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48



1.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어느 날, 세상이 멸망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지식을 알게 되었다면.

오직 나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알았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순간, 내가 내릴 선택은 무엇인가.

낙관적인 판단은 불가능했고, 그래선 안됐다.

선생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어떤 결과에서든 해피엔딩이 찾아올 것이라고?

이 세계가 ‘다른 선생’의 시간선만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괜찮은 일 아니냐고?

장담할 수 없는 이야기다. 나라는 변수가 더해져 이 세계의 구성이 뒤틀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선생의 존재만으로 이 세계가 필연적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리라고 장담을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나는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정확히는 되고자 하는 모습.

처음에는 단순히 충동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 시점에 이르러 책임과 의무라는 두 단어의 의미를 깊이 실감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빙의자의 고충이다.

미래를 알고, 남들이 모르는 지식을 알고, 더 나아가 그 모든걸 나만이 바꿀 수 있음을 알기에.

다만, 그렇기에 간단한 해답이기도 했다.

“내가 해야할 일을 해야겠지.”

시민을 지키고, 학생을 지키며, 도시를 지킨다.

내가 세우고자 하는 울타리를 침범하려는 일을 처단하고, 모두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낸다.

더 나아가, 사건 자체를 대비해야만 한다.

모든 변수를 제어하고, 통제할 수 없다면 유동적인 대응과 해결을 위한 수단을 준비해야만 한다.

히어로 장비. 인맥. 정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내가 바라는 결말로 만든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때문에, 내가 그녀들을 찾아온 것이다.

본격적인 사건들, 이야기가 시작되기 이전인 지금만이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이 돈 전부를 사용하겠다고?”

“네. 그만큼 오래 걸리는 연구니까요.”

“그건 그렇긴 한데…….”

우타하와 히비키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전달한 의뢰금이 너무나 큰 탓이었다.

이해한다. 사실상 내가 지금껏 모아온 자금의 대부분을 쏟아부은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하지만 난 이 정도의 투자는 필요하다고 보았다.

내가 그녀들에게 부탁한 것은 어떤 ‘기술’의 개발이었다. 이 기술은 훗날 나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도 했으니까.

그녀들도 내 저의를 알아챘는지 더 이상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당황스런 기색이었다.

“……아예 개발이 불가능할 정도인가요?”

“으음. 그건 아닐거야. 다만 연비나 최적화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만 할지가 아직까지 고민이 되네.”

“응…. 단순히 출력을 낮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야. 따로 동력원이나 공급 방식이 없다면 연비가 극도로 나빠질거라고 생각해.”

지금껏 엔지니어부 멤버들과 상담을 빙자한 수다를 떨면서 이야기했던 수많은 히어로 장비들이 있었지만 이것만큼 내가 진지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얼마 없었기에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고민해주었다.

그간 거의 시달리듯이 매달리며 온갖 장비와 기술들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또 제작해달라고 했기에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 소리만 들어도 질린 표정을 짓는 그녀들이었지만…….

‘역시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진지하단 말이지.’

그래도 그녀들의 열정은 어디로 사라지진 않았는지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면 평소 보여주던 모습은 내다던지고 장인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둘이었다.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나는 생긋 웃으며 두 사람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한가지 이야기를 더 꺼내들었다.

“열심히 고민해줘서 고마워요, 두 사람 모두. 그 부분 말인데요. 제가 생각해놓은게 하나 있어요.”

“……으, 응?”

“또, 또 있다고……?”

또 하나의 의뢰를 들을 생각에 다시금 아득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이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엔지니어부의 소리 없는 절규는 이어졌다.

2.

[그래서, 다음 활동은 아비도스에서 할 예정인가?]

“네. 아비도스의 학생들도 도우면서, 그곳에서 발생한 초현상도 조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이저 코퍼레이션, 인가.]

“네.”

화면 너머의 상대, 베리타스의 치히로도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 현 시점에 이르러 나는 수많은 적이 생기게 되었으나, 가장 규모가 크고 이후로도 숙적이라 표현될 만한 존재는 그들 뿐이었다.

카이저 코퍼레이션.

내가 아비도스에서 활동을 시작한다면 가장 큰 걸림돌이자 적이라 표현할만한 존재는 그들이겠지.

아비도스는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거점이자, 기이할 정도로 그들의 자금이 집결되는 장소였으니. 이유는 뭐,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짐작하는 것이었고.

[웃기는 놈들이네. 일개 기업이 자치구 하나를 꿀꺽 삼키려고 하다니. 아무도 모를거라고 생각한건가?]

“정확히는 알아도 상관없던 거겠죠. 자신들의 이익과 야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이는 놈들이니. 아마 아비도스 학생들을 쫓아내려고 용역이나 불량배도 부리기도 하고 있을거 같네요.”

