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0
어지러웠다.
나를제외한모든것이이리저리흔들리는것같았다.
바닥도흔들흔들
문짝도흔들흔들
침대도흔들흔들
하지만유일하게흔들리지않고멀쩡하게서있는존재가있었으니.
나는꿈결에그사람의이름을불렀다.
‘…릴리스?’
릴리스가내게가까이오라는손짓을했다.
이에나는곧장달려가고싶었지만이상할정도로몸이무거웠다.
때문에천천히,나조차도지칠정도로느릿하게릴리스에게다가갔다.
그순간등뒤에서이상한소리가들려왔다.
-■■■■
‘…뭐?’
-■■■■
‘무슨소리인지모르겠어.’
그러자그소리가점점일그러지더니내가알아들을수있는소리로바뀌었다.
-이쪽으로
그목소리는나를부르고있었다.
‘하지만릴리스가저기있는데?’
릴리스가나를부르고있었다.
정체모를목소리보다는당연히릴리스의부름에따르는게옳았다.
목소리를무시하고릴리스에게한발자국더다가가자.
-이리와
목소리가변화했다.
어둡고부정적인감정이가득들어간목소리.
듣기만해도소름이끼치는….
어디선가들어본것도같았지만도저히기억이나지않는다.
‘싫어.’
거절하며다시릴리스에게다가가려했지만.
-이리와!
목소리에알수없는힘이담겼다.
공기를울리는것같은그힘에몸이저절로돌아갔다.
‘어…어어?’
몸이말을듣지않았다.
저절로목소리를향해움직이는몸.
‘멈춰!’
고개만간신히돌려보자릴리스가멀어지고있었다.
‘안되는데….릴리스,실망할텐데….’
지금당장이라도릴리스에게가고싶었다.
하지만그바람이무색하게목소리에게로가까워지고있었다.
어느새바로앞에서들리는것같은목소리.
그러자갑자기.
우우웅!
무언가가진동하는소리가들렸다.
설마하며고개를숙여보자교복칼라에달린뱃지가진동하는것이었다.
그것을보자정신이확들었다.
발이움직이며목소리에게서몸을돌린다.
다시릴리스에게로향하려고했지만,돌연어둠속에서무언가가튀어나와내사지를붙들었다.
‘이거놔!’
-이리와.
강제로몸이끌려간다.
가까워진목소리에담긴것이다시변화한다.
-내게줘.
‘뭐를?’
-줘.
나는보이지는않았지만어둠이내게입을벌린것같다고생각했다.
-줘.
‘으아악!’
잡아먹힌다.
그렇게생각하자끝없는절망감에다리가후들거렸다.
그런데그순간.
우우웅!
진동이느껴졌다.
뱃지에서느껴지던것과는다른,
조금더부드러우면서잔잔한진동.
그진동은내가슴안쪽에서부터느껴졌으며천천히전신으로퍼져나갔다.
우우우웅!
이윽고내가슴쪽에서빛이흘러나왔다.
액체처럼흘러서진동을따라전신으로퍼진빛은너무도찬란하여어둠을밝게비추었지만,내시야에는전혀지장이없었다.
거추장스럽긴커녕오히려익숙한것이,
마치내신체의일부인것만같았다.
빛은어둠을밀어내었으며내사지를감싼어둠또한조각조각찢겨져녹아내렸다.
구속이풀리자나는그즉시릴리스에게로달려갔다.
늘그렇듯이나를기다려주고있던릴리스.
그녀의따뜻한품속으로뛰어든그순간.
—-
“허억!”
아서는두눈을번쩍떴다.
벌떡일어난그는미친듯이두근거리는심장을부여잡으며숨을골랐다.
한참을그러고있던아서는무언가이상함을눈치챘다.
‘…왜밝지?’
분명자기직전에릴리스가커튼을내렸을텐데…?
그리고시선을내려본아서는그원인을알수있었다.
‘…?’
그의가슴이빛나고있었다.
꿈에서보았던찬란한광채가현실에도있었다.
