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2
내가왜그걸까먹었을까.
나는분명납치사건때릴리스의앞에서당당하게네크로노미콘에대한말을했었다.
그리고릴리스는몸을움찔거리며반응했었지.
그반응은네크로노미콘이어떤것인지아는눈치였다.
릴리스는굳은표정으로나를내려다보고있었다.
사실을숨긴다면모를까알아낸사실을부정하고싶지는않았다.
“네,읽었어요.”
“얼마나,어디까지.”
“진짜얼마안읽었어요.아우터갓에대한설명-”
“그내용을다읽은거야?”
“아뇨,첫부분만대충읽고넘겼어요.”
그러자릴리스는가슴을쓸어내리며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
“…다행이네.정말다행이야.”
이내릴리스는도끼눈을뜨며팔짱낀내팔뚝을꼬집었다.
“너어!그런중요한사실을나한테숨긴거야?왜말안했어?”
“야앗!릴리스잠깐-”
“이건좀혼나야해.그책이얼마나위험한건지알아?”
“죄송해요….”
나는고통에얼굴을찡그리면서릴리스에게고개를숙여보였다.
“네크로노미콘은인간이읽어도될책이아니야.도대체그걸어디서났길래….”
이에나는도서관금지구역에관한이야기를털어놓았다.
레티의부탁으로들어간것이나,그안에서내가무엇을발견했는지.
이야기를들은릴리스는황당하다는표정으로말했다.
“잠깐,뭐라고? ‘르뤼에이본’, ‘에이본의서’, ‘아스테의노래’?그괴서들이왜여기에있는거야?”
몰랐던사실이지만네크로노미콘옆에꽂혀있던책들도전부외신과관련된금서들이었던모양이다.
“걔네들도읽었어?”
“아뇨….아,하나는겉표지만봤어요.”
“뭐.”
“르뤼에이본이요.이상하게생긴문어대가리가그려져있던데요?”
“…문어대갈…?”
잠시벙찐표정이었던릴리스는점차놀라움반웃음반이섞인표정으로바뀌었다.
“음,그래.문어대가리…음,맞긴하지.”
“네크로노미콘에선크툴루라고부르던데요?”
“맞아.르뤼에이본은그크툴루에대해써진책이야.”
그렇다면다른책들도?
‘이상성욕야설이아니었단말이야?’
하긴네크로노미콘부터가아니긴했다.
“네크로노미콘은어디있어.”
릴리스의질문에나는반사적으로답했다.
“릴림이먹었어요.”
“…뭐?내가?”
어리둥절한표정의릴리스를본나는아차싶어,그런말이나오게된계기까지털어놓았다.
“…총장과히프노스가널만났었다고?드림랜드나온직후에?”
“네.잔소리만잔뜩들었어요.”
“그럴만하지.무려네크로노미콘인데.네가말한책들,아니다…모르긴몰라도그책장전체를따져봐도가장위험한책이네크로노미콘일거야.”
…상상이상의물건이었구나?
“아무튼그책은지금어디있어?”
나는교복주머니에서네크로노미콘을꺼ㄴ-
“멈춰!누가그걸주머니에….”
그런내손을붙잡아멈추게한릴리스는빠르게주변을둘러보더니.
“일단돌아가자.”
더산책할여유도없었고,워낙릴리스가강경한반응을보였기때문에나는얌전히릴리스의인도에따라방으로돌아갔다.
방에도착한릴리스는허공에손을휘저었다.
철컥철컥
무언가가잠기는듯한소리가울리고그제야안심했는지릴리스는한숨을푹내쉬었다.
“꺼내봐.”
교복주머니에서네크로노미콘을꺼내릴리스에게건네주었다.
책을받아든릴리스는책장을훌훌넘기며내용을빠르게확인했다.
순식간에마지막페이지에도달한릴리스는무언가를확인하고는고개를끄덕였다.
“진본이네.오차도없고,번역도잘해놨어….마지막장을제외하고는.”
마지막?
그러고보니뒷부분은하나도못읽어봤는데.
책을덮은릴리스는서늘한눈길로나를째려보았다.
분위기를읽은나는스르륵릴리스의앞에무릎을꿇었다.
“숨겨서죄송합니다.”
