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1
시험장에들어서자속이쓰리는것같았다.
자포자기하고아예시험을준비하지않았더라면긴장할일도없었을테지만,지난일주일간나름대로공부를해왔기때문에긴장이안될래야안될수가없다.
‘아,릴리스보고싶다…’
기숙사를나온지아직10분도채되지않았건만,벌써부터릴리스의품이그리워졌다.
입술을덮었던그따스한온기를떠올리며힘을낸나는지정된자리에가서앉았다.
시험까지아직시간이있었다.
조금이라도더맞히기위해필기노트를폈다.
문득주변을살펴보니참으로다양한학생들의모습이보였다.
시험이고뭐고일단친구들하고떠드는게가장좋은학생무리.
나처럼시험을어떻게든잘맞히기각자공부거리에머리를박고있는범생이.
그리고밤새놀고부족한수면시간을채우기위해책상에머리를박은날라리.
참고로날라리의대부분은귀족이었다.
실기성적으로만회하려는생각이겠지.
얼마전까지만해도저들이부러웠지만…
이제는내게릴리스가있었다.
‘아,릴리스보고싶…이럴때가아니지.’
고개를저으며정신을차리고다시노트로시선을돌렸다.
반드시시험을잘보고기숙사를옮기리라.
얼마간의시간이흐르고교수님이들어오셨다.
“모두공부하던거가방에집어넣어라.”
잠시부스럭거리며가방을여닫는소리가들렸다.
교실이조용해지자교수님은손을홱휘둘러학생들의가방을자신의앞으로가져다두었다.
그다음교수님은시험전안내사항을읊으셨다.
그리고마침내,
“자,시험지배부할때는모두조용히하도록.”
마찬가지로교수님의손짓에따라시험지들이날아올라학생들의책상위로올라갔다.
긴장되는순간.
나는속으로릴리스를떠올렸다.
“시작!”
촤라락
시험지를넘기는소리가요란하게시험장을가득채웠다.
—-
“다녀왔습니다.”
“아서!”
달려오는릴리스를꼭껴안은나는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
‘이게천국이지…’
긴장이싹풀리며순간다리가풀렸지만,릴리스가안은팔에힘을주며나를부축해주었다.
“고마워요…”
“이정도로뭘.시험은어땠어?잘본거같아?”
“음…”
잠시말을고르던나는천천히입을열었다.
“솔직히잘모르겠어요.일단최선을다했고,다풀긴했는데…”
“했는데?”
“음…시험끝나고나니까다른애들이전부머리를싸쥐며신음하더라고요.”
생각보다할만해서고개를갸웃거리며풀었는데그런반응이나오면괜스레불안할수밖에없었다.
나만다틀린게아닐까,하는의문이들면서.
“네가가장잘본거아니야?”
“그럼좋겠는데말이죠.”
에이,설마그럴리가…
“잘봤을거야.너는내약혼자인걸?”
“그렇게말씀하시면좀부담되는데요…”
“후훗,일단쉬어.아,내일과목공부해야하나?”
“일단쉬었다가점심먹고공부하려고요.”
그뒤로릴리스와행복한시간을보내다가점심을해결한뒤곧장책상에앉아공부를시작했다.
오늘의시험이쉬웠다고한들내일의시험이쉬우리라는법은없다.
문제를출제하는교수님들의성향에따라문제난이도는천차만별일터.
그렇다면가장간단한방법은무엇일까?
답은공부다.
시험문제가어려웠다면공부가부족하지않았나생각해보자.
—-
그로부터4일의시간이흐르고,
마침내시험이끝났다.
“으어어…”
4일동안긴장감에휩싸여있던영향인지시험이끝나자허탈한마음이먼저들었다.
결과는내일바로나온다고한다.
예전이라면그결과에전전긍긍하며긴장감속에서지내야했겠지만,지금은그정도로필사적이진않으니까.
그래도나름열심히하긴했다.