그것을멍하니쳐다보던아서는천천히손을들어올려서.
철썩!
스스로의뺨을갈겼다.
‘…아파,힝.’
너무세게때렸다.
어쨌거나뺨에서느껴지는아찔한통각에서추측컨데여긴현실이었다.
그리고그의가슴에서흘러나오는이빛도현실이었다.
“리,릴리스일어나보세……어라…?”
아서는릴리스를깨우기위해옆으로고개를돌려봤지만그녀는이미깨어서그의가슴을바라보고있었다.
“나도방금전에깼어.”
사실잠자고있는아서를보느라애초부터깨어있던릴리스였지만,굳이말하지않기로했다.
“어떻게알고요?”
마침적당한변명이있기도했고,
릴리스는아서의목,정확하게는칼라에뱃지를가리켰다.
“그게갑자기울렸어.”
꿈에서만이아니라현실에서도울린모양이다.
‘성능한번확실하네.’
“그나저나이거….”
아서는자신의가슴을가리켰다.
“…뭘까요?”
몸을일으킨릴리스가아서의옆에앉아손을뻗었다.
그의가슴에손을올린릴리스는눈을감았다.
“저기-”
“조용.”
“…넵.”
엄격한릴리스의일침에아서는굳은자세로가만히앉아있었다.
이윽고릴리스는한숨과함께손을뗐다.
“뭔지알아냈어요?”
“…응.”
아서는두눈을반짝였다.
‘손만댔는데그걸알아내다니…역시릴리스야!’
“뭔데요?”
아서질문에릴리스는그를힐끔쳐다보았다.
릴리스는이걸말해줘야하나마나고민했다.
잠시고민하던릴리스는천천히입을열었다.
“꿈에서무슨일있었어?”
“꿈….네.있었어요.”
“자세히설명해봐.”
아서는꿈에서느낀것들을최대한자세히설명해주었다.
“목소리?”
“네,저번에도들었던거예요.”
“저번?이런목소리를자주들었어?”
“자주….는아니지만그래도최근에몇번들었어요.”
“언제인지기억해?”
“음….”
기억을돌이켜본아서는그목소리를들은때면항상안좋은일이일어났었던것같다고생각했다.
“…제가릴리스품에서울었던날기억해요?”
“악몽을꿨다던그날?”
“네,그날하고….음,제가그….사고를당한직후에….”
“사고?아…!”
릴리스는아서가말하는게무엇인지알아챘다.
‘그때그악몽….설마이번에도..?’
혹시나하며릴리스는아서의이마에손을올렸다.
힘을살짝불어넣어확인한결과.
‘…역시.축복이지워져있어.’
다시걸었던악몽을쫓는축복.
그것이깔끔하게사라져있었다.
이번에는나름힘좀써서건축복이었기에충격은더컸다.
릴리스는결국인정할수밖에없었다.
‘누군가가아서를노리고있어.’
그것도상당히강한,어쩌면릴리스자신보다더강력한존재가.
‘하지만누가?그리고어째서아서를?’
릴리스의시선이자연스럽게빛나는가슴으로향했다.
‘설마….’
“릴리스?”
릴리스의굳은표정을본아서는불안한마음에그녀를불렀다.
이에릴리스는애써표정을관리했다.
‘어떡하지?아서한테전부말해야하나?’
하지만굳이불안감을심어주고싶지않은릴리스다.
그녀보다강한존재는외신밖에없다.
무려외신이노리는거다.
그사실을안다면아서가얼마나불안해할까.
하지만그렇다고무작정숨기기만할수는없는노릇이다.
“그빛은아서너의생명력이야.”
“생명력이요?릴리스가먹던그..?”
“맞아.”
“…그게이렇게보이는거였어요?”
물론아니었다.
그게다보인다면생명력을보여주는고대마법이왜있겠는가.
하지만릴리스는우선그를안심시키기위해거짓을말하기로했다.
“생명력이좀강한사람들에게나타나는현상이야.희귀한사례긴하지만종종있어.”
“…그런가요?”
