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5



1.

“아 진짜! 대체 이게 뭔 난리야!”

“그러게요. 갑자기 생텀타워가 마비되다니….”

“하아, 요즘따라 계산대로 흘러가는 일이 하나도 없어! 회장은 갑자기 연락이 안되고, 그 짜증 나는 후배는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밀레니엄 학원의 학생회, 일명 ‘세미나’의 회계인 하야세 유우카는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일들을 해치우며 친구인 우시오 노아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

본래라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웃어넘겼을 노아였지만 그녀 또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다소 지친 기색으로 유우카에게 대답했다.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두 사람은.”

유우카와 노아는 현재 자리에 있어야 했을 나머지 두 사람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순간부터일까, 학생회장이었던 리오는 어딘가 생각이 다른데 가있는 듯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사정이 있냐 물어도 대답해 주지도 않았고.

유우카가 편입시킨 코유키라는 후배는 원래부터 천진난만하고 요상한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였기에 잠수를 타도 그러려니 했으나 현재 키보토스의 상황을 보니 걱정이 안될 수가 없는 실정.

그 때문인지 세미나실에는 언제나 밀레니엄 자치구와 D.U 중앙 자치구, 그리고 다른 지역들의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 소식이 백색소음처럼 함께하고 있었다.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시논 리포터?]

[네! 여기는 D.U 중앙 자치구입니다. 현재 중앙 자치구는 생텀타워 정지로 인한 무정부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지속적인 소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곳에서 카이저 코퍼레이션의 병력이 자치 법령을 무시하고 지역 주민들과 범죄자들에게 사적 제재, 즉 무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사실인가요?]

“……진짜 세기말이네.”

“카이저 코퍼레이션……. 분명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대기업, 이었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리 깨끗하진 않은 기업이던데요.”

“합법과 불법을 제멋대로 드나드는 기업이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골수까지 마셔버리려는 나쁜 녀석들.”

유우카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듣자마자 키보드에 올려두었던 손을 내리며 욕을 퍼부었다.

밀레니엄의 학생회로써 카이저 코퍼레이션이 얼마나 악질적이고, 쓰레기 같은 행위를 수없이 행해왔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내린 평가였다.

노아 또한 자신의 친구가 내린 평가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론 더 심하게 평가를 내릴 정도로.

일개 기업이 자치구를 상대로, 그것도 총학생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자치구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기겁할 소식에 두 사람은 어느새 뉴스 소식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크로노스 보도부. 리포터의 행실 때문에 그리 신뢰가 가는 언론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입담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었으니.

[아아! 현재 카이저 PMC의 마크를 장착한 병사들이 총기를 발사하며 본격적인 진압을 시작했습니다!]

“미친놈들! 일개 기업이 저런 짓을……!”

“…이전이었다면 시도조차 못할 일인데 말이죠.”

폭음. 비명. 그리고 위협.

카이저의 병사는 소요 사태를 일으키는 범죄자는 물론이고,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자신의 명령에 거부하는 일반 시민들까지 전부 진압 대상으로 지정하며 과격하고 무자비한 무력 진압을 시작했다.

그에 유우카와 노아가 분노를 표출하던 그 순간.

[어? 어어? 저게 뭔가요!]

“…뭐야, 저거?”

“방금, 어디서 나타난 거죠? 하늘?”

크로노스 보도부의 리포터 시논과 뉴스를 시청하던 유우카와 노아마저 의문을 품게 하는 장면이 화면 속에 나타났다.

“가면? 뭐하는 사람이야, 저거?”

그리고 이내.

콰아아앙─!!

가면을 쓴 누군가가 내지른 주먹이 그를 진압하려던 오토마타를 깨부숨과 동시에 가면을 쓴 누군가의 목소리가 뉴스에 울려 퍼졌다.

[“나는 악을 처벌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도시에 혼란을 일으키는 자들에게 철퇴를.”]

그리고 이어진 화면은.

뉴스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기억에 평생 각인될 정도로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히어로.

키보토스의 친절한 이웃이 데뷔한 순간이었다.

2.

[중앙 자치구에 공포와 두려움을 각인시켜라.]

카이저 코퍼레이션을 이끄는 회장, 프레지던트는 이번 작전을 수행하기에 앞서 PMC 병사들에게 이와 같은 지시를 내리셨다.

저 지시는 먼 훗날, 프레지던트가 목표하시는 기업도시를 이루기 위한 초석이자 기반이라 하셨다.

기업을 향한 두려움은 자신들이 도시의 패권을 쥐었을 때 보다 손 쉽게 도시를 굴복시킬 수 있는 밑배경이 될 것이라고.

그렇기에 PMC의 병사들은 소요 사태의 진압을 명목으로 중앙 자치구에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보다 과격하게, 무자비하게 진압을 시도했었다.

범죄자, 일반인, 그리고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총기가 가지는 위협은 학생이 아닌 이상에 여전했고 시민들은 수많은 총기와 화기들로 무장한 PMC의 병사들에게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힘없이 쓰러지고 짓밟히는 수밖에 없었다.