릴리스와데이트도미루고,자기전이야기할시간까지쪼개가며공부를했다.
내나름대로최선을다했다고말할수있다.
벌써부터두려워할필요는없으니우선…
릴리스와의약속을지켜야할때였다.
기숙사에도착하자릴리스는이미준비를끝내고있었다.
평소의드레스가아닌,조금더가벼운차림의옷.
요염하고성숙한분위기보다청순한분위기가돋보이는차림이었다.
“어때?”
“예뻐요.엄청화사해보여요.”
“후훗,그래?”
내진심어린칭찬에릴리스는웃음을흘렸다.
싱글싱글웃으며콧노래를흥얼거리는릴리스를보자나또한웃음이절로나왔다.
데이트준비는솔직히별것없었다.
그저옷을좀단정하게하고돈주머니를챙기는것.
평소라면그랬을텐데…
“아서,이거입어볼래?”
“웬옷이에요?”
“후훗,일단입어봐.”
릴리스가건넨옷은세련된디자인의옷이었다.
고급스러운검은색바탕에밝은회색이포인트로들어가있었다.
과하지않은장식이딱내취향이었다.
화장실에들어가옷을갈아입은나는놀라움을감추지못했다.
“우와…제몸에딱맞아요.”
옷은걸리적거리는부분없이딱맞았다.
내몸을부드럽게감싸는것이마치릴리스의품에안긴것같았다.
저번신입생환영회때릴리스가수선해준옷처럼나만을위해만들어진옷같았다.
“그럴수밖에없지.저번에잰네사이즈를토대로만든옷이니까.”
나만을위해만들어진옷이맞았다.
세면대거울앞에서몸을이리저리비틀며옷을구경하던나는문득옷에서나는냄새가어딘가익숙하다는사실을깨달았다.
킁킁…
기분이절로좋아지는달콤한향기.
“…?”
어째서릴리스의향기가이토록진하게나는걸까?
‘…직접만든건가?’
옷을유심히살피던나는또다른특징을찾아낼수있었다.
그것은다름아닌옷의색깔이었다.
반짝이는밤하늘같은검은색이주를이루는옷.
‘…밤하늘같은검은색?’
내가이감상을어디서해봤-
그순간뇌리를스치는한가지의심이나를굳게만들었다.
‘…설마..?!’
나는곧장화장실을박차고나왔다.
“릴리스,이옷설마…”
릴리스는의미심장한미소를띄우며고개를갸웃거렸다.
“옷이왜?”
그웃음에서의심이확신으로바뀌었다.
옷에서나는릴리스의향기.
익숙한색.
추측컨대이옷의재질은다름아닌…
릴리스의머리카락이었다.
“이,이런옷은…”
어버버거리며말을잇지못하자릴리스가내게다가왔다.
“시험끝나서주는선물이야.세상에단하나밖에없는옷이지.”
“하지만…”
나는릴리스의머리카락을바라보았다.
탐스럽고기다란머리카락.
내시선을눈치챈릴리스가머리카락을한움큼끌어왔다.
“걱정마.그정도는얼마든지만들어낼수있으니까.까먹었어?내가누군지.”
나는차마말을잇지못했다.
릴리스에게받은깜짝선물,
그리고그선물의재료가무려릴리스의머리카락이라는것에서느낀놀라움.
여러감정이뒤섞여흘렀고,가슴이벅차오르는것같았다.
나는우선그감정을표현해야겠다고생각했다.
가장좋은방법은당연히,
꼬옥-
포옹이었다.
“고마워요,릴리스.”
“고맙긴뭘.네가부담스러워할까봐걱정했는데.”
“조금놀라긴했지만부담스럽지는않아요.”
“다행이네.”
릴리스의머리카락으로만든옷이라니…생각해보면릴리스가입는드레스도그녀의머리카락으로만든것이었다.
처음만났을때머리카락이엮이고엮여서옷을만들어내는모습을보고얼마나신기해했던지.
그런데지금은내가그런옷을입게되었다.
