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78



“후우…”

네크로노미콘에서흑마법의기초에대해읽은나는눈을감고배운것을구체화했다.

나는희미한미소를띄웠다.

‘이거라면…’

굳이흑마법을고른이유는간단했다.

나도사용할수있을것같아서.

평범한마법을사용할수없는나는강해지기위해서 다른 방법을사용할필요가있었다.

그리고예상대로,흑마법은정확히내가원하는종류의힘이었다.

흑마법의기본골자는마법과비슷했다.

마나를사용해기적을일으킨다.

하지만흑마법이라불리는이유가뭐겠는가.

마법을사용하기위한마나가평범한마나와는결이달라서그렇다.

흑마법에사용되는마나,편의상흑마나라부르는것은일반마나처럼공기중에서끌어모으는것이아니었다.

어찌보면그보다더간단했다.

바로거래였다.

대가를바치고,흑마나를얻는다.

철저한계산이바탕에깔린힘.

다만,괜히 ‘흑’마법이라불리는것이아니었다.

흑마법에서요구하는대가는 대부분 생명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그것은신체의일부일수도있고,자신의수명일수도있다.

따라서네크로노미콘에묘사된흑마법은이른바양날의검.

상대를베기위해서는자신도베여야하는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위험한힘이었다.

자신의생명을소모시키고싶은사람은없었기에대부분의흑마법사들이사용하는방식은바로제물이었다.

자신을희생하는대신,타인을희생시켜힘을얻는것.

대륙을떠들썩하게만들었던과거의흑마법사들은수백,수천명의목숨을앗아가기도했다.

하지만나는이흑마법을보자웃음을지을수밖에없었다.

그도그럴것이,나에게는지불할수있는대가가있었다.

그것도 ‘넘칠정도로’ 많이.

그렇다.

불과 1주도 지나지않은날.

나는내가슴에서흘러나오는빛을보았다.

그것은바로넘쳐나는생명력.

흑마법에서취급하는대가중영혼을제외하면가장귀중한것이다름아닌생명력이었다.

‘많이도필요없어.딱그놈에게저주를내릴만큼만있으면돼.’

흑마나는일반마나와는다르게음험한기운이라마법보다는저주에특화되어있었다.

추측컨대릴리스의저주는흑마법을이용한것이아닐까?

생명력으로힘을쓰는방식에있어서릴리스와흑마법은상당히비슷해보였다.

지식의되새김질을마친나는다시고개를박고책을읽어나갔다.

목표는한달.

한달안에흑마법으로저주를내릴수준까지강해져야했다.

‘집중하자,집중.’

목적이야어쨌든,분노라는감정은사람의행동을이끄는원동력이되기에는충분했다.

그렇게2시간동안네크로노미콘을읽어간나는돌아갈시간이되자책을도로주머니에넣고자리에서일어났다.

가림막용책을제자리에꽂아두고도서관을나서려는데,

“여기서공부하는건꽤나오랜만아니니?”

사서쌤의말이내발걸음을멈추게했다.

“음…그렇게나오래됐나요?”

“그럼오래됐지.그렇게열심히공부하던애가갑자기변해서놀랐지뭐야.”

“아하하…”

릴리스와노느라공부에서손놨다는얘기는죽어도못-

“역시사람은사랑을하면변한다니까.”

“…네?”

“어머,내가모를거라생각했니?”

사서쌤은주머니에서꾸깃꾸깃한종이조각을꺼내셨다.

자세히본그것은다름아닌신문이었다.

당연하겠지만그신문에는나와릴리스가찍힌사진이붙여져있었다.

“예쁜여자친구랑놀러다니느라바빠죽겠지?”

“아하하…”

사서쌤까지알고계시다니…

이거교수님들까지전부알고계시는건아니겠지…?

“그래도용케허락받았나보네?혼자서공부도하러오고.”

“시험기간이니까요.빌어서간신히허락받았어요.”

“빌었다니,아서너은근공처가기질이있구나?”

공처가라니…말이너무심하신거아닙니까?

물론릴리스가끝까지반대했다면나는복수고뭐고릴리스의곁에있을생각이었지만…

‘어라,완전틀린말은아닌것같기도…’

“그래도다행이야.예전보다는훨씬보기좋아졌어.”

“어…그런가요?”

“응,얼굴색이라던가태도라던가.살도좀찐거같네.여자친구가요리를잘하니?”

“어…어떻게아셨어요?”

“뻔하지뭐.”

나는멋쩍은마음에뺨을긁적였다.

그러고보니릴리스와놀기에바빠도서관을오는횟수도예전에비하면많이줄었다.

모든사고의흐름이릴리스를중심으로흘러가다보니다른관계에는신경쓸겨를이없었던것같다.

