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4
-저,릴리스…?
-응?
-…진짜여기서먹을거예요?
-기껏위조신분까지만들었는데써먹을데로써먹어야지!
-그것도그렇지만…
나는슬며시주위를둘러봤다.
현재우리가있는곳은사방이탁트인공원이다.
부지가말도안되게넓은아카데미이기에이런공원이몇개나있지만,그중에서가장큰공원이바로여기,중앙공원이었다.
넓게펼쳐진잔디밭은학식대신도시락을싸온학생들에게인기만점인장소였다.
따라서점심때만되면사람이엄청나게몰려오는데…
잠시시선을돌려보기만해도사방에학생들이가득했다.
친구들끼리여유로운식사를즐기는학생무리,
다같이모여과제를해결하는학생무리,
그리고…
잔뜩밀착한자세로서로의입에음식을넣어주는커플까지.
고양이모습으로돌아온릴리스의두눈이그커플을향했다.
-우리도얼른먹자!
초롱초롱한눈으로올려다보는것이상당히부러운모양이다.
하지만…
“…무리.”
-응?자,잠깐.아서!
릴리스를단단히끌어안은나는우다다달려가공원을벗어났다.
공원에서멀어진나는그제야릴리스를풀어주었다.
그러자그부드러운앞발로내가슴께를콕콕찌르는릴리스.
-같이먹는다며!
-먹긴할건데…적어도저기서는못하겠어요.
-왜?
나는말없이릴리스의앞발을잡아내심장부근에올려두었다.
내행동을이해하지못하던릴리스는이내눈을키웠다.
-아서너,심장이…?
쿵쾅…쿵….쾅..쿵…..쾅쿵.
불규칙적으로울리는심장소리는금방이라도터질것같이거세게두근거리고있었다.
애써심호흡을하며릴리스에게말했다.
-죄송해요,릴리스.저도같이먹고싶은마음은있는데…너무긴장돼서…
솔직히나도내가이정도일줄은몰랐다.
어릴때부터타인에게피해를받으며성장한나는사람들의관심을받는것이부담스러웠다.
그래도릴리스덕분에사람앞에나서는게나름익숙해졌다고생각했건만,공원에있던그많은사람들이나를본다고생각하자예전처럼가슴이미친듯이뛰고식은땀이흘렀다.
루이스의웃는낯짝이눈앞에서어른거리는것같았다.
턱을타고흐르는땀방울을릴리스의앞발이훑었다.
-미안,아서.내가너무흥분했던것같아.
-아뇨,저야말로죄송해요.같이먹는거꼭해보고싶으셨을텐데.
-난괜찮아.그냥기숙사에서먹자.
-릴리스,전-
-괜찮다니까.얼른가자.
릴리스의빨간두눈이나를향했다.
고양이의표정은읽을줄몰랐지만,마음이이어져있어서그런가.
신기하게도릴리스의감정을알수있었다.
세로로쭉째진고양이의눈이담고있는감정은다름아닌걱정이었다.
-…고마워요.
이렇게나한심한저를걱정해줘서감사합니다.
그런마음을담아릴리스를꼭끌어안았다.
자세가자세다보니자연스럽게릴리스의머리에내코가묻어졌다.
코를간질거리는털사이로느껴지는것은바로릴리스의향기.
숨을깊게들이쉬며그향기를음미한나는한결맑아진머리로앞을걸어갔다.
뛰어온거리가생각보다되었는지얼마안가서기숙사앞에도착할수있었다.
건물내부로들어가기전,나는무심코옆을돌아보았다.
그리고,
‘어?저기라면…’
-릴리스.
-응?
-그래도기껏위조신분까지만들었는데써먹기는해볼까요?
-난괜찮아.굳이네가희생하지않아도된다니까?
-희생하지않아도될곳이있어요.
-응?
나는기숙사건물옆을가리켰다.
그곳에는우리가이따금씩산책을즐기는공원이있었다.
다른공원에비해크기가좀작은이곳에는사람들이거의없었다.
그나마산책을하는사람한두명?
-여기라면될것같아요.
공원을조금걸어서적당한벤치를발견한나는자리를잡고앉았다.
그리고잠시기다리며사람들의시선이우리쪽을향하지않는순간을기다렸다.
이윽고.
“흐읏…!하~!고양이모습으로오래있으면관절이조금쑤신단말이지.”
기지개를쭉피는릴리스는분명사람의모습이었지만어딘가고양이처럼요염한기운이엿보였다.
“앞으로도 점심 시간에는 풀고 다녀요, 릴리….나.”
서류상의릴리스는 ‘릴리나’라는가명을가지고있다.
사람들이있는밖에서함부로진명을불렀다가는큰일날수도있다.
허공에서도시락통을꺼내는릴리스.
통의두께만봐도양이상당하다는것을알수있었다.
내표정에서그걸읽은것인지곧장말하는릴리스.
“둘이서먹을거니까많이준비했어.”
도시락뚜껑을열자코를자극하는다양한향기.
하나하나만으로도코가황홀할지경인데모든향기가섞여상승의하모니를만들어냈다.