신기한마음에괜스레옷을만지작거리고있자니릴리스가내귓가에속삭이길,
“사실말이야…만든건그옷뿐만이아니야.”
“네?또뭘만드셨어요?”
“옷이야.옷인데…”
릴리스의손이내배에서쭉내려갔다.
그도착지점은…
“…?!”
“여기옷.”
얼굴이단숨에달아오르며릴리스가쿡쿡웃음을흘렸다.
“반응귀엽네.”
“앗…그…저…”
머리가열기로차올라제대로돌아가지않았다.
그런나를붙잡아이끄는릴리스.
“그건나중에입어보고,얼른나가자!”
—-
그로부터몇시간전.
총장은불편한얼굴로찻잔을매만졌다.
맞은편에앉아있는존재의정체를생각하면불편한것이당연한것일지도몰랐다.
“또무슨일이냐.”
총장의말에릴리스가답했다.
“아서가언제태어났는지알고있어?”
“생일말하는건가?”
“응,생일.”
“흐음…”
총장은고아원에서보았던,그리고그가따로조사했던자료들을온통뒤져보았으나,
“모르겠다.”
“…쯧.”
총장의눈썹이꿈틀거렸다.
“애초에고아원에서도아서에대한정보가많이없었다.아예과거로가볼수있다면모를까…”
“그랬다가는틴달로스의사냥개들에게갈기갈기찢겨죽겠지.”
“…그렇지.”
릴리스의입에서나온이름에총장의안색이어두워졌다.
그리고혹시나하는마음에릴리스에게물었다.
“혹시아우터갓들은어떻지?”
“너희들도시간,혹은차원여행을하면사냥개들이쫓아오나?”
“아니.우리는육체를초월했으니까.엄밀히따지면생명체라고분류할수없거든.사냥개들은생명체만을쫓아.”
“…그렇군.”
사냥개에대해잠시고민하던총장은생각없이무언가를말했다.
“그나저나아서의생일은왜물어본거지?”
“선물줄려고.”
“무슨선물?”
그순간총장은보았다.
릴리스의눈에서반짝인붉은안광과씰룩거리는입꼬리를.
“사랑의선물.”
“……”
“헤헤헤…”
헤프게웃고있는릴리스를본총장은인지부조화가오는것을느꼈다.
“…정말 많이변했군.”
“응?뭐가?”
“릴리스너말이다.분명네크로노미콘을포함해다른마도서에서묘사된너는지금과전혀달라서말이지.”
“당연히다르지.”
릴리스는뭘그런걸묻냐는듯이고개를갸웃거렸다.
“이제는순수한사랑에대해알게되었으니까.”
“그전의것들은?”
“사랑이라부르기도아까운쓰레기들이지.”
“허…”
밤의여왕이라불리며서큐버스라는가상의존재의원형이되는아우터갓이순수한사랑이라…
‘전혀어울리지않는군.’
처음아서와릴리스의관계를알았을때,총장은진의를의심했다.
분명순수한아서에게들러붙어생명을이어가기위한거짓사랑이라생각했었다.
하지만지금릴리스가보여주고있는모습은꽤나익숙한것이었다.
과거의추억속에서자신과이레나가보여주었던그모습.
…뭔가조금비틀린것같기는하다만.
어쨌거나총장은저 미소가 진실된모습이라는것을인정할수밖에없었다.
정말…
정말마음에안들기는하지만.
총장은누구에게빌어야할지는모르겠지만,아무튼어딘가에존재할신에게빌었다.
부디자신의후손이저존재의사랑을굳건히버텨내기를.
“아,이제시험끝났을까?”
“슬슬그럴시간이군.”
“이제가봐야겠어.약속이있거든.”
“무슨약속?”
순간이동으로기숙사로향하기직전릴리스가답했다.
“데이트!”
휘릭-
릴리스가사라진총장실에남겨진총장은멍하니릴리스가사라진곳을바라보았다.
“…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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