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9
“후우….”
세면대거울에비친나는얼굴이잔뜩붉어져있었다.
‘미치겠네…오늘따라왜저렇게적극적인거지?’
곰곰히생각해보자잊고있던것이떠올랐다.
…설마?
품에손을넣어보자딱딱한케이스가잡혔다.
‘…세탁마법!그걸걸면서본건가?’
하지만그렇다고한들반지를받아내기위해서저렇게까지한단말인가.
그럼정말로반지를건네주고내후년에결혼까지끝낸다면….
머릿속에떠오르는것은웨딩드레스차림의릴리스.
-드디어부부사이네아서.
-이제할수있지…?
-오늘잠잘생각하지마.
새빨간눈의릴리스가나를내려다본다.
-사랑해아서….
…소름이오소소돋아났다.
릴리스라면진짜저럴것같은게포인트다.
“…죽을수도…..”
두가지중하나일것이다.
행복해서죽던가,
지쳐서죽던가.
뭐가되었든간에살아남을가능성은보이지않았다.
한번생각의물꼬가터지니죽죽이어지는상상의나래.
세면대에무언가가툭닿았다.
‘….또?’
—-
시간이좀지나고다시세면대앞에선나는애써거울을보지않고칫솔을들어올렸다.
칫솔에치약을쭉짜서입에넣으려던그때.
똑똑
“아서~안에있어?”
갑자기문을두드리고나를찾는릴리스.
불안한마음밖에들지않았지만무시할수도없는노릇이다.
“…네,있어요.왜요?”
“오랜만에제대로된음식을먹으니까좀찝찝해서말야.나도양치하게문좀열어줘.”
“…예?”
지금들어오신다고요?
나는다급히주위를둘러보았다.
흔적은다치웠다.
하지만냄새는?
숙소화장실에기본으로적용되어있는환기마법도이냄새만큼은지우지못하더라.
어째저번에도이런상황이있었던것같은데….
‘노린건가..?’
한번이면우연이겠지만두번이면의심해볼만하다.
“저…지금은….”
“왜,내가못볼거라도있어?”
볼건아니고, 못맡을건있죠.
“알았어.그럼난 ‘혼자서’, ‘쓸쓸히’, ‘외롭게’,부엌에서양치를해야겠네.”
저렇게말할건아니지않아요?!
목소리에서부터느껴지는아쉬움에결국.
벌컥
“…들어와요.”
“후훗,고마워.”
결국들여줬다.
그렇게나란히서서양치를하게된우리.
나는거울을통해서릴리스를힐끔쳐다보았다.
눈이딱맞았다.
그러자배시시웃는릴리스.
나는어색하게웃고고개를돌렸다.
‘으으….부끄러워..!’
냄새가나지는않았을까?
두번이라좀심할텐데…
애써잡생각을날려보내며양치를이어가던그때.
‘…그러고보니이렇게나란히양치하고있으니까,꼭…’
“그러고보니까말이야.”
“네,네?!”
상념도중에들려온목소리에화들짝놀라고말았다.
그런내모습에릴리스가웃으며말했다.
“그러고보니까이렇게나란히양치하고있으니까,꼭….”
내게가까이다가와속삭이는릴리스.
“…부부사이같지않아?”
마침릴리스도같은생각을한모양이다.
하지만이렇게가까이서말할건또뭔가.
치약거품에서나는샹쾌한향이코를찔렀다.
부담스러운마음에살짝거리를둘려고했는데.
꼬옥….
아예내뒤를점한릴리스다.
뒤에서부터느껴지는부드러운감촉에그만….
‘…제발그마안!!’
이대로라면몸이남아나지않을것같다.
빨리반지를건네서이유혹을멈춰야겠다.
‘새해까지얼마나남았더라?’
새해는이틀뒤였다.
그때까지는…..
‘…참아야지뭐.’
—-
치약거품을물로씻어내고화장실을나서려는데릴리스가가만히서있었다.