내인생에서가장중요한 인연을 뽑으라면 당연히릴리스겠지만,사서쌤도,레티도,지금껏나를버티게해준소중한인연이었다.

“앞으로는자주오도록노력할게요.”

“아냐,안그래도돼.그나이대에는원래사랑이가장중요한법이야.”

“그래도…”

“괜찮다니까.그리고이번신입생중에서마음에드는애가있거든.딱1학년일때너를보는것같아.”

1학년일때의나라면…

아,책벌레.

“푸훗,저같은애가또있어요?”

“나도놀랐지뭐야.매일매일쉬는시간마다와서책을읽는다니까?지금도있을텐데……아,저깄다.”

사서쌤이가리키는방향을따라가자한여학생이보였다.

어두운밤색머리카락이곱슬곱슬등까지내려온것이 돋보이는 여학생이었다.

알이큰안경을코에얹어서지적인이미지가강했다.

그녀는두꺼운책을손에들고있었으며,옆에도비슷한두께의책들을쌓아두고있었다.

“와…진짜책좋아하나보네요.”

“네가할말이니?”

그것도그렇지만.

“저속도라면네가읽은만큼까지읽는데얼마안걸릴수도있을것같아.”

“대단하네요.”

순수하게감탄이나왔다.

그런데여학생의눈이이쪽을향했다.

머리카락과마찬가지로진한밤색눈이었다.

‘이크,너무바라보고있었나?’

아차하며시선을돌리려고했는데…

곧장시선을책으로돌리는여학생.

그움직임이상당히어색했다.

‘…뭐지?’

마치못볼걸봤다는태도였다.

‘좀상처받을지도.’

어쨌거나다행인일이었다.

저런학생이있어준다면사서쌤도심심하시진않겠네.

“아,이런.내가너무잡아뒀나?여자친구기다릴텐데.”

“아니예요,재밌는대화였어요.”

“빨리가.여자친구잘달래주고.”

“네,그럴게요.”

사서쌤께고개숙여인사한나는도서관을나섰다.

도서관문을닫을때,유리를통해밤색눈을마주친것같았지만,

‘…기분탓이겠지.’

설마그애가나를바라보고있었을리가.

자의식과잉도아니고…

고개를저으며정신을다잡은나는기숙사로향했다.

잠시뒤,내방앞에도달한나는잠시멈춰서망설였다.

‘…해보자.’

내방문을지나친나는그옆방으로다가갔다.

그리고심호흡을하고는,

띵동~

문에부착된벨을눌렀다.

잠시기다리자문너머에서목소리가들렸다.

“무슨일이지?”

“아,나는옆방에있는아서라고하는데.혹시어제내방앞에서이상한사람이어슬렁거리는걸본적있을까?”

“이상한사람?”

“응.대략점심시간부터수업이끝나는시간사이에.”

“어…미안.나는점심도학식으로먹어서그시간에이주변에있질않거든.”

“아……”

생각해보니그랬다.

보통그시간대에는기숙사에잘오지않을것이다.

그나마점심시간때에는밥을먹으러오는학생들이간혹있었지만,그이후에는전부수업에참석할터.

‘탐문은못하겠네.’

애초에목격자가없다면탐문은쓸모를잃게된다.

“알겠어.질문에답해줘서고마워.”

“그래.”

목소리는짧게끊어졌다.

나는그방문앞에서깊은한숨을내쉬었다.

‘하아…단서가너무적어.’

이래서야흑마법을배워도저주를내릴당사자를찾지못할것같았다.

새로운방법을생각해야했다.

하지만그건내일로미루기로했다.

지금은일단돌아갈시간이었다.

내방문손잡이를잡자마법이나를인식해,문을열어주었다.

“다녀왔습니다.”

“아서~!”

두다다달려오는소리가들리더니순식간에나를덮쳐오는릴리스.

“우왁!”

“어서와,아서.어디다친데는없지?”

“없어요.그러니까더듬거리는건그만둬주실래요?”

손길이이상한곳을스치는것같아서조금부담스럽습니다만.

“오랜만에공부하느라힘들지는않았어?”

“괜찮아요.2시간정도는멀쩡해요.”

한창공부할때는 한나절을책상에앉아있던적도있다.

2시간이야식은죽먹기지.

“뭐놓고온거는?”

“없을걸요?”

“누가너한테시비걸진않았어?”

“안그랬어요.”

“그럼네가걸진않았지?”

“설마요.”

릴리스는나를꼭끌어안은채로질문을늘어놓았다.

하나하나답해주고있자니갑자기릴리스가내목덜미에코를가져다대었다.

“킁킁…킁…”

아,잠깐…이거저번에도겪었던-

“아서.”

릴리스의목소리가한순간에차가워졌다.

내목덜미에서고개를든릴리스의눈은핏빛으로빛나고있었다.