“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오!”

…가끔 이렇게 제 분수도 모르고 튀어나오는 잡초들이 있었지만, 이들을 뽑아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지금 우리의 통제를 거부하는 건가?”

“당연한 소릴……! 이건 통제가 아닌 폭력이오! 애초에 이곳 중앙 자치구는 당신들이 멋대로 해도 되는 곳이 아니-”

뻐억!

“끄아악!”

“통제 불응 및 소란 유도. 본 사태를 주도한 범죄자로 판단하여 진압을 시도하겠다.”

“그, 그게 무슨 억지…. 아악!”

“조용히 해라. 이 이상 다치고 싶지 않다면.”

거 보아라.

아무리 잡초라 할지언정 이렇게 조금만 힘을 주어도 비명을 지르며 무너지지 않나.

이것이야말로 놈들의 한계를 곧 증명하는 바.

“역시 프레지던트께서 이 도시를 지배해야만-”

PMC의 병사는 위대한 계책을 지시하신 프레지던트를 깊이 찬양하며 쓰러져있는 시민을 향해 다시금 개머리판을 휘두르려는 순간.

촤악-!

어디선가 날아온 하얀 점액질, 아니 거미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다리에 달라붙으며 그의 행동을 막아 세웠다.

더 나아가 총기에도 날아든 하얀 무언가가 순식간에 당겨지더니 저항도 못하고 총기를 빼앗기고 마는 PMC 병사.

“무슨……!”

그리고 이내.

“뭐야!”

“어떤 녀석이!”

“내 총이!”

돌연, 하늘에서 하얀 줄을 붙잡은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활공하더니 자신이 총을 빼앗겼던 것처럼 다른 병사들에게도 하얀색 줄을 날려 총을 하나 둘 빼앗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을 핍박하던 병사를 포함해 총을 빼앗긴 모든 병사들은 당황하며 그 자를 쳐다보았고.

그에게 당장 지상으로 내려오라고 소리치려는 순간.

쿠웅─!

그는, 가면을 쓴 정체 모를 누군가는.

공중에서 줄을 놓으며 한차례 공중제비를 돌면서 카이저 PMC의 군용 트럭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 팔을 지면에 다른 한 팔을 옆으로 치켜세운 채.

“슈퍼히어로 랜딩.”

향후 소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포즈.

그 포즈가 지닌 위압감에 모두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을 무렵.

가장 처음 자신의 총을 빼앗긴 병사가 입을 열었다.

“넌 뭐냐! 누군데 카이저의 행사를……!”

“조용히 해라.”

촤악-!

병사가 입을 열기 무섭게 발사되는 하얀색 줄.

피할 기회조차 없이 순식간에 속박되버린 병사는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일상복 차림. 그 위에 걸친 검은 색 코트.

그리고 얼굴에 차고 있는 하얀 여우가면까지.

자칫하면 일곱 죄수라 착각할 모습이었지만, 달랐다.

저 존재는 죄수가 아니다.

대체 어느 죄수가 저런 행동을 한단 말인가!

이내, 가면을 쓴 소녀가 입을 열었다.

“시민분들은 돌아가십쇼. 제가 막겠습니다.”

“누가 감히……!”

감히 누가 카이저 코퍼레이션을 방해하는가!

속박된 채로 분통을 터뜨리려던 병사는 미처 말을 끝맺지 못했다. 왜냐하면 알아챌 틈도 없이 다가온 소녀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으니까.

콰아아앙──!!

단 한방의 일격. 그것으로 자신의 메인프레임이 뚝뚝 끊겨 나가는 것을 느낀 오토마타 병사는 몸 전신에서 기름을 흘리며 단숨에 전원이 꺼졌다.

“…….”

“어, 어떻게-”

병사들 사이로 퍼져나가는 당혹감.

소녀는 자신의 손에 묻은 기름을 털어내며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다음.”

그것은, 한 명의 소녀가 단신으로 카이저를 적대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이에 분개한 이번 작전의 대장들이 공격을 지시하고, 병사들은 달려들며, 소녀는 자세를 잡았다.

마치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리고 병사 하나가 소녀에게 가까워졌을 순간.

콰드득-!

마치 허상과 같이, 녀석도 힘없이 무력화되었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의 연속에 병사들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으나 이미 달리기 시작한 다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소녀는 그저 굳건하게 주먹을 뻗을 뿐이었다.

그 장면을 시작으로 카이저 PMC에겐 잊을 수 없는 지옥이 시작되었다.

콰앙!

카드드득!

단 한방 한방에 기계들을 무너뜨리고,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들을 괴물 같은 움직임으로 피해내며, 더 나아가 하얀색 줄로 온갖 지형지물을 이용해 카이저 PMC 병사들을 순식간에 제압시킨다.

총을 빼앗긴 병사들은 보조 무장을 꺼내 들어 소녀에게 겨누고 발사해 보지만-

“이, 이 녀석은 대체 뭐야-!”

“으아아악!”

좌우전후. 전 방향에서 쏟아지는 총알비.