“난조금있다가나갈게.아직볼일이남아있어서.”
어라?릴리스는생리현상 없다고하지않았나…..아닌가?이번에는정상적인식사를했으니까할수도있나?
긴가민가했지만어쨌거나화장실을나섰다.
문을닫기직전릴리스의시선이쓰레기통에닿은것같았지만기분탓이거니싶었다.
침대에걸터앉아멍하니천장을바라보고있자니릴리스가화장실에서나왔다.
…뭔가상당히만족한듯한표정이었다.
“오늘은어디나가…..하아암….”
이런,말하던도중에하품이나와버렸다.
어제너무늦게잔나머지피로가덜풀린모양이다.
“아직도피곤해?”
“아뇨,이건그저-”
“거짓말.”
“….피곤해요.”
릴리스가날카롭게째려보며지적하자도저히거짓을말하지못하겠다.
사실피곤했다.
그것도엄청.
지금당장이라도릴리스의품에안겨서자고싶-
‘…나지금뭐래냐.’
“오늘은어디가지말고여기서쉴까?낮잠도자고.”
“아뇨,그정도는아니에요.”
피곤하긴했지만무작정자고싶지는않았다.
기껏얻은릴리스와의휴일이다.
개학하면이렇게자유롭게놀지만은못하니밖에나가서데이트를더즐기고싶-
풀썩
나를지나쳐침대에쓰러지듯눕는릴리스.
“…뭐하세요?”
릴리스는이불속으로꾸물꾸물들어가더니내쪽으로이불을활짝펴올렸다.
“이리와.”
“!!!”
같이누워있을때는몰랐지만,이렇게살짝떨어져서보니누워있는릴리스는참으로폭력적인모습이었다.
어느새저번데이트때처럼하늘하늘가벼운잠옷으로바뀐차림하며,
두꺼운이불로도산맥을만드는굴곡진몸매,
무엇보다….반쯤엎드려서나를보는자세다보니릴리스의풍만한언덕이매트리스에눌려서양쪽으로삐져나왔다.
자연스럽게시선이그곳으로집중되자릴리스가부드러운미소와함께말했다.
“우리아서….릴리스품에서코~잘까요~?”
신이시여,어찌하여저에게이런천국을….
저걸어떻게거절하란말인가.
정신을차려보니어느새나도이불속으로들어가고있었다.
마침내릴리스의품에안기자….
‘…천국이여기있었구나.’
성국의사제들이불쌍해졌다.
그들이애타게찾던천국이여기에있음을모르다니….
바깥은춥고건조한겨울이다.
하지만이곳,릴리스와함께있는이곳만큼은따뜻하고,포근했으며,부드러웠다.
잠이솔솔몰려온다.
그나마남아있는미련을통해애써제정신을유지하며릴리스에게말했다.
“하지만릴리스….데이트는어쩌고….”
그러자릴리스가말하길.
“나는이렇게꼭안고있는게데이트보다더좋은걸?”
“…사실저도그렇긴해요.”
밖에나가서노는것도물론재밌긴했다.
하지만이렇게꼭안고있을때면부드러운피부의촉감,릴리스의체향과숨결의달콤함,두근거리는심장소리.
내다양한감각이오로지릴리스로만차오르는것같았다.
온세상이나와릴리스만남은것같은기분.
나는그충만한감각이중독되고말았다.
잠에들기직전무언가를떠올린나는필사적으로고개를들어올렸다.
그리고나를부드러운눈으로내려다보는릴리스에게얼굴을들이밀었다.
“그러고보니이쪽식사는안했죠?”
“…그렇네.그럼굿나잇키스겸,해도될까?”
거절할이유가없었다.
“얼마든지요.”
배시시예쁘게웃은릴리스가나와입술을겹쳤다.
“츕….츕…베에….츄릅….”
부드럽고촉촉한혀가내잇몸을핥았다.
릴리스가혀를쓸 때면항상격렬한움직임이뒤따랐지만이번에는달랐다.
부드럽고,정적인키스.