마치굶주린사자를마주한것같은기분에다리가떨려왔다.

“여자랑대화했어?”

아니,그걸도대체어떻게아는건데요?!

“사,사서쌤이랑잠깐대화한거예요.”

“…정말?”

“제가릴리스한테거짓…말을하겠어요?”

이런,찔리는구석이너무많아서 잠깐 머뭇거리고 말았다.

릴리스가눈을가늘게떴다.

“혹시너사서쌤같은인간이취향-”

“그럴리가없잖아요!!”

내외침에릴리스는,

“푸훗,그럼당연지.”

아,이거놀린거구나.

눈치못챈내잘못이었다.

“그럼,그럼.우리아서는나한테푹빠져서다른여자따위는눈에도안들어오지.그렇지~?”

“그,그럼요.”

릴리스는싱긋웃으며내뺨을양손으로잡았다.

고혹적인미소와함께묻는릴리스.

“외로웠어?”

그거야당연히,

“네,보고싶어서미칠것같았어요.”

“후훗,나도그래.”

쪽,쪽……쪼옥

짧게두번,진하게한번입술을부대낀릴리스는내입술을손가락으로쓰다듬었다.

“어제만큼은아니더라도,나를외롭게만든만큼달래줘,알겠지?”

“네,그럴게요.”

마무리로짧게입을맞춘릴리스는허리를곧게폈다.

“손씻고와.저녁미리해놨어.”

오늘의저녁은올드원훈제구이였다.

행복한저녁식사후,

벌꿀술로입가심을하고있자니릴리스가말했다.

“자,그럼이제아주중요한걸해야지?”

“중요한거요?”

“그럼~아주아주중요한거야.”

나를일으켜방중앙에세운릴리스는허공으로손을뻗었다.

무언가를잡아당기는시늉을하자,

촤르륵

허공에서기다란막대가나타났다.

막대에는각각고급스러운원단으로만든것같은옷들이매달려있었다.

“이거설마…”

“응,턱시도야!”

오,맙소사.

그렇게나는릴리스가마음에드는턱시도를찾을때까지몇시간을붙잡혀옷을갈아입어야했다.

“음!이게제일낫다.”

“흐어어…”

“고생했어~”

지쳐쓰러져있는내이마에입을맞추는릴리스.

덕분에약간이나마힘을얻은나는힘겹게몸을일으켰다.

“저는봐도딱히모르겠는데말이죠.”

“후훗,옷에대한내안목은절대적이야.영불안하면날믿어.”

그거하나는제대로할수있을것같다.

입은옷깃을매만지고있자니문득릴리스가말이없어진걸깨달았다.

“릴리스?”

대답이없어서돌아보자,릴리스는나를빤히쳐다보고있었다.

“왜그러세요?”

“…백마탄왕자님취향은옛날옛적에졸업한줄알았는데.”

“네?”

릴리스는대답없이내게다가오더니,

“팔벌려봐.”

어리둥절하며벌리자,내품속으로쏙들어오는릴리스.

“후음…”

릴리스는내품에얼굴을묻고한동안움직이지않았다.

“저…릴리스?괜찮으세요?”

“…아니.”

“네?”

내품에서고개를든릴리스는얼굴이빨갛게상기되어있었다.

“심장터질것같아.”

“어째서…”

“아서,나랑약속하나만해줘.”

엄청나게불길한예감이들었지만릴리스의말이니,

“…뭔데요?”

“나중에시간나면다른옷도입어보자.”

“……예?”

“색다른너를볼수있다는게이렇게행복할줄이야…중독될것같아.”

저를무슨옷갈아입히는인형으로취급하는겁니까…?

“대신,나도네가입으라는옷입어줄게.”

“?!”

그순간,사고가가속화되며,머릿속에떠오르는장면들.

단정한제복을입은릴리스,

수수한평민옷을입은릴리스,

화려하게치장된옷을입은릴리스,

무엇보다…

바닷가를배경으로뽀얀살결이-

“아서.”

“네넵!?”

“지금야한생각했지.”

“아,아니요호!”

너무놀란나머지발음이새버렸다.

그런나를보고웃음을터뜨린릴리스는내귓가에대고속삭였다.

“우리이번여름에바닷가갈래?”

맙소사.

나는릴리스를힘차게끌어안으며 물었다.

“정말요?”

“그럼~거기서하룻밤자고오는것도좋겠네,어때?”

“좋아요,너무좋아요!”

“푸훗,너무좋아하는거아니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릴리스와바닷가라니…

나는평생동안바다라는곳에가본적이없었다.

책에서나봤던에메랄드빛바다…

그리고그바다를배경으로서있는릴리스.

상상만해도가슴이벅차올랐다.

찝찝하고후덥지근해서전혀반갑지않았던계절,여름.

태어나서처음으로,여름이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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