는없었다.
-…왜말을못해?설마…
릴리스가나를의심스러운눈으로올려다보았다.
하긴,릴리스입장에서지금상황은상당히의심스러울것이다.
어떻게말해야할까고민하던그때,
“어?이거총장님인장아닌가요?”
클라나의말에나는봉투를뒤집어보았다.
봉투뒷면중앙에찍혀진것은분명히총장님의인장이었다.
‘휴우…다행히아니었네.’
그러나편지의내용이아우터갓에대한내용이라면…
나는클라나를힐끔보고는몸을휘릭돌려그녀를등지고섰다.
봉투를열어보자작은종이한장이보였다.
봉투를뒤집어종이를꺼내보자급하게쓴것같은날리는글씨로간단한내용이써져있었다.
‘총장실로.’
나는그간단한내용에잠시멍한표정을지었으나,마침클라나를떨어뜨릴아주좋은기회였기에정신을차리고클라나에게말했다.
“총장님이나를부르셔서말이야.그럼이만.”
클라나를향해빠르게손을흔들어보인나는행여그녀가다시붙잡을까우다다총장실로달려갔다.
—-
총장실의입구는그주인을생각해보면상당히소박한디자인이었다.
대마법사이자현자라불리는아카데미총장의방문이다른교수들의교수실과크게다르지않았다.
그나마황금색명패가차이점이랄까.
아서는그명패를힐끔쳐다보았다.
‘총장실.’
-무슨일일까요?
-모르겠어.그나저나,지가부르면우리가가야해?우리가무슨지노예인줄아나?
단둘의시간을뺏겨서화가난릴리스는퉁명스러운목소리로투덜거렸다.
-그래도저희를도와주시기도했으니말은들어봐요,네?
-……넌너무착해서문제야.
한숨을푹내쉬는릴리스.
아서는그것을동의로알고총장실의문을두들겼다.
똑똑
“총장님?아서입니-”
벌컥!
“들어와라.”
문을두드리기가무섭게열리는문.
총장실내부는언제나그렇듯정돈되어있었다.
총장은한손에는종이,한손에는찻잔을들고창가에서있었다.
아서를돌아본총장이입을열었다.
“본모습으로돌아와도된다.”
그말에곧장인간의모습으로돌아오는릴리스.
자세가자세다보니아서를꼭껴안은채로변한릴리스는그를총장에게서보호하듯품으로감쌌다.
그모습에총장의눈썹이꿈틀거렸다.
찻잔을들어내용물을한모금마신총장은찻잔을창가에두고둘에게다가갔다.
“아주화려하게저지르셨구만,그래.”
총장은자신이보던종이를둘에게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아…”
자신의배설물에머리를박고기절한대니스의사진이찍혀있었다.
“정말정체를숨길생각은하고있는건가?”
“그…필참인원이라강제로가게됐는데-”
“빌어먹을기죽이기대련…괜히허락해줬어.”
혀를찬총장이아서를빤히쳐다보았다.
“……”
“……”
“…..?”
‘뭐지?왜저렇게쳐다보시지?’
총장은입술을잠시달싹이더니힘겹게입을열었다.
“…아서.”
“네.”
“……”
‘…뭐지.’
부르고본인이말을안하면어쩌자는건가.
“왜부르고말을안해?”
“리,릴리스!”
“왜?너도답답했잖아?”
“그래도그렇게직접얘기하는건…”
아서의속마음을읽은것처럼당당하게말하는릴리스.
“사람을빡치게하는방법에는두가지가있는데,그중첫번째는말을하다가마는것-”
“알겠다.알겠으니까너희둘그…좀떨어져라.”
“왜?”
“…동방에는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말이-”
“여기는동방이아니잖아?그리고동방기준으로도아서는엄연한성인이야.마음만먹으면뭐든할수있다고.”
돌연릴리스가아서를안은팔에힘을주었다.
아서의귓바퀴에입술을붙인릴리스가끈적거리는목소리로속삭였다.
“그래,뭐든말이지…”
귓가에속삭이는야릇한목소리에온몸에소름이돋은아서.
