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46



1.

“이제 두 달인가.”

히마리가 전에 쇼핑하면서 선물해줬던 외출복을 챙겨입다 문득 떠올라 중얼거렸다.

감회가 새롭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가장 큰 감정은 아직도 두 달밖에 안지났구나, 하는 감각.

거울에 비친 자신, 백발의 여성인 내 모습도 이제는 익숙해져 전보다 충격이 덜하다 느낄 정도였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빙의와 TS라는 극변을 겪었음에도 나름 적응을 잘 마치고 평범하게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니, 평범하게는 아닌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유명해지긴 했어.”

이젠 친구나 동료라고 해도 좋을 사람들도 생겼고, 나름의 세력도 구축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힘과 영향력도 빙의 초기와 비교하면 천차만별이라 해도 될 정도로 커지고 강력해졌다.

히어로 ‘실크’로도,

학생인 ‘나나시 히이로’로도.

내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라이노 사건 직후, 나는 멈추지 않고 의뢰를 꾸준히 이어나갔고 지금에 이르러선 업계에서 실력있고 수완 좋은 해결사로 나름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물론, 그보다 나나시 히이로라는 사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곤란한 실건 여전하지만.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이제는 반쯤 포기하기로 했다.

왠지 모르겠는데 좋아한다는데 어떻게 막겠어.

뭐, 어느 방향으로 가든 인지도와 영향력을 쌓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기꺼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셀럽과 해결사의 인기 둘 다를 얻을 수 있다는 오히려 좋은 일 아니겠는가.

‘……솔직히 기분이 그리 나쁘지도 않고.’

단순히 자기합리화로 보일지라도 상관없었다.

결국 모두 내 힘이 되는 것이었으니.

애초에 내 목적은 처음부터 하나이지 않았던가.

꿈이었던 히어로가 되면서, 이 세계의 이야기마저 내가 바라는 형태로 바꿔보자고.

‘그러니 힘은 필요해.’

그렇기에 지금껏 쌓아왔고, 쌓아갈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대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지금 지닌 힘보다도 더 압도적인 힘이 수반되어야만 했다.

그러니─.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지.’

지금 가진 패들을 점검하고, 사용할 때가 되었다.

C&C와의 협력 관계, 베리타스와 초현상특무부 그리고 엔지니어부와의 동맹까지.

더 나아가 게헨나의 몇몇 동아리와 선도부장인 히나와의 친분, 일곱 죄수인 와카모와의 관계, 그 외에도 내가 두 개의 신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패들.

첫 번째 무대를 위해서 쌓아온 것들.

처음 목표로 했던 것 이상의 힘들이 모였다.

이제부터는 이 힘을 활용할 때다.

메인스토리.

이 세계에서 벌어질 본격적인 사건들.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다.

그것들에 개입하여 뒤틀고, 내가 바라는 형태의 결말로 변형시키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겠지.

오직 나만이 가능한 준비를 말이다.

“자, 나가볼까.”

오늘의 외출은,

그 밑바탕을 깔기 위한 약속이었다.

2.

[안녕하세요, 선생님.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1학년 초현상특무부 소속 ‘나나시 히이로’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께 한가지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어 이렇게 연락을 보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최근 키보토스 각지에서 활약하고 계신 선생님께 저희 동아리의 활동에 조력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초현상특무부는 키보토스 각지에서 발생하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어려운 현상- 일명, ‘초현상’의 조사와 추적 및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로, 현재는 밀레니엄과 D.U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그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최근 키보토스에서 발생하는 초현상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관측되는 현상 또한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상이 저희의 권한이 닿지 않는 타 자치구인 만큼 제대로 된 동아리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샬레의 선생님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저희 활동에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방문하여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답변을 통해 방문 가능한 일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나시 히이로 올림.]

며칠 전, 샬레에 보낸 메일이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동아리 활동의 지원 요청.

앞으로의 활동과 본격적인 메인스토리 대비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선생’이라는 존재가 중요해지는 만큼, 나는 이번 기회에 선생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을 히마리에게 상담해보니 그녀 또한 괜찮은 생각이라며 이번 일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전권을 내게 맡기겠다는 의사를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성사된 선생과의 만남.

이것이 내가 오늘 D.U로 외출하게 된 이유였다.

총학생회 건물로부터 30km 가량 떨어진 장소.

그곳엔 청쾌하다는 인상의 새하얀 배색의 건물이 위치해있었다.

하늘로 높게 치솟아있는 건물이 눈에 띄는, 내가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 자주 올랐던 장소이기도 했다.

[샬레 업무관]

내부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프론트.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을 위한 시설들이었다.

단체활동이나 교실수업부터 체육, 사격활동, 시청각실까지. 그 외에도 그야말로 동아리가 아닌, 일종의 학교라 착각할 정도의 모습이 이어진다.

선생이 부임한지 한달 가량이 지난 시점인 지금, 샬레 내부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시설을 사용하고 있었다.

밀레니엄, 게헨나, 트리니티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학생들이 오가며 건물 내부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간단히 말해 놀라운 광경이라 칭하기 충분했다.

“으음. 사무실, 사무실이…….”

물론 나는 본 목적이 있었기에 그들을 지나치며 근처 엘리베이터로 다가가 사무실의 위치를 찾았다.

근데…….

‘아잇 싯팔. 뭐 이리 층이 많아. 못읽겠잖아.’

건물은 왜 쓸데없이 넓고 큰거냐고.