소녀는 초감각으로 그 모든 궤적을 읽어내고 그야말로 기이할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며 전부 피해냈다.

더 나아가 하얀색 줄을 발사하며 병사와 병사를 묶어 넘어뜨리고, 주먹을 꽂아 안면을 부수고, 맨홀 뚜껑을 거미줄로 뽑아 들어 멀리서 날아오는 바주카포를 흘려내는, 그야말로 기예를 선보였다.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감각.

그에 병사 전원이 반대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을 무렵.

“지원! 지원이다!”

뉴스로 상황을 파악한 PMC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보내오기 시작했고, 본래 소요 사태 진압이라는 명목에서, 어느 순간 나타난 가면을 쓴 거수자와의 싸움으로 그 목적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

가면을 쓴 소녀는 카이저 녀석들의 심리에 교묘하게 파고들어 녀석들에겐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고, 자신은 놈들과는 달리 오로지 시민의 구제와 카이저 병사들의 제압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기에.

적들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자신에게 쏠리는 이목도 커진다. 동시에 놈들의 공격이 시민에게 튈수록 소녀의 정의가 더욱 선명해진다.

간단한 이치였다.

물론 소녀는 진심으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카이저 병사들이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붓고, 시민들에게 공격이 튀려는 순간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해 공격을 막고, 시민을 감쌌다.

그럴수록 카이저 PMC의 악의는 더욱 부각되어만 갔고, 소녀는 그들의 반대항에 선 정의의 편이 되었다.

적들의 밑낯과 소녀의 신념이 더 드러날 수 있도록.

소녀는 더욱 더 치열하게 싸웠다.

이 모든 걸 찍고 있을 크로노스와 온갖 언론들이 카이저를, 그리고 소녀를 주목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가면 이겨라! 놈들은 혼내버려!”

“저 나쁜 카이저 놈들! 아주 그냥 묵사발을 내버려!”

“화이팅-!”

그들이 소녀를 영웅으로 인식하고, 응원하도록.

그녀가 행한 행동들은 모두, 그 모든 계산하에 이루어진 일종의 계략에 가까운 것이었다.

“공격해! 일단 쏴버리라고! 시민들이 맞아도 상관없으니까아-!”

“하, 하지만 대장님! 이건 저희 목표랑-”

“닥쳐어!”

투다다다-!

자신의 실패. 더 나아가 카이저의 실패.

의욕 넘치게 시도한 행동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독이 되고 있음을 애써 무시하며 녀석들은 달려들었다.

오직, 소녀를 붙잡고 쓰러뜨리기 위해.

그 모습에 소녀는 가면 뒤에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화가 많이도 나셨군.”

그리곤 전량을 소모한 캡슐을 뽑고, 새로운 캡슐을 장착하며 영화에서나 보았던 스파이더맨의 전투 자세를 취했다.

순간 느껴진, 영화 속 히어로가 된 듯한 감각.

“후우…….”

이 순간. 이 고양감.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응원과 함성.

자신을 응원하는, 그리고 주시하는 만인의 시선.

심장이 두근거렸다. 가슴이 절로 떨렸다.

영웅을 지켜볼 때의 떨림과는 다른 형태의 떨림이 전신을 두드렸다.

선의를 베풀고, 악인을 벌하며, 나아가 승리한다.

영웅의 길은 고단하며 슬프지만, 그들이 왜 영웅의 길을 우직하게 나아가는지를 이제야 이해했다.

“이게 책임감인가.”

등 뒤에서 짓눌리는 중압감의 정체를 알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히어로물의 명언.

그것을 머릿속으로 상기하며 소녀는 숨을 내뱉었다.

아니, 이제는 영웅이 된 여인이.

아주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정의는 힘을 샘솟게 하고, 의지는 고통을 무시한다.”

그렇기에 영웅은 곧 무적이고, 불멸의 존재라.

그 앞에 놓여진 수없는 가시밭마저 흔쾌히 건널 수 있으리라.

“-그러니 불가능은 없다.”

영웅에게 쏟아지는 총알도, 폭탄도 그녀를 해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거침없이 나아가 팔을 뻗으며 다가오는 모든 병사의 총과 무기를 부수며, 더 나아가 그들의 육신을 부쉈다.

“하아아앗─!!”

거미줄을 타고 하늘을 날며 적을 넘어뜨리고, 거미줄로 적들을 엮어 쓰러뜨리며, 멀리있는 적들을 당겨와 깨부순다.

적들이 몇 명이나 달려들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모두를 쓰러뜨린다.

그리고 끝내.

“와아아아아─!!”

“가면! 가면! 가면-!”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우와아아아아아!”

영웅은 승리한다.

“하아. 하아.”

전투가 끝나고, 나는 힘겹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서 작은 점이 가까워진다.

모든 일이 끝나고 찾아오는 발키리의 헬기를 바라보며 나는 진심으로 슈퍼히어로가 된 기분을 느꼈다.

“하하. 이건 어느 세계나 클리셰인가.”

이제 유유히 자리를 뜰 시간이었다.

히어로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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