“릴리스,그만-”
“그만!”
갑작스러운총장의외침에릴리스와아서는동시에그를바라보았다.
총장은자신이외쳐놓고놀란나머지눈을껌뻑이고있었다.
“…그렇게계속달라붙어있으려고?”
“당연하지.원래라면우리는진작에침대에서뒹굴거릴시간이란말이야.”
“리,릴리스!그것까지는말안하셔도-”
“침대에서뒹굴거린다고?잠깐,너희도대체진도를어디까지-”
“남이사.우리가뭘하든네가무슨상관인데?”
“상관있……”
총장은말을멈추고입을다물었다.
도로창가로걸어가찻잔을들어올린총장은한입에내용물을털어넣었다.
“후우…”
깊은한숨을내쉬는총장.
“…일단대니스풋캔서에관해서말인데.”
“죄송합니다…”
아서는입이열개라도할말이없었다.
아무리대니스의막말에화났어도인간분수형은너무했-
“괜찮다.그건내가알아서처리하지.”
“……네?”
전혀예상치못한대답에아서는숙였던고개를번쩍들어총장을바라보았다.
총장은또다른종이를허공에서나타나게만들더니아서에게건넸다.
그것은서류였고,가장상단에는무려…
‘정학고지서’
“정학이요?대니스를요?”
“그래,한달간정학이다.여러모로상황을봐서가장적당할것같더군.본인도지금당장수업에복귀할정신상태는아닐것이고.”
하긴,수많은학생들이보는앞에서…말그대로‘지려버렸’으니.
아서는고개를끄덕였다.
“처벌로써도적당하지.이제갓입학한신입생들에게는처음한달이가장중요하다.모든인간관계가거기서고착화되어버리거든.그한달을빼앗는것은꽤나큰벌일거다.”
아서는마음속으로동의했다.
그자신도처음한달동안에는도서관에박혀있느라수는적지만같은평민친구들도못사귀었으니.
그나마특이한책을찾고있는레티를만난것이행운이었다.
그런한달을빼앗는것은확실히큰벌이었다.
다만의아한것은…
“왜이렇게까지하시는거죠?”
“뭐?”
“굳이이렇게안도와주셔도될텐데요.애초에대니스의죄명이뭔데요?”
“죄명이라…”
턱을짚고고민하던총장이답하길,
“…괘씸죄?”
“…?”
본인이말해놓고서본인도어색했는지헛기침을낸총장은손을휘저었다.
“아무튼그런줄알고있어라.”
“하지만-”
“그럼,처벌하지마?”
“……”
저렇게나오면할말이없어진아서.
아서가입을다물자총장은뭔가만족스럽다는듯이고개를끄덕였다.
“아무튼그렇게되었으니루이스때처럼복수를걱정하지는않아도된다.”
아서는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
‘아,내심마음에걸렸던문제였는데.’
다시심장을찔리는것은절대사양이었다.
아서는진심을담아총장을향해고개를숙였다.
“도와주셔서감사합니다,총장님.”
“……”
답이돌아오지않길래고개를살짝들어본아서는총장의눈에서색다른분위기를읽어낼수있었다.
아서를바라보는총장의눈에는어쩐지아련한빛이비치고있었다.
그것은마치아서의얼굴을통해서무언가를비쳐보는것같았다.
아서가그시선을받으며멍하니서있자,
“그럼용건은끝이야?”
굽혔던아서의상체를들어올린릴리스가그를꼭끌어안았다.
그러자다시꿈틀거리는총장의눈썹.
‘왜저렇게반응하시는거지?’
의아해하는아서를사이에두고총장과릴리스는시선을마주했다.
만약시선으로공격할수있었다면지금이방은처절한결투의장이되었을것이다.
‘…진짜할수있는사람들이라더무서워…눈에서빔도쏠분들이니…’
“그래,아서에게전할용건은끝났다.”
“그럼됐어.빨리가자,아서.점심도먹어야지.”
곧장몸을돌려아서를이끌고총장실을나서려는릴리스.
그런데-
“잠깐,용건은아직이다.”
“뭐야?방금은끝났다며?”