전혀빠르지않았고느긋하게,그렇다보니서로의침이고여서좀끈적하게.
방금전에양치를해서그런가조금시원한느낌도있었다.
“츄르릅….츄릅….”
내타액을가져가는대신자신의것을맛보게해주는릴리스.
그상냥한움직임에머리가녹아내리는것만같았다.
혀과혀가얽힐때면움찔거리며찌릿한감각이등골을달려갔다.
길고긴키스가끝나고,은색실다리가이어지며입술이떨어졌다.
솔직히말하자면아쉬웠다.
계속해서입을맞추고싶었다.
릴리스의타액을더욱많이맛보고싶었다.
하지만여기서더한다면…..돌이킬수없을것같았다.
무엇보다하반신이슈가생겨서좀민망하기도했다.
딱달라붙어있다보니당연히릴리스도알아챘을것이다.
역시나면역시나,릴리스가싱긋웃으며속삭인다.
“어머,아래에서 뭐가찌르는데?”
이게다누구때문인데요…
이상태로는잠을자고싶어도못잤다.
조금진정할필요가있었다.
그러기위해선…
“릴리스.”
“응?”
“혹시그……자장가불러주실수있어요?”
그러자릴리스는해맑게웃으며고개를끄덕였다.
“너를위해서라면기꺼이.”
그러고 보니 릴리스의 노래는 처음 들었다.
저번에 자장가를 불러주겠다는 걸 내가 거절했었지.
목을가다듬은릴리스는천천히입을열었다.
“내곁에머물러요
내곁에머물러요.
눈을감고서로속삭이며
꿈의나라로떠나요.
밤하늘을덮어주고
달빛베개를내어줄게요
당신곁에있을게요
혼자라는생각은말아요.
포근한이순간이
우리마음품어주길
평화로운꿈속에서
서로만날수있기를
꿈결속의작은소망
당신의품에닿길바라요.”
릴리스의목소리는거르고걸러서마침내흘러나온한방울의물처럼맑고깨끗했다.
듣는것만으로도기분이좋아지는마법의목소리.
‘아니,노래마저잘하면어쩌자는건가요….’
워낙 목소리가 예쁜 릴리스였기에 어련히 잘 부르겠거니 생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로 잘 부르다니…
느릿하고부드러운노래가락에몸에힘이빠지는것이느껴졌다.
마침내자장가가사처럼꿈의나라로떠나기직전.
나는힘겹게입을열었다.
“으음…..잘자요,릴리스…..”
“응,잘자.아서.”
그리고잠결의경계에서마지막으로읊조린다.
“….사랑…해요…”
릴리스의대답을들은것도같았지만,흐릿해진정신은그것을받아들이지못했다.
릴리스의아름다운얼굴을마지막으로눈이감기며꿈나라로빠져들었다.
—-
릴리스는멍하니잠든아서를바라보았다.
눈을꼭감고있는그의모습에가슴이두근거렸다.
당장에라도덮치고싶은마음이들었지만,릴리스는꾹참아내었다.
최근들어자주하던위로행위도하지않기로했다.
지금은잠든아서를계속바라만보고싶었다.
그가잠들기직전중얼거린한마디.
“….사랑…해요…”
그말에담긴감정을읽어낸릴리스는머릿속이 새하얘지는것같았다.
순수했다.
너무도순수했다.
티없이깨끗한그순수한감정은릴리스로서너무도귀중한것이었기에.
그런감정을아낌없이자신에게건네주는아서가릴리스에게는무엇보다소중하고, 또한 사랑스러웠다.
아서는 릴리스에게서 포근함을느낀다고했다.
하지만릴리스는반대였다.
릴리스는아서와함께하는모든시간이위로였고휴식이었다.
그렇기때문에이번에는,오늘만큼은그에게도온전한휴식처가되어주리라.
아서를꼭품은릴리스는그의이마에짧게입을맞췄다.
“나도사랑해,아서.”
“내꿈꿔.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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