아서는그빛이자신의생명력이라하자신기한마음에빛을손가락으로훑어보았다.
릴리스는그런아서를복잡한눈길로바라보았다.
그가들은목소리,악몽.
넘쳐난나머지육안으로보이는생명력.
둘사이에어떤연관성이있는것은틀림없으나,그게과연아서에게좋은것일지…
릴리스는불안한마음에무심코.
스윽…
그의어깨를당겨서품에안았다.
따뜻했다.
불안한마음이조금은가시는것같았다.
“릴리스?”
영문모른표정으로릴리스를올려다보는아서.
그모습에릴리스는굳게다짐했다.
반드시그를지켜주리라고.
이순진무구한존재를끝까지지켜줄것이라고.
릴리스는빠르게머리를굴렸다.
터져나온생명력.
솔직히상태자체만두고본다면나쁘지않았다.
저빛이라면아서를악몽에게서지켜줄수있으리라.
설사악몽이그를덮쳐도저찬란한빛으로물리칠수있을것이다.
그리고생명력이넘친다고몸에해로울것은전혀없었다.
오히려좋은일만생기지.
단지…
“그나저나릴리스.이빛은어떻게못끄는건가요?”
그래,일단외견부터가이상하지않은가.
그리고저상태그대로내버려두면빛은점점더많이흘러나올것이고,그는언젠가온몸에서빛을내뿜고있을것이다.
정말로 ‘빛의인간’ 이라는수식어가아깝지않을것이다.
릴리스는그사태가벌어지는것을원하지않았다.
만약아서가정말로그수식어의주인이라면,최악의상황이벌어질수도있으니까.
릴리스는그런가능성에대해애써신경을돌리며현상황을바라보았다.
우선저빛을해결해야했다.
“아서,침대에누워봐.”
“네?”
“그빛을잠재울방법을떠올렸어.”
“정말요?”
해맑게웃은아서는릴리스의지시에따라침대에누웠다.
그순진무구한모습에릴리스는싱긋웃으며그의위로올라갔다.
“리,릴리스?”
“왜?”
“지금….뭐하시는…?”
릴리스는어리둥절한표정으로잠시상황을돌이켜보았다.
‘아….’
자세가좀그랬다.
이에장난기가솟은릴리스.
은근한표정으로그의몸에자신의몸을겹쳤다.
밀착한그자세에아서의얼굴이붉게달아오른다.
“우선지나치게솟아난생명력을뽑아내야해.그러기위해선….”
말끝을흐린릴리스는손가락으로그의가슴을쓸어내렸다.
그야릇한움직임에아서는온몸에소름이돋는것을느꼈다.
“시,식사!식사정도면되지않을까요!”
눈을질끈감으며그렇게외치는아서의모습에릴리스는웃음을참지못했다.
“푸하핫….그럼당연하지.뭘생각한거야?”
그러자귀끝까지벌겋게달아오른아서.
릴리스는빙긋웃으며그의입술에다가갔다.
“좀많이빨아들일 거야.몸에힘이쭉빠지고나른해질수도있어.그리고좀추울거야.”
“여태껏멀쩡했으니까이번에도-”
“평소에다섯배는빨아들일 거야.”
“…오.”
“입벌려.”
아서가입을벌리자릴리스는생겨난구멍을입술로막았다.
평소처럼서로의타액과혀를교환하며사랑을나눌틈은없었다.
오로지생명력을빨아들이기 위한행위.
이윽고아서는릴리스가한말에의미를이해할수있었다.
생명력이빠져나갈때의서늘한감각.
이어진감각은평소의그것과는차원이달랐다.
‘추워..!’
아서는온기를찾아무의식적으로릴리스를꼭껴안았다.
릴리스또한그런아서를최대한품어주며흡수를이어갔다.
그러기를한참,릴리스는표정을찡그렸다.
‘예상보다넘쳐나온생명력이많아.’
그렇게빨아냈는데도아직3분의1이나남았다.
이이상은받아내는릴리스도버거웠다.