“말했지않나.아서에게전할용건은끝났다고.다음은너다.”
총장은릴리스를가리켰다.
“나한테할말이있다고?”
“그래,중요한말이다.여기앉아라.”
릴리스는벽에붙어있는시계에시선을던지고는볼을부풀렸다.
“아서점심먹어야되는데.”
“금방끝날거다.얼른앉아라.”
릴리스는움직일생각이없어보였고,어쩔수없이아서가입을열었다.
“릴리스,”
릴리스의뺨에손을올린아서는그녀에게속삭였다.
“배고픔정도야참을수있으니까,일단들어봐요.”
그제야릴리스는자리로다가갔다.
릴리스에게안겨있는아서또한자연스럽게자리로-
“잠깐,아서너는들으면안되는이야기다.”
“네?” / “뭐?”
동시에되묻는아서와릴리스.
총장은지친목소리로답했다.
“릴리스만너만들어야하는이야기다.”
“그런…”
“싫어.아서없이는안들을거야.”
“하…”
한숨을푹내쉰총장은돌연,
“…………….”
입모양을벙긋거렸다.
아서는모양으로추측해보려했지만전혀알수가없었다.
그가아는언어가아닌아예새로운언어인것같았다.
그런데,
“…뭐?”
눈을휘둥그레뜨며놀라는릴리스.
릴리스는총장의입모양을알아들었다.
“릴리스?”
무슨일이냐는듯이자신을빤히올려다보는아서를본릴리스는입술을짓씹었다.
“아서,잠시둘이서이야기하게해줄수있을까?”
“네?”
“미안,진짜중요한이야기여서그래.”
릴리스의눈에는급한기색이역력했다.
그모습에아서는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알겠어요.그럼저는밖에서기다리고있을게요.”
쪽
아서의이마에입을맞춘릴리스는그의머리를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
아서가총장실문을닫고나가자릴리스의눈이붉게빛나기시작했다.
“너,방금그거진짜야?”
그시선을묵묵히받아내던총장이입을열었다.
“우선결계부터치지.”
“결계?”
“최대한강한결계를세워.그누구도우리의대화를엿들을수없도록.”
“…그게그렇게중요한이야기야?”
“그래,중요한이야기다.”
릴리스는잠시미심쩍은시선으로총장을바라보았으나,시간을더끌고싶은생각은없었기에잠자코결계를치기시작했다.
투명한막이공기를울리고,마침내결계가세워졌다.
“됐어.”
“얼마나강하지?”
“부왕(副王)이아니면못뚫어.”
릴리스의말에총장은고개를끄덕였다.
“좋아,그정도면충분하겠군.”
총장은자리에앉으며릴리스에게맞은편을권했다.
자리에앉은릴리스는붉은눈으로총장을쏘아보았다.
“이제설명해.내가제대로이해한게맞아?”
“그래,고대르뤼에언어로말한거다.너라면알아들을수있을거라생각했는데,정답이었군.”
릴리스의눈이흔들렸다.
“그렇다면정말…”
“그래,알아냈다.”
총장은손가락으로총장실문을가리켰다.
“아서의친가족에대해서.”
“!!!”
릴리스의눈이단박에커졌다.
방금전총장이입모양으로했던말은바로,
‘아서의친가족에대한정보를알아왔다.’
몇번이고고아원을찾아갈생각을했던릴리스지만,만약아서가그사실을알고싫어하면어쩌지하는마음에머뭇거리고있던릴리스다.
그런데이렇게알게될기회가올줄이야…
릴리스는상상치도못했다.
“적어도너는알아둬야할것같아서말이야.”
총장은결계를쳤음에도불구하고몸을굽히며목소리를낮추었다.
“아서의성은카펜덜이다.”
“…카펜덜?아서카펜덜?”
릴리스는분명언젠가들어본이름에고개를갸웃거렸다.
이윽고기억을떠올린릴리스의얼굴에경악이깃들었다.
“말도안돼!”
“나도말도안되는줄알았는데,아니더군.”
총장은한숨과함께말했다.
“아서는카펜덜의마지막남은생존자,”
“즉,내후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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