“왜숨겼어.”
“릴리스에대해서더자세히알아낼기회라고생각해서….”
“그건뒷조….”
릴리스는잠시말을멈추고고개를슬며시돌렸다.
마치뭔가찔리는부분이있는것처럼.
릴리스는날카로움이조금줄어든말투로말을이었다.
“아무튼.엄청위험했어.알아?”
“……”
“네크로노미콘을읽으면대부분의사람들은미치는걸로모자라스스로목숨을끊어.그만큼이책의내용은인간들이받아들이기어려운거라고.”
서론에서도적혀있긴했지만…
생각보다더위험한책이었구나..?
릴리스가화낼만했다.
“…궁금하면물어보지.”
“네?”
고개를들어바라본릴리스는…..어…
“물어보면다알려줬을텐데.”
눈을가늘게뜨고볼이살짝부푼,거기다가입술이살짝튀어나온…..
‘……설마.’
“…릴리스,혹시삐지-”
“아냐!”
강한부정은강한긍정이랬다.
삐졌네.
근데왜?
잠시고민하던나는얼마안가답을찾아낼수있었다.
‘…내가본인을신뢰하지않아서..?’
이얼마나귀여운반응이란말인가.
나는잠시머리를굴려서어떻게하면이귀여운외신님을달래줄수있을지고민했다.
“릴리스.”
“그만.”
“뭘 했다고요?”
“표정만봐도알겠어.나설득하려는거지?”
“아니라곤말못하겠네요.설득할기회를주면안될까요?”
“쓸데없이솔직해선….”
이내릴리스는어디한번말해보라는듯고개를끄덕였다.
나는벌떡일어나서릴리스에게다가갔다.
“릴리스.”
“으,응?”
갑작스런움직임으로놀란건지말을더듬는릴리스.
나는그런릴리스를품에안았다.
“으읏,이건사기잖아….너무해….”
저렇게말하면서도찰싹달라붙어내머리에볼을부비적거리는릴리스.
나는그감각을느끼면서천천히입을열었다.
“죄송해요.릴리스에대해서더자세히알고싶다는마음에무리를한것같아요.”
“그럼나한테-”
“물론릴리스한테물어보면전부답해줬겠죠.하지만전그럴용기가없었어요.”
“용기가?”
“네. ‘릴리스가부담스러워하면어쩌지?’, ‘릴리스가싫어하는말은듣기싫은데’ 등등….그리고,”
나는잠시멈춰다음말을고민하다가피식웃었다.
“릴리스는저에대해서전부아는것같은데,정작저는릴리스에대해서아무것도아는게없는것같아서자존심도상했고요.”
“나라고너에대해서다아는건아니야.이번일만해도….”
“알아요.제가틀렸다는거이제는알고있어요.무엇보다,이책의존재자체가릴리스에게부담이될까봐숨겼어요.”
내가릴리스를만나기전,혹은훨씬이전에쓰여진책일것이다.
릴리스의흑역사가적혀있을수도있다는말이다.
실제로네크로노미콘에묘사된릴리스는내가아는것과달랐으며나는책을본것을후회했다.
그런릴리스는알고싶지않았기때문이다.
내가릴리스라면자신의이야기를내가읽는것이상당히불편했을것이다.
‘내가미쳤지.왜그걸펼쳤을까.’
아마알량한자존심때문이겠지.
내잘못이었다.
따라서앞선말은전부변명.
사실내가할수있는말은하나밖에없었다.
“죄송해요.”
눈을꾹감고릴리스의반응을기다린다.
화내면감내할것이고투정부리면달래줄것이다.
그렇게기다리고있자니릴리스가내품에서중얼거렸다.
“봤어?”
“네?”
“네크로노미콘에묘사된나.”
“…봤어요.”
릴리스의몸이움찔,떨렸다.
“…실망…..했어?”
예?
아니지금무슨말씀을…
어이가없어서말을못하고있자그걸또다르게해석한건지릴리스가내품으로파고들었다.
“그,그건내가철없을때의이야기고….이전의식사는전부아바타로한거라본체는처ㄴ-”
나는까치발을들어서릴리스의입술을내것으로틀어막았다.