이런도시락을먹을수있다니…
과거의나였으면상상도못할호사였다.
메뉴는내가아는것위주로짜여있었다.
이제는빠지면섭섭한올드원꼬치구이를들어한입베어물자바삭하며부서지는껍질의식감이이루말할수없었다.
“우물우물…꿀꺽.와~올드원요리는점점맛있어지는것같은데요?”
“그럼~!너를위해키우…잡아온신선한올드원이니까.”
유부초밥을하나물고우물거리고있자니내눈앞에커다란포도알이들이밀어졌다.
“아~”
“우물…꿀꺽.아~앙.”
“맛있어?”
새콤달콤한포도를꿀꺽삼킨나는웃으며답했다.
“네,최고예요.”
“다행이네~”
배시시웃는릴리스에게포도알을건네주었다.
“릴리스도아~”
“후훗,아~”
포도알을입에넣은릴리스는기특하다는듯이내머리를쓰다듬어주었다.
그손길을만끽하며다른음식을향해손을뻗었다.
그렇게우리는서로먹여주기를반복하며점심시간을보냈다.
총장님과만났던시간이꽤되었기때문에,우리는도시락을다비우지못하고자리에서일어나야했다.
“맛있었지?”
“네,엄청맛있었어요.”
“저녁에도기대해.”
“네!”
그렇게식사를끝내고자리에서일어나자…
‘앗…’
식사중에는음식과릴리스에게집중해서그런가,주변이어떤지는살필겨를도없었다.
정신을차리고주변을둘러보니…
주변의시선이뜨거웠다.
특히남자들의시선이.
나를죽일듯이노려보는그시선에소름이돋는것같았다.
바깥이라나름자제해서입맞춤은하지않았건만.
그럼에도그들의시선은원수를바라보는것과같았다.
점심시간이얼마남지않은시간.
나는릴리스와기숙사로들어왔다.
그리고곧장.
“츄릅…!”
서로에게찰싹달라붙은우리는격렬한입맞춤을나누었다.
“하아…시간얼마없으니까,좀서두르셔야해요.”
“응,서두를게.”
다시입술이겹쳐진다.
벌려진입을통해서기운이빠져나갔다.
아무리급해도릴리스의 ‘식사’를빼먹어서는안되지.
음,그건절대안될말이다.
—-
“크흠…”
방을나서는나는손으로얼굴에부채질을했다.
짧았지만상당히강렬한시간이었다.
품에는고양이모습의릴리스를안고수업이있는교실을향해뛰어갔다.
-이거…좀늦을거같네요.
-미안,내가조절을못해서…
마음이이어져있는덕분에말에감정이더진하게묻어나왔다.
품속에서고개를푹숙이고시무룩해진릴리스는귀를납작하게눕히고있었다.
그런릴리스의머리를쓰다듬었다.
-지각보다릴리스가훨씬더중요하니까,그렇게속상해하지마세요.
-후엥,아서~
꼼지락거리며내품에고개를비비는릴리스가어찌나귀엽던지.
나는마음에서우러나오는미소를지으며쓰다듬는것을이어갔다.
품에서느껴지는온기가마음을따뜻하게데워준다.
-아서,내일도이렇게먹을래?
조심스러운릴리스의제안에나는,
-그럼요!
힘차게답한나는릴리스의이마에입을맞추었다.
외롭게기숙사에서대충식사를때우던내가이제는이렇게귀여운약혼녀와함께도시락을나눠먹다니.
처음에는내기숙사가,다음에는내학창생활이,이제는점심시간이.
내인생이릴리스라는물감으로물드는것같았다.
상상도하지못하던,꿈에서도나오지않을이야기였건만,품에서꿈틀거리는생명의온기가이모든것이현실이라는것을일깨워주었다.
내일도,또내일도.
계속해서이어질나날을상상하자,가슴속깊은곳에서부터뜨거운감정이샘솟아올랐다.
평생느껴온것보다릴리스와만난이래더많이느껴본감정.
나는그감정을혀로굴려보았다.
‘행복’
참으로가슴이따뜻해지는감정이었다.
—-
우다다달려가는아서의뒤로,누군가스르륵나타났다.
한손에는작은신문을든남자.
“설마아카데미후배였을줄이야.신문에도나올정도로유명했었다니,전혀몰랐네.”
남자는혀로입술을핥으며아서의뒷모습을노려보았다.
“…역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야.”
그리고신문으로시선을돌렸다.
한쌍의남녀가찍힌사진.
남자는그사진을물끄러미바라보다가,돌연신문을반으로찢어버렸다.
그냥찢어버리는것이아니라정확히반으로나누는남자.
갈라진신문을번갈아바라보던남자는하나는구겨서저멀리던져버리고는나머지한장을조심스럽게접었다.
그리고품에서꺼낸종이봉투를열어그안에원래있던내용물과접은신문을겹쳐넣었다.
종이봉투를닫은남자는그것을아서가나온기숙사방문에끼워넣었다.
자신이해놓은것을내려다보는남자는비릿한미소를지었다.
“쿡쿡쿡…어떻게나올까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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