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2
이후수업은전과다를것이없었다.
소환마법수업을제외한대부분이공통수업으로이루어졌는데,한가지특이한점이라고는.
“레티아엘레노어.”
“레티아엘레노어!없습니까?”
이상하게도레티가수업에들어오지않았다.
분명수업이겹쳤고,교수님들도출석을불렀는데들어오지않는다니.
‘방금전에도이상하더니,진짜어디아픈가?’
가끔은무모할정도로달려드는경향이있는,살짝은부담스러운친구지만,어쨌거나친구는친구.
걱정이안될레야안될수가없다.
그렇게시간이지나점심시간.
언제나같이먹자고뛰어오던레티가없으니뭔가허전했다.
-일단방으로갈까요?
그래도식사는릴리스와먹-
-아니,여기서먹자.
-…네?
갑자기그게무슨소리시죠…?
고개를빼꼼내밀어나와시선을맞춘릴리스가마음으로말했다.
-도시락싸왔어.같이먹자.
같이먹자고하셔도…
-인식저해마법쓰고먹자고요?
-아니,그냥.
-…예?
그럼다보일텐데?
릴리스의눈치를보니그걸모르지는않는것같다.
그렇단말은…
-설마대놓고같이먹자고요?
-…안될까?
초롱초롱한눈으로나를올려다보는릴리스.
-아무리그래도남들이다보는데그러는건좀…
-…내가부끄러워?
-그건절대아닌데요.
-그럼왜안되는데.
그거야…
-제가싫어요.
-왜?
릴리스의 맑은 눈빛을마주하자도저히거짓을말할수가없었다.
-…저만보고싶어서……
-…나를?
-…네.
부끄럽다.
평소대로라면고개를푹숙여서얼굴을감출것이지만,지금은고개를숙이면릴리스가있다.
그렇다고고개를들자니다른학생들의시선도있고…
결국양손으로얼굴을감싸버린나는튀어나온기둥에몸을맡겼다.
그러고있자니머릿속을쑤시는목소리.
-후훗,기쁘네.
-…뭐가요?
-네가나를소중하게여겨주는마음이.
…더부끄러워졌다.
평소대로라면귀를막아버리면되겠지만,지금은서로의마음이통하고있다.
귀를막아버려도머릿속으로들릴터.
‘마법괜히걸어달라고했나…’
후회가물밀듯이밀려왔다.
그때들려오는릴리스의목소리.
-나도네가소중해.네가나를보여주고싶지않은그기분,나도충분히이해하고있어.하지만…
잠시시간을두고말을잇는릴리스.
-그만큼자랑하고싶은마음도있어.
-…자랑하고싶다고요?저를요?
-그럼~얼마나자랑하고싶은데.귀여운네모습,사랑스러운네모습,…가끔은멋있는네모습.전부자랑하고싶어.
가끔이라는단어만없었으면괜찮았을지도.
-특히우리의관계를자랑하고싶어.알콩달콩꿀이흐르는우리관계를말야.
-알콩달…직접말하니까상당히부끄러운데요.
-뭐어때.다른사람들이받아들이기에는그보다더할걸?
…그정도였나?
하긴다른남자들시선을보니그런것같기도하고.
‘자랑이라…’
저번에도그러더니릴리스는우리의관계를공인하고싶은모양이다.
이미기사까지나가면서다아는눈치던데굳이…?
하지만뭐…
‘…솔직히나도자랑하고싶은마음이아예없지는않은데.’
사람에게는과시욕이라는게있다.
아름다운보석을사는목적이뭘까.
단지간직하고있으려그무거운금액을지불하지는않을것이다.
다른사람들에게자랑,과시.
이어서따라오는우월감이그이유다.
그리고릴리스는자랑하기에부족함없는매력적인사람이다.
남녀노소불문하고눈을떼기힘든아름다운외모에,만능에가까운능력,따뜻한(?)성격까지.
그야자랑하고싶은마음도있지.
하지만다른남자들이릴리스를보는게불편했다.
저놈이지금릴리스를보고무슨생각을할까?
설마그렇고그런생각을할까?
그렇다면나는짱돌로가랑이사이를-
큼…
어쨌거나불편했다.
거기다가여기서릴리스를보여줘버리면여러모로불편한일이생길것같았다.
‘사진이나기사만으로이렇게힘든데,실물을보여줘버리면뭐…’
과연남정네들의질투를감당할수있을까.
정확히는나는괜찮은데,릴리스의보복을남자들이감당할수있을까?
이번에는넘어지게만들었다지만,조금이라도수위가센걸로들어오면과연릴리스가어떻게반응할까?
눈앞이캄캄해진다.
그래서지금까지숨겨온거였는데.
-…안 될까…?
…저렇게 눈을 치켜 뜨며 말하면내가어떻게거부할수있을까.
-좋아요.같이먹어요.
-후훗,그럼어디서먹을까?역시공원이-
-근데문제가있어요.
-응?
-아카데미교칙상특별한경우가아니라면외부인은출입금지예요.동거신청을안해서아직릴리스의신분은외부인이고요.따라서…
-…보여주면안된다?
-옙.
릴리스의수염이파들파들떨렸다.
자랑하고싶은데다른사람들의눈에보이면안된다니,이얼마나모순이란말인가.
-그동거신청은얼마나걸려?
-흠…한번도해본적이없어서정확히는모르지만,듣기로는한달정도는걸린다고하네요.
-…한달?
