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NEXT Chapter 79
시간은흐르고흘러,마침내신입생환영회당일저녁이되었다.
환영회가벌어지는곳은아카데미내에서가장넓은홀이었다.
보통큰행사때나열리던그곳은2년전학생회장과총장님의담판으로신입생환영회에도개방하게되었다.
그리고그홀로향하는복도를걸어가는한남자와고양이.
-…불편해요.
-어디가?
-목이너무조이는것같아요.
-나오기전에도몇번이나확인했어.타이는문제없을거야.
-으음…
나는계속해서옷깃을매만졌다.
어느한곳을매만지면다른곳이불편해지는기막힌상황.
-자꾸만지면흐트러져.중간에화장실로빠지면내가매만져줄게.
-이렇게불편한걸왜입는걸까요?
-격식을갖춰야하고,무엇보다멋있으니까.
-…멋있어요?
-최고야.세상에서제일멋져.
그렇다면다행이긴하지만…
나는아무리생각해도불편했다.
지금껏살아오며가장격식차린복장이교복이었던내게턱시도는도저히적응될것같지않았다.
-안맞는옷을억지로입은것같아요.
-…그렇게불편하면한가지방법이있긴해.
-뭔데요?
-환영마법을쓰는거야.그렇게하면설령네가알몸이어도다른인간들에게는턱시도차림으로보일걸?
-그건좀…
-그러면…
잠시고민하던릴리스는발걸음을멈췄다.
덩달아멈춘내게릴리스가말했다.
-잠시구석진곳으로가볼래?
주변을두리번거리던나는툭튀어나와있는기둥사이로들어갔다.
그러자본래모습으로돌아오는릴리스.
“릴리스?!”
“걱정마.투명장막을둘렀어.그보다옷좀벗어줘.”
“……네?!”
다시금경악한내게손을내미는릴리스.
“네옷을조금손봐줄게.”
“아,아니그래도…”
“부끄러워서그래?투명마법도걸었다니까?”
고개를갸웃거리던릴리스는이내무언가를깨달았는지짐짓음흉한미소를지었다.
“설마…나때문이야?”
나는얼굴을붉히며고개를끄덕였다.
“후훗,뭘부끄러워하고그래.”
가까이다가온릴리스가나지막이속삭였다.
“이미다봤는데.”
“우와악!와악!”
“푸훗,귀여워라.”
릴리스는잠자코손을내밀고있었다.
결국나는천천히겉옷을벗었다.
“…뒤돌아주세요.”
“약혼한 사이인데 뭘, 난괜찮은-”
“제가안괜찮아요,제가!”
“후훗,알겠어~”
릴리스가몸을돌리자나는속옷을제외한옷을빠르게벗어냈다.
“여기요.”
릴리스의등뒤에딱붙어서그녀의앞으로옷을건네주었다.
“절대뒤돌아보지마세요.”
“후훗,알겠어.”
“절대로요.”
“알겠다니까~”
느긋하게답한릴리스는내옷을양손으로받쳐들었다.
그리고잠시뒤.
스르륵
스륵
사락
릴리스의기다란머리카락이하나둘일어나기시작했다.
마치촉수처럼꿈틀거리던머리카락들은내옷을향해달려들었다.
가느다란머리카락한가닥,한가닥이턱시도에달라붙었다.
이내턱시도는머리카락에가려져보이지않게되었다.
신비로운그장면에나는눈을반짝였다.
“뭐하는거예요?”
“옷을분석하고있어.네가불편해하는이유도찾아내고있고.”
머리카락으로그런것도가능하단말인가.
…잠깐,그렇단말은설마…?
나는혹시나하는마음에천천히손을뻗어릴리스의머리카락을조금잡아왔다.
그리고,
“후우~”
“흐윽?!”
머리카락에바람을분그순간,릴리스의몸이격하게떨렸다.
화들짝놀란내가머리카락을떨어뜨렸다.
“가,갑자기바람을…”
고개만돌려나를흘겨보는릴리스의얼굴은붉게상기되어있었다.
“릴리스,설마…머리카락에도감각이있는거예요?”
놀란내물음에릴리스는고개를주억였다.
“평소에는아니지만이렇게머리카락으로뭔가를할때는감각을부여할수있어.세밀한작업을해야할때가끔쓰는방식인데…”
릴리스는나를힐끔노려보았다.
“너어…”
“죄송합니다.”
혹시나했는데진짜일줄이야…
그렇게새로운지식을얻어가는와중에도릴리스의머리카락은꾸준하게움직였다.
“분석끝났어.흠…어디가불편하다고?”
“목이랑팔뚝,허벅지부분이요.”
“…시간이 없어도 아예맞출걸그랬나?기성품으로는한계가있네.”