아래부터 천천히 올라가며 이름을 읽는데 아무리봐도 사무실이 안보인다.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사무실을 찾지 못하며 해매고 있던 그 순간.

“거기, 무슨 일이라도 있어?”

배후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그에 화들짝 놀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어?”

“……히이로?”

“엥? 저, 저를 아세요?”

밀레니엄 세미나의 회계, ‘하야세 유우카’가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근데 유우카가 나를 어떻게 아는거야.

그 의문을 그대로 입에 담아내자 피식 웃음을 흘린 유우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마치 당연한 사실을 네가 묻는거냐는 듯이.

“요즘 밀레니엄에서 널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

“……예?”

“팬클럽까지 생겼다면서? 세미나에도 가끔 보고될 정도로 인기 많던데. 뭐, 나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 1학년 중에서 너만큼 실력 좋고, 열심히 활동하는 애는 별로 없으니까.”

“그,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아니, 열심히 활동하기는 했는데 그 정도라고?

내가 생각해도 괴물처럼 히어로 활동과 의뢰를 병행하면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긴 했다.

그런데 세미나의 회계인 그녀가 저렇게 평가할 정도라면 정말 열심히 활동하기는 했나보다. 묘한 뿌듯함이 몰려와서 헤실거리니 유우카도 피식 웃었다.

‘근데 팬클럽은 뭐냐.’

유우카가 내뱉은 말 중 유일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나한테 팬클럽이 있다고? 왜 나는 몰랐는데.

왜 니들만 알고 있는 거냐. 나도 좀 알려줘, 제발.

“그보다, 문제라도 있어? 곤란해보이던데.”

“아. 샬레 사무실을 가려고 하는데 위치를 모르겠어서요.”

“그래? 그럼 내가 안내해줄게. 나도 어차피 거기로 갈 생각이었으니까. …선생님께서 ‘오늘도’ 쓸데없는 낭비를 하셨거든. 하하하.”

“아하, 그렇군요…….”

어느새 품에서 꺼내든 영수증을 손으로 꽉 쥐며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유우카.

게임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모습에 나는 쓰게 웃으며 유우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구우우웅-

몇십초 가량이 흐르자 목표로 하던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나와 유우카는 함께 내리며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사무실 팻말이 걸린 문으로 다가가려던 그 순간.

“히이로. 잠시만 비켜줄래?”

“네?”

유우카의 말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자,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은 그녀가 문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선─생─님──!!”

유우카가 큰 소리로 소리치며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

아니, 정확히는 분노로 가득차 돌진한 것에 가까웠다.

“으악! 유우카, 미안! 뭔진 모르겠는데 용서해줘!”

“먼저 사과만 하신다고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는거에요?! 제가 분명히 전에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만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하, 하지만……!”

“하아. 안되겠어요. 선생님, 지금부터 반성회를 시작- 앗! 어딜 도망가시는 거에요!”

안쪽에서 들리는 유우카의 잔소리와 선생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게임에서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며 문으로 들어서자 보인 것은 어느새 화장실로 대피하는 선생의 모습.

그 뒤를 쫓아가다 나를 발견하곤 멈춰서며 분을 삭히는 유우카의 익숙하다면 익숙한 모습이었다.

“하아, 미안. 못볼 꼴을 보였네.”

“아니에요. 두 사람 모두 사이 좋아보이시던데요.”

“그, 그런거 아니야! 난 그냥 선생님을 보좌하려고……!”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그렇다는데 그런거겠죠. 암암.

믿진 않았지만 본인이 그렇다니까 난 대충 넘어갔다.

그리고 몇십초 뒤, 선생이 유우카의 눈치를 보며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유우카의 곁에 내가 있는 모습을 보곤 안색을 확 밝히더니 ‘살았다!’ 라는 표정을 짓는 모습.

유우카는 그런 선생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음.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처음부터 저런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는 선생이 나중에는 진지하게 모두를 이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뭐, 사람은 모두 다른 면모가 있는 법이니까.

원래 살면서 누구나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법이다. 본모습과 거짓을 구분하는게 간단할 리가 없지.

뭐 그래도, 일단 첫인상으로만 평가를 내리자면-

‘잘생기긴 했네.’

확실히 미남이었다. 개연성이 확실히 있다.

물론, 그렇다고 누구나 한눈에 반하거나 할 정도는 아닌거 같기도 했다.

물론 난 정신이 남자라 미남을 보더라도 ‘오 잘생겼네’의 감상이 전부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친근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확실히 게임에서도 그랬듯 학생에게라면 모두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한다. 그야말로 은사라 해도 좋을 정도로 ‘좋은 선생님’의 표본인 느낌이었다.

이러니까 샬레의 인망이 높아지고, 유명세를 탔겠지.

그런 점에서 샬레의 선생은 믿을만했다.

그렇게 잠시 선생을 관찰하며 상념에 잡겨있을 무렵, 선생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네가 전에 연락줬었던 ‘나나시 히이로’구나? 반가워. 나는 샬레의 선생, 간단히 선생님이라고 불러줘.”

“나나시 히이로라고 합니다.”

일전에 프롤로그에서 잠시 눈을 마주쳤던 것을 제외한다면 이번이 본격적인 첫만남이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선생과의 친분은 필수인 만큼, 그와 가까워지는 것이 선목표이리라.

나는 작게 미소지으며 선생의 손을 맞잡았다.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이 세계의 진짜 주인공.

그와의 만남이 성공적으로 성사되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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