더이상말하면이후에릴리스가땅을치고후회할것같아서,
지금이라도말못하게막아야겠다싶었다.
입술을뗀나는릴리스가입을열기전에빠르게말했다.
“실망했을리가없잖아요.릴리스가과거에뭘했든간에저는실망하지않아요.이전이어쨌든지금내눈앞에있는사람은제약혼녀니까요.”
어찌보면무책임할수도있는말이지만….
‘어쩌라고.’
이미눈이돌아갈데로돌아간나다.
현재도아니고과거의일인데그것가지고뭐라하기에는,내가릴리스한테너무빠져버렸다.
“…정말?”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릴리스의 등를 토닥토닥 두들겨줬다.
과거가이상하면어떤가,앞으로가중요하지.
과거에실수를저지른날보다더많은날을제대로보내면될일이다.
“그럼요. 저는 절대 실망 안 해요.”
“…응.고마워.”
물기가느껴지는릴리스의목소리.
릴리스의몸은조금씩떨리고있었다.
이에나는떨림이가라앉을때까지포옹을풀지않았다.
—-
시간이조금지나고,감정을추스른릴리스가포옹을풀었다.
이어서릴리스의시선이어딘가로향했고그걸따라가보자네크로노미콘이있었다.
“릴리스가원한다면없애버려도돼요.”
내말에잠시고민하던릴리스는이내놀라운말을꺼냈다.
“아예같이읽어볼래?”
“….예?”
아니뭐라고요?
“생각해보니까나쁘지는않겠더라고.나름시각자료도있으니까이해하기편할것같아.”
“아무리그래도….애초에평범한사람이본다면미쳐버린다면서요?”
금새자신의페이스를회복한릴리스가당당한표정으로나를가리키며 말했다.
“넌평범하지않으니까.넌내계약자이자,연인,약혼자야.이만큼특별한존재가어디있어?”
그것도그렇긴하지만….
“마침잘됐어.나와함께살아가는이상어쩔수없이외신들과의연관성이생길거야.되도록안생기면좋겠지만숨긴다고숨길수없는존재들도많으니까.차라리먼저알아버리는게나을수도있어.”
릴리스는제자리에서한바퀴돌았다.
그러자릴리스의복장이순식간에바뀌었다.
바뀐옷은기다란로브였다.
가운데에는아카데미문장이박혀있는로브.
상당히익숙한것이었다.
“…교수님?”
무려아카데미교수님들이입는정복이었다.
고양이모습으로수업을같이들을때눈여겨본것일까,교복때도그랬지만참퀄리티좋은복제품이었다.
거기다가어디서난건지외눈안경까지코에얹은릴리스는네크로노미콘을집어들어첫장을펼쳤다.
그모습이정말로수업을준비하는교수님같아서웃음이나왔다.
침대에앉은릴리스는자신의옆을팡팡두드렸다.
곁에가서앉자어깨를붙이고밀착한릴리스가책을서로의무릎사이에펼쳐두었다.
“제1장,그레이트올드원과아우터갓.”
“…진짜읽을려고요?”
“그럼,진짜지.아,맞다.”
갑자기고개를번쩍들어올린릴리스는내앞머리를올리더니이마에입을맞췄다.
“갑자기무슨..?”
“축복이야.일종의정신방벽을쌓았어.읽고미칠일은없을거야.”
그렇다면다행이지만…
릴리스가페이지를천천히넘겼다.
“그레이트올드원과아우터갓의정의는알고있어?”
“대충….그레이트올드원은힘센외계인,그리고아우터갓은우주를초월한신.맞나요?”
“…그렇게말하니엄청쉬워보이네.그래도뭐,맞아.그래도가끔이지만그레이트올드원중에서도아우터갓만큼이나강력한존재들이있어.대표적으로는….얘.”
페이지를촤라락넘긴릴리스는한곳에서멈췄다.
상당히익숙한문어대가리가보인다.
“크툴루요?”
“응,얘는족보만따지면나의먼친척이라고할수있어.”
“???”
나는책에있는삽화와릴리스를번갈아가며보았다.
‘아니,이게친척..?’
도대체핏줄에뭐가섞였길래이렇게차이가많이나는거지?
내시선을본릴리스미소와함께답을주었다.