잠시고민하던릴리스는이내고개를끄덕였다.
“일단은네몸에맞춰서수선해줄게.나중에시간나면따로옷맞춰보자.”
그렇게몇분뒤.
“…우와.”
수선된옷을입어본나는작게감탄의탄성을내뱉었다.
릴리스의말대로착용감이전혀달랐다.
지나치게조이거나풀어지는곳없이내몸을가볍게감싸는것같은착용감은정말나만을위해만들어진옷같았다.
“어때?”
“훨씬 편해졌어요.”
“다행이네.그럼빨리가자.파티시작까지얼마안남았어.”
그렇게빠른걸음으로걸어간나는다행히도늦지않게홀에도착할수있었다.
홀입구에서는학생으로보이는두사람이서있었다.
자세히보니특유의뱃지가보였다.
학생모임중에서가장영향력이강한곳.
학생자치회,줄여서학생회였다.
다가가자한사람이내게말했다.
“몇학년누구시죠?”
“3학년아서입니다.”
다른한사람이들고있는종이를뒤적였다.
“아서…아서……아,여기있습니다.성적우수자필참인원맞으신가요?”
“네.”
내게처음질문했던사람이무언가를건넸다.
보아하니브로치였다.
파란색에금색테두리장식이들어간물건이었다.
“학년과성적우수자분들을구별하기위한브로치입니다.1학년은노란색,2학년은초록색,3학년은파란색,4학년은보라색입니다.성적우수자분들은브로치에금색테두리장식이들어갑니다.”
“잘보이는곳에착용해주세요.”
브로치는마법으로만든것인지,박아넣을침이없었다.
가슴쪽에올려두자자석처럼찰싹달라붙었다.
‘옷을손상시키지않기위해서만든건가?기발하네.’
브로치를붙이고홀에들어가려던그때,
“어어,잠깐만요.”
“네?”
“크흠,죄송합니다만애완동물은출입금지입니다.”
릴리스를보고하는말이었다.
“이고양이는평범한애완동물이아닌패밀리어입니다.”
“…패밀리어요?”
두사람의눈에이채가돌았다.
워낙희귀한경우니까그럴만했다.
“제패밀리어는털도날리지않고얌전히있을겁니다.”
“으음,잠시만기다려주세요.”
한사람이어딘가로달려갔다.
뭐라고말하기도뭐해서뻘쭘하게기다리고있자니,
“다녀왔습니다.괜찮다고하시네요.”
“실례했습니다.들어가셔도좋습니다.”
“네,그럼…”
두사람을지나홀에입장하자…
“우와…”
그야말로장관이펼쳐졌다.
화려하게빛나는샹들리에아래로각종장식들이그빛을받아반짝였다.
척보기에도엄청난크기인홀은꽤나많은사람들이들어와있음에도한참빈공간이남아있었다.
만약무도회였다면중앙을비우고댄스홀을만들었겠지만,이번에는유희보다는축하와사교의의미가더강한파티였기에댄스홀대신작은마력분수가자리해있었다.
물을사용하지않고마력을시각화하여분수처럼뿜어내는물건으로,색도여러가지로입힐수있고,취급이쉬워서파티장식으로애용된다고…책에나와있었다.
‘분수를작동시키려면마법사가최소2명은마력을주입해야한다지.도대체얼마나비효율적인거야?’
차라리그마법사들로폭죽마법을쓰는게더아름다울것같았다.
비효율적이지만,여기에있는사람들에게는크게상관없는이야기일것이다.
이환영회에참석한학생들은대부분이귀족들이었으며,그들은굳이효율을따지지않아도되니까.
그사치에질린나는유리잔을들고돌아다니는사람에게서음료를한잔받았다.
잔을들고파티장구석으로간나는벽에기대어음료를홀짝였다.
말그대로필참이라참석한거지,적극적으로참여할생각은없었다.
‘애초에나를좋게볼리도만무하고말이지.’
적어도같은학년내에서는나를모르는학생이없을것이다.
덕분에내신분이빠르게퍼진모양이다.
다른학년의학생들까지나를보며수군거리는것이눈에띄었다.
-말만해,아서.모두가보는앞에서방금마신음료를보게만들수있으니까.
-워워,진정해요.저정도로는딱히악감정도들지않으니까.
이홀에있는모든사람들이나를바라본다면모를까.
저런시선은이제가볍게넘길수준이되었다.
음료를홀짝이던나는이내실소를머금었다.
-왜그래?
나는손에든잔을가리켰다.
-저런귀족들이먹는걸보니이것도꽤나고급품이겠죠?
-그렇겠지.
-분명맛있긴한데…이게비교가되니까좀…
-아하,벌꿀술하고는비교가안되지.
생각해보면이자리에서가장사치를부리고있는건내가아닐까?