-네,한달.
릴리스가고개를푹숙였다.
그런데머릿속으로짤막한단어가몇개흘러들어왔다.
-이런
-생각도못했
-어쩌지?
아무래도마음이이어져있어서그런지릴리스의생각이드문드문넘어오는모양이다.
-아쉽
-침바를기회
-알콩달콩…
…뭔가이상한단어들이들어오는것같은데?
설마나도저렇게생각이넘어가진않았겠지…?
제발안그래야하는데.
한참을고민하던릴리스가고개를번쩍들어올렸다.
-그동거신청은누가허가하는거야?
음…아마많은사람들을거쳐가기야하겠지만,최종적으로결제받는사람이라하면…
-총장님이요.
-가자.
-…?
갑자기가기는어딜…?
-어디로요?
-그총장이라는인간한테.
그말의의미를잠시고민하던나는…
-…네엑?!
—-
“후우…”
한남자가책상에앉아서머리를싸쥐고있었다.
“안그래도머리아파죽겠는데,이건또뭐냐…”
남자는책상에올려진한서류를보며침음했다.
서류에적힌것은한사람의입학신청서.
그신청서는딱히특별할내용이적혀있지않았다.
그나마출생지가성국이라는것을제외하면특이할것도…사실출생지도딱히문제가되지는않았다.
아카데미는출생에상관없이모든학생들을받아들이니까.
이미수많은성국출신의학생들이아카데미에재적중이었다.
평범하디평범한신입생의서류.
하지만이제는알고있었다.
이서류에적힌사람이사실은얼마나거물인지에대해.
“미치겠네…”
책상에서일어난남자는아련한눈빛으로창밖을내다보았다.
“블레이즈와프로스트가한세대에있는것도피곤했건만…”
그의시선이책상한구석에따로빼둔서류에닿았다.
“황녀님까지들어오시는걸로모자라,”
그는며칠전의사건을떠올렸다.
“아우터갓이라니…”
심지어마지막결정타를날리는것마냥최후에는손에쥔서류가보였다.
“이젠성녀후보냐.”
남자는얼굴을감싸쥐었다.
가려진손틈사이로색이다른두안광이흘러나왔다.
총명하던두눈은고된정신노동으로조금탁한빛을뿜어내고있었다.
그런남자의머릿속을울리는한목소리.
-이야~이번학기는난리겠구만?
“…신경거슬리게하지말고가라.”
-걱정돼서와준친구에게그런태도는못써.
“친구아니다.”
남자,총장은터덜터덜걸어가찬장을열었다.
자신이가장좋아하는차를꺼낸총장은마법으로순식간에물을끓였다.
차를마시며좀진정할필요가있었다.
안그래도스트레스때문에미칠것같건만,사고가끝임없이이어져서조금이라도쉬어야했다.
수많은사람들이칭송하는위대한대마법사이자현자인총장은사실다른사람들에게는보여주지않는내면이있었다.
사람들앞에서는항상웃고있었던그는혼자의시간이주어지면곧장얼굴을찌푸렸다.
한숨을푹푹내쉬며지친듯의자에늘어져있는그는초인적인대마법사라기보다는스트레스에치이는평범한직장인같아보였다.
찻잔에뜨거운물을붓는총장의시선이책장한구석에닿았다.
각도상의도하지않으면잘보이지도않을뿐더러,다른사람들은굳이보려하지않는구석진자리.
그곳에는한장의사진이있었다.
‘…적어도혼자가아니었더라면이렇게힘들지는않았을텐데.’
세월이지나이제는옛것이되어버린감정을억누른총장은애써찻잔으로시선을돌렸다.
“문제는문제군.후보라고는하나성녀는성녀.아무것도눈치채지말아달라는건억지겠지.”
-흐음.다른누구도아닌아우터갓이니까.어떤식으로든서로를인식하겠지.
“둘이같은학년이아닌게다행이군.부디서로만날일이없었으면좋겠는데.”
-하필그둘이같은학교를다니게된것도참…이정도면우연도필연이구만.
그말에총장은얼굴을찌푸렸다.
‘이정도우연이면곧필연이다.’
그의머리에서쫑알거리는존재가자주내뱉는말이었지만총장은그말이상당히마음에들지않았다.
뭔놈의필연이항상안좋은쪽으로만가는것같았다.
다끓여진차를코로가져가자뜨거운물에우려진찻잎의향기가그의코를간지럽혔다.
달콤씁쓸한그향기를맡자기분이좀나아지는것같은총장.
‘그래,언제나안좋은쪽으로만흘러가라는법은없지.다행히계약자가착한아이라평화협정도맺었고,앞으로별일만없으면-‘
그순간.
똑똑똑
누군가가총장실문을두드렸다.
자신만의시간을방해받은총장의표정이대번에일그러졌다.
하지만문너머의사람은그의실체를모를것이니애써표정을펴서,이른바영업용미소를장착한총장은문을열었다.
“누구시죠,이시간…”
총장은말문이턱막혔다.
그도그럴것이문앞에서있는사람은.
“하하…안녕하세요,총장님.”
방금전까지떠올리고있던그 ‘계약자’였다.
그리고시선을조금내리자계약자의품에는빨간눈의고양이가안겨있었다.
언뜻귀여워보이는고양이지만,총장은그내면에어떤존재가자리하고있는지알고있었다.
‘…빌어먹을필연.’
총장은운명이 자신을싫어하는게아닐까,진지하게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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