“아우터갓이나그레이트올드원이나모두다딱히외형적으로나일치하는부분은없어.출산보다는창조에가까운방법으로태어나니까.”
아무리그래도문어대가리라니….
그나마유사점이라고는릴리스의머리카락촉수밖에없었다.
그뒤로도릴리스는페이지를한장,한장넘기며그레이트올드원과아우터갓에대해설명해줬다.
그녀의말대로삽화가있으니이해는쉬웠지만….
‘너무역겹게생긴거아냐?’
나는내가만난외신이릴리스임에감사했다.
저런외신이라면내쪽에서거절이다.
“다음은아우터갓.눈여겨볼만한존재들은….일단얘.우보사틀라.”
좀징그럽게생긴삽화가눈에띄였다.
탁한색의젤라틴덩어리처럼생겼는데,표면으로온갖동식물의모습이마치사람의손처럼뻗어져나와있었다.
“저번에말했던최초의생명체를만든아우터갓이바로얘야.지구종족의창조주라고할수있지.”
…도저히숭배할맘은들지않는창조주였다.
“다음은….아,여깄다.슈브니구라스.”
나는순간구역질이치솟을려는것을참아내야했다.
“…도대체뭐하는신이예요?”
특이하게도삽화가여러장들어가있었는데전부생김새가달랐다.
가장큰삽화에는염소의것으로보이는뿔과발굽이달린거대한구름이그려져있었다.
거기서끝났으면좋으련만,검은구름에는수많은촉수가달려있어상당히징그러운모습이었다.
심지어다른삽화는더충격적이었다.
무려여성의생식기가다닥다닥붙어있는거대한살덩어리였다.
“으윽…”
“미안,조금부담스럽지?슈브니구라스는다산의신이야.그래서저렇게여성기가강조되는모습을하고있어.”
다산의신이라면보통따뜻한어머니같은이미지아닌가요?
저건아무리봐도괴물인데…
“동시에생명체의창조를관장하는신이야.앞서보여준우보사틀라의상위격존재로서아우터갓이아닌우주최초의생명체를낳은것이바로슈브니구라스야.”
그렇단말은이신이진정한창조주라는말인데….
“차라리우보사틀라가났네요.”
“푸흐흐…그래?참고로슈브니구라스도내친척이야.심지어사촌관계라꽤나가깝지.”
사촌?!
저괴물과릴리스가??
진짜연결성이라고는1도없는가족들이다.
“다음은슈브니구라스의남편이자,아우터갓들의임시수장,요그소토스야.”
릴리스는바로다음페이지를펼쳤다.
그페이지에묘사된외신은그나마슈브니구라스보다는볼만했지만,상대적으로그렇단말이지절대적으로는기괴하게생겼다.
마치알이주렁주렁달린포도처럼생겼는데하나하나가요사스런색을띄고있었다.
“수장이라면이외신이가장강한아우터갓인거예요?”
“으음….일단은그렇게봐야지.요그소토스는아우터갓들중에서도좀특별한위치에있거든.”
릴리스는손가락으로벽에걸린시계를가리켰다.
“시간.”
이어서바닥을가리켰다.
“공간.”
릴리스는내눈앞에서양손을맞잡았다.
“합쳐서시공간.요그소토스는이시공간을초월한신이야.다른아우터갓들도요그소토스의눈에선벗어나지못해심지어지금도우리를지켜보고있을거야.”
“네?!”
화들짝놀라주변을두리번거렸지만당연히아무것도보이지않았다.
“걱정마.요그소토스는평범한세계에는관여하지않으니까.오로지멸망에다다른곳에나타나지.”
“…그럼이요그소토스라는신은진짜전지전능한거예요?”
그러자릴리스는고개를저었다.
“딱하나.요그소토스마저알지못하는,이런요그소토스와도차원이다른격을가진존재가있어.”
나는릴리스의말이이해가되지않았다.
시공간을초월한신보다더강한신이있다고?
엄청난스케일에감이잡히지않았다.
릴리스는페이지를한장넘겼다.
그페이지에는….
“엥?”
아무것도그려져있지않았다.
글도몇줄적혀있지않았다.
하지만이름만은또박또박적혀있었으니,
나는그것을천천히발음해보았다.
“아자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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