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0
새해가시작되었다.
신년축제는새해가시작하고이틀간더이어졌다.
우리는남은방학동안작정하고놀기로마음먹었다.
릴리스와축제의거리를돌아다니며 다양한 먹거리,볼거리,모든것을즐겼다.
더이상즐길것이없다고생각했을때에는 축제가마무리되고있었다.
그뒤로남은방학은어디나가지않고방에틀어박혀지냈다.
서로의입맞춤으로아침을시작하고,사소한이야깃거리로시간을보내다가,각양각색의식사로배를채우는,
사치도이런사치가없었다.
굳이돈을쓰는것만이사치가아니었다.
순간순간이행복한하루를 마음껏 즐기는것이진정한사치일것이다.
행복한시간은순식간에지나갔고,드디어오늘.
“일어나,아서~”
내상체를흔드는릴리스의손길.
“으음…”
따뜻한품에서벗어나고싶지않은마음은인간이어린아기일때부터가진본능일터.
“조금만더…”
나는 일어나긴 커녕,오히려그품으로더파고들었다.
그러자아주잠깐,입이막히며호흡이끊겼다.
쪽
“안돼.오늘부터는다시등교해야한다구!”
등교라…
이품에서나가한겨울밖에서수시간을보내야한다고?
“…우웅,시러…..”
“…어쩔수없네.그렇게내품이좋아?”
사각사각이불이스치는소리가들리고,이어서릴리스의목소리가귀바로옆에서들려왔다.
“안일어나면…그대로덮쳐버릴수도있어?”
“…!!!!!!!”
정신이번쩍들며릴리스의품에서떨어진나는바바박뒤로물러나침대구석으로도망쳤다.
그런나를보며요염한미소를짓는릴리스.
“어머나,그렇게놀랄것까지있어?”
“릴리스,제발…..제발그런장난좀치지마세요.”
“효과는확실했잖아?”
“……”
확실히,한방에잠이확깨긴했다.
“아침은올드원이야.빨리먹고나가자.”
“…넵.”
올드원고기를우물우물씹던나는문득릴리스에게물었다.
“그러고보니까,저번에드림랜드에서걸었던그마법또걸어주실수있어요?”
“응?무슨마법?”
“그…마음속으로대화하던마법이요.릴리스가고양이모습으로있으면남들시선때문에대화를못하니까요.”
“아아,그러네.예전에는꿈속이아니라면힘든마법이었지만지금이라면가능하겠어.”
그렇게말한릴리스는은근한시선을내게던지며, 자신의 윤기나는 입술을 꾹 누른 채로 말했다.
“누가열심히생명력을채워준덕분에말이야.”
“푸흡!”
사레가들렸다.
기침을연발하던나는옆에있던벌꿀술을마셨다.
“릴리스,제발….”
“후훗,알겠어.”
그렇게소름돋는식사를끝낸우리는나갈채비를했다.
교복을정리하고있자니릴리스가다가왔다.
“아서,잠깐만.”
내뺨을양손으로잡은릴리스는자신의이마와내이마를맞댔다.
그러자뭔가뜨거운것이이마를통해전신으로퍼져나가는것같았다.
-대화마법이야.잘들려?
릴리스의말이머릿속에서울렸다.
나는드림랜드에서의기억을되살려마음으로대화를받았다.
-오랜만이네요,이감각.
-어지럽지는않아?
-전혀요.
-그래도불안해지면말해줘야해.
-그럼요.
방을나서기직전,힘내라는의미의입맞춤을한릴리스는고양이모습으로변했다.
그런릴리스를들어올려품에안은나는방문을열고밖으로나섰다.
—-
새로운학년,새로운학기가시작되었다.
3학년부터는고학년으로분류되어조금더세부적인내용을배우게된다.
각자의특기에맞는과목을배정받게되는데,개학전날기숙사앞으로도착한편지에따르면내특기는소환마법이라고한다.
뭐,릴리스를통해서만싸울수있으니그런결정이내려진거겠지.
소환마법수업을듣기위해서는기숙사에서좀떨어진교실로가야했다.
아직시간이좀있으니천천히걸어가고있었는데…
“쟤가그…”
“맞지?”
“냥냥데스빔…”
“고양이귀엽다…”
사람들의시선이따가웠다.
특히남자들의시선은마치원수를만난듯했다.
‘뭐지?내가뭘잘못했나?’
분명릴리스를만나기이전,괴롭힘을받을때도이정도는아니었는데?’
곰곰이생각해보니몇가지답이나왔다.
‘기사!내가인터뷰했던기사가떴구나!’
특히인터뷰막바지에그약혼이야기가퍼졌다면저남자들의시선을이해할수있었다.
거기다가,
‘축제때데이트하는걸누가봤을수도있겠네.’
인식저해마법을일부러약하게걸고다녔으니누가봤어도이상하지는않았다.
소문이퍼지는건한순간이다.
이렇게많은사람들이알수도있지.
‘…그래도좀불편하네.’
사람들의시선에는도저히익숙해지지않는다.
-인식저해마법걸어줄까?
품에서빼꼼고개를내민릴리스가제안했으나,
-아뇨.그마법은학교에서는되도록쓰지말죠.
데이트할때는세상편한마법이지만,그외상황에서는조금애매해진다.
만약누군가나를찾고있는데인식저해마법이걸려있으면안되겠지.
결국사람들의시선은감내해야하는부분이었다.
‘뭐,인터뷰할때부터예상은했지만.’