결국흡수를멈춘릴리스.
아서는 서늘한 감각에 추운 나머지 몸을 떨고있었다.
이에릴리스는입을떼는대신에오히려더밀착하며혀를집어넣었다.
흡수로인한서늘함을없애주기위한열정적인입맞춤.
그열기를받아내는아서의떨림이점차가라앉았다.
마침내입을뗀아서와릴리스는한동안숨을골랐다.
“허억….헉….이제된거예요?”
아서는자신의가슴을내려다보았다.
분명빛이약해지긴했지만여전히보이긴보였다.
‘어떡하지…여기서더는무리….아!’
기발한아이디어를떠올린릴리스는단박에표정이밝아졌다.
빛의힘으로악몽을몰아내는동시에빛을잠재울방법.
간단했다.
‘이생명력의빛을기반으로축복을완성시킨다면..!’
가능할지도몰랐다.
릴리스는즉시실행에옮기기로했다.
“이번에는조금씩여러번빨아들일 거야.참을수있겠어?”
아서는고개를끄덕였다.
흡수에이은입맞춤으로어느정도회복이된아서였다.
둘은다시입을맞췄다.
아서의생명력을빨아들인 릴리스는그것을삼키는대신입에머금었다.
입안에고인생명력으로축복을만든릴리스는아서의이마에입을맞췄다.
새겨진축복을확인한릴리스는자신의아이디어가옳았음을깨닫고고개를끄덕였다.
‘됐어!이방법이라면…!’
이어서릴리스는아서의생명력을빨아들이고,축복에부여하기를반복했다.
어떤악몽이라도물리칠찬란한축복을만들기위해힘을불어넣는작업이었다.
아서는그런릴리스를멍하니바라보고있었다.
‘…볼빵빵릴리스귀엽다.’
그런생각을하며몸을온전히릴리스에게넘긴아서.
자신을위해릴리스가노력하는모습을보니든든한마음과함께미안한마음도들었다.
이마음을보답하기위한방법.
‘반지,최대한멋지게건네줘야지.’
마침내빛이거의보이지않을정도로줄어들자릴리스는오가기를멈췄다.
그리고아서의가슴에손을올렸다.
생명력이흘러나오는구멍을최대한줄일려는것이다.
이런짓은평소생명력을자주접하던릴리스나할수있는특기였다.
다량의생명력을흡수한릴리스였지만그런그녀의힘으로도아서의구멍을완벽하게막기에는부족했다.
작은틈수준으로줄어든구멍이지만언젠가는다시터질것이다.
릴리스는그날이최대한천천히오기를바라며손을뗐다.
“휴우~됐어.이제안보일거야.”
사실아예사라진것은아니지만인간의눈으로는알아볼수없을정도로미세한양이었기에릴리스는여기서만족하기로했다.
연이은흡수로진이다빠진릴리스는그대로아서의위로늘어졌다.
그러자그녀의머리에올려지는아서의손.
쓰담쓰담….
“수고했어요릴리스.고마워요.”
“아니야…이정도는거뜬-”
거뜬하다,라고말하기에는힘든것도사실이었으며무엇보다….
‘…가끔은어리광도부리고싶단말이지.’
아서의어리광을받아주는것도기쁘지만이렇게품에안겨있는것도상당히좋았다.
“나힘들어.”
갑자기말을바꾼릴리스지만아서는그런릴리스를부드럽게쓰다듬어주었다.
“죄송해요.저때문에….”
그러자릴리스가얼굴을불쑥내민다.
“죄송하면어떻게해야할지알지?”
아서는싱긋웃으며릴리스가가장듣고싶어할말을들려주었다.
“사랑해요, 릴리스.”
이에해맑게웃은릴리스는기쁘게답해주었다.
“나도사랑해. 아서!”
아서는릴리스를꼬옥껴안으며입술을겹쳐왔다.
릴리스는그와입을맞추며생각했다.
‘그목소리의주인이뭐가되었든상관없어.’
‘내가지켜줄게영원토록….’
[!– Slider main contai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