무려외신과약혼을해버린사람인데.
-후훗,자신감을가져.이홀에있는인간들중에서네가가장귀중한사람이니까.
그렇게생각하자니기분이좀나아지는것같았다.
음료를홀짝이고있자니시야한구석에서누군가가다가오는것이보였다.
고개를돌린나는놀람과기쁨의미소를지을수밖에없었다.
“레티!”
“오랜만이야,아서.”
“진짜오랜만이네.”
사실우리가만나지못한날은고작이틀로,그다지오랜시간이지난것은아니었지만,그전에는매일만났기때문에이틀이매우오랜시간처럼느껴졌다.
“그동안뭐했어?수업에는왜안나왔고?”
“…사정이있었어.”
레티는자리가자리인지라드레스를입고있었다.
평소에워낙털털해보이던레티였지만나름꾸미고보니…
“이렇게보니까정말귀족같네.”
“풋,그럼내가뭐라고생각했는데?”
“글쎄…산머슴?”
“이걸때릴수도없고…”
레티가나를훑어보았다.
그녀의입모양이동그란원을그렸다.
“너는…음,잘어울리네.”
“그래?”
-당연하지!내가얼마나공을들였는데.
당당하게고개를치켜드는릴리스.
덩치가조금이라도더컸으면위엄이있었겠지만,저렇게작은고양이모습으로해봤자…
‘귀여워…!’
레티도같은생각이었는지무릎을꿇으며릴리스에게손을뻗었다.
“릴림도안녕~너는오늘도귀엽구나?”
릴리스는레티의손을이리저리피하다가내뒤로숨어버렸다.
오랜만에만난친구와이야기하니파티의답답함이한결나아지는것같았다.
“그나저나,너는알고있었어?”
“뭐를?”
“내가실기평가수석이었던거.”
“…너설마모르고있었어?”
“응.”
“아이고…그래도다행히오긴왔네?”
“일리나가알려줬거든.”
“아서네가신입생환영회에나오다니…”
“그러게말이야.필참만아니었으면그냥방에박혀있는건데.”
“…그여자랑데이트할생각아니었어?”
“그여자?…아,릴리…나말하는거구나.”
“이름이릴리나구나?약혼녀랑같이있고싶었지?”
나는뒷머리를긁적이며고개를끄덕였다.
“뭐, 그렇지.방에서같이수다라도떨고싶었는데.”
“…방?같이?”
레티의손이떨렸고,그녀의손에들려있던잔에서술이몇방울떨어졌다.
“어어,조심해.”
내주의에도아랑곳하지않고나를홱돌아보는레티.
“너그게무슨말이야.”
“응?”
“방에서같이라니.너방혼자쓰는거아니지않아?”
“아니지.”
“그런데약혼녀랑거기서놀겠다고?”
응?지금얘가무슨말을하고있는거지?
레티의말뜻을돌이켜본나는아차,싶었다.
그러고보니내몸에서난여자(릴리스)냄새를맡은레티에게입양되었다고거짓말아닌거짓말을했었다.
‘아차,실수했다.’
어떻게변명해야할까고민하고있자니레티가설마하는말투로말했다.
“너설마저번에내가맡았던그냄새가바로…”
‘이런,이대로라면-‘
그순간.
“오,여기있었군.레티아.”
뭔가상당히능글맞은목소리가들려왔다.
목소리를향해고개를돌린레티가아주잠깐얼굴을찡그렸다.
곧장표정을되돌린레티가드레스자락을살짝들어올리며무릎을굽혔다폈다.
“좋은저녁입니다,루카스선배님.”
“그래,그래.”
루카스라불린남자가나를돌아보았다.
시선이마주한잠깐의순간,
나는그의시선에서기분나쁜빛을엿보았다.
‘뭐였지?’
빛은순식간에사라졌고,남자는내게말을건넸다.
“그쪽은누구지?”
레티에게선배라면내게도선배일것이다.
“3학년아서라고합니다,선배님.”
“아아,들어본이름이네.내동생이신세를졌다지?”
‘동생?’
그말에 루카스를살핀나는그의모습에서누군가를떠올릴수있었다.
“…혹시성이골드썬이십니까?”
“하하하!그래,우리가족들이전부닮긴했지.”
루카스의말대로그는동생과똑같이금발에갈색피부를가지고있었다.
루카스는내게손을내밀었다.
“4학년루카스골드썬이라고한다.”
아서는능글맞은그얼굴에서루이스를떠올렸다.
곧장혐오감이들며무시하고싶었지만,선배의말을무시할수는없었다.
가능한한살짝손을잡아흔든나는빠르게손을치웠다.
그런내모습에루카스는알수없는미소를띄웠다.
그러더니한마디를툭던지길,
“아참, 편지는잘받았을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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