이정도일줄은몰랐지만,그래도말을걸어오는사람은없으니-
“아서!”
‘…있네?’
뒤에서들려온목소리에고개를돌려보자익숙한얼굴이눈에들어왔다.
“오랜만이야,레티.”
“오랜만이고자시고!너이거진짜야?”
레티가들고온것은신문이었다.
저번처럼한손에들어오는일일신문이아닌주간신문.
그곳에는대문짝만하게박힌나와릴리스의사진과내가했던인터뷰내용이적혀있었다.
“약혼자?저번에봤을때는분명사귀지도않는다며!갑자기약혼까지가버린다고?거짓말!”
그말에나는뺨을긁적였다.
“…진짠데.”
저렇게들어보니확실히우리가진도를엄청빨리빼긴했다.
“…진짜라고?”
“응,진짜야.”
레티가신문을펼쳐서릴리스가찍힌사진을가리켰다.
“이,이사람이네약혼녀라고?”
“…응.”
어째주변남자들의시선이더욱날카로워지는것같은데,기분탓이겠지?
내대답을들은레티는혼이빠져나간사람처럼멍한표정을짓고있었다.
레티의눈앞에손을흔들어본나는고개를갸웃거렸다.
‘얘가왜이러지?’
병동으로데려가야하나진지하게고민하던찰나.
-아서,시간.
“아,이러다늦겠다.나중에봐,레티.”
릴리스의말에정신이번쩍든나는레티에게인사를건네며서둘러발걸음을옮겼다.
-흠,레티가왜저러는걸까요?갑자기돌처럼굳어버렸는데요?
-……
대답이없어서직접릴리스를바라보니,릴리스는뭐랄까…상당히복잡한표정으로나를올려다보고있었다.
-…그래,뭐.차라리모르는게맘편할지도모르겠네.
아니,도대체뭔데요..?
—-
사람들의시선을받아내며교실에도착했다.
교실에들어서니상당히적은수의사람들이자리에앉아있었다.
‘역시소환마법은일반마법보다야사람이적을수밖에없지.’
마법에는재능이필요하다.
마법사의길이란시작을재능으로하고,그길을나아가는것도재능의힘이절반정도에달한다.
대표적인반례로는내가있지.
마나가0인나는마법을쓸수없다.
마법실력을논할것도없이애초에시작조차못한다.
그런마법중에서도무엇보다재능을많이요구하는분야가바로소환마법이다.
선천적인마나에더해서친화력이라는또하나의재능을요구하는소환마법은사실상재능이90%인정신나간분야다.
그렇다보니당연하게도일반마법사보다소환마법사가훨씬희귀한것이다.
나는조심스레걸음을옮겨교실구석에앉았다.
그리고책상위에릴리스를올려두었다.
빨간입속을드러내며늘어지게하품을한릴리스는몸을돌돌만상태로책상에누웠다.
-그러고보니요즘유독하품을자주하시는데,잠을잘못자고있는거예요?
릴리스의몸이움찔거렸다.
-으응,아니야.잘자고있어.
누가봐도거짓말같은데.
-…정말이죠?피곤해서몸상하면저속상해요.
-외신한테뭘걱정하고있는거야?걱정마.나는평생잠안자도멀쩡해.
그건그렇겠지만.
‘…아무리생각해봐도밤에따로뭘하는것같은데.’
도대체뭘하길래피곤해하는건지의심이갔다.
언제한번날잡아서자는척을해볼까싶다.
그런생각을하고있자니교실문이드르륵열리며누군가가들어왔다.
며칠전릴리스가입었던것과똑같은정복차림,지긋한나이가유추되는주름진얼굴.
중년에서노년으로넘어가는길에서있는듯한교수님이었다.
“만나서반가워요.저는여러분에게소환마법에대해알려드릴4급소환마법사록사나라고해요.”
교수님이인사를하자학생들이손뼉을쳤다.
갈채소리사이로학생들이떠드는소리가들렸다.
“4급마법사?그것도소환마법으로?”
“대단하다…”
4급마법사란말은국가에서고용할수준이라는말이다.
9급부터1급까지존재하는공인마법사등급은마도제국에서제2의신분노릇을한다.
아카데미를졸업하면바로9급마법사가되며,그뒤로도각종시험,혹은성과를통해등급을올릴수있었다.
가장높은등급인1급은흔히대마법사라불리우며,대표적으로는총장님이있었다.
5등급이상부터는평민이라도귀족대우를받을수있었다.
그런데4급마법사라니.
심지어시험이까다롭기로유명한소환마법으로?
‘진짜대단하긴하네…’
황립아카데미에서교수를하는이유가있었다.
누구를가르칠자격은충분한사람이었다.
인자한미소를띤교수님은칠판에글씨를적어갔다.
-학습목표
라는글씨가크게적혔고,그아래에는세부적인것들이주루룩적혀갔다.
순식간에판서를마친교수님은몸을돌려학생들을바라보았다.
“여러분은이교실에서소환마법을배우게될겁니다.이교실에들어온학생들은전부각자의소환수를가진학생들뿐이죠.기초는전부아실테니살짝어려운것부터가볼까요?”
교수님은세부목표중하나를가리켰다.
“자,이게중간고사과제입니다.”
세부목표를읽은학생들의입에서탄식이흘러나왔다.
상당히어려운목표인모양이다.
그런데…
“…응?”
-어?
학습 목표를 읽은 나와 릴리스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칠판에적혀진세부목표는바로.
-소환수와마음으로대화하기.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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