[…왠지 놈들이라면 그럴거 같기도 하네.]

응. 걔들 실제로 그랬어.

나는 속으로 치히로에게 답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카이저. 언젠가는 무너뜨려야 할 적.’

놈들은 앞으로 내가 행하고자 하는 일들에 방해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카이저는 내가 언젠가는 무너뜨려야 할 적이나 다름없었다.

자신들의 야망, 목적, 발전을 위해 타인을 짓밟아서라도 나아가고자 하는 기업의 형태를 한 악당.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카이저 코퍼레이션이었다.

일전에 D.U를 습격했듯이.

이번에도 놈들이 벌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둘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 왠지 너라면 그럴거 같았어. 그래서, 우리에게 이 시간에 연락을 건 이유는 뭘까나? 영웅 씨.]

“하하. 뭐, 별건 아니고요.”

나는 잠시 쓴웃음을 머금더니 이내 답했다.

“정보가 필요합니다. 카이저에 대한.”

[카이저 코퍼레이션의 정보? 정확히 어떤걸?]

“녀석들이 아비도스에서 벌인 일들 전반에 대한 것.”

현재 하고있는 일.

과거에 일으켰던 일,

앞으로 발생시킬 일들까지.

모든 정보를 손에 넣을 필요는 없다.

행적에 관한 정황 및 기록만 손에 넣는다면-

‘카이저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겠지.’

카이저가 일개 기업이고, 아비도스가 하나의 학원인 이상. 놈들은 절대로 목표를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니까.

“가능할까요?”

[뭐, 불가능하진 않지. 다만 녀석들에게 중요한 기밀과 관련된 정보는 얻어내지 못할지도 몰라. 우리가 역으로 꼬리잡히는 일은 피하고 싶으니까.]

“그건 저도 바라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최대한 안전하게 부탁드릴게요. 약간의 정보만 있어도 되니까요.”

[그래. 그 정도라면 우리에게 맡겨줘.]

대놓고 카이저를 해킹해달라는 부탁이었지만 치히로는 태연히 받아들여주었다.

처음엔 거절하면 어쩌지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녀들이 나를 신뢰하는 마음이 더 굳센 모양이었다.

‘……보답해야겠네.’

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주는 사람이 가득하다.

언젠가 그녀들 모두에게 보답을 해야만 하겠지.

지금은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그리 생각했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네. 잘 들어가요. 치히로.”

3.

“히이로. 본격적인 활동일은 언제로 할 생각인가요?”

내 곁에 누워있던 히마리가 돌연 물었다.

그녀 뿐만 아니라 선풍기 앞에서 드러누워있던 에이미도 궁금한지 고개를 돌려 나를 돌아보는 모습.

나는 쓰게 웃으며 얼굴에 올려놓은 팩을 떼어냈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면서 가볍게 답했다.

“다음주요.”

“음.그런가요. 따로 이유가 있나요?”

이유라.

여러 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건…….

“그때 완성되거든요.”

“……완성? 무엇이 말인가요?”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히마리에 나는 훗훗훗 웃음을 흘리며 기쁨의 미소를 흘렸다.

“제 히어로 슈트요.”

일전에 방패를 제작할 때 의뢰해놓았던 히어로 슈트.

그간 디자인이나 기능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서 제대로 결정나지 않았던 장비였는데, 최근 그 고민을 마치고 끝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히비키가 많은 도움을 주었지.

그녀가 최종장에서 승무원 복장을 제작했듯이, 이번에도 내 히어로 슈트에 정말 큰 기여를 해주었다.

‘원래는 쫄쫄이나 입을까 싶었지만…….’

그건 좀.

여자가 되고나니 겉으로 몸매를 드러내는게 조금 부끄러워져서 그건 제외시켰다.

애초에 내가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 코트를 걸치고 다니는 이유가 몸매를 드러내기 싫어서가 아닌가.

물론, 방탄복의 대용으로 쓰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튼 쫄쫄이는 싫었다.

“히어로 슈트라니. 으음…. 활동을 하는데 따로 복장이 필요한건가요……?”

“일종의 상징이죠. 장비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결국 히어로는 상징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요.”

“그, 그런가요.”

히마리는 쉬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지만, 오히여 그 반응이야말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히마리 네가 뭘 알아.

“원래 히어로 슈트는 국룰이에요. 이건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

내 확신에 찬 발언에 히마리는 도대체 무어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히마리 선배도 분명 마음에 들거에요.”

“그렇, 군요. 기대할게요……?”

“넹!”

히마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건 몰라도 이 부분에 관해선 도저히 설득할 수 없는 후배라는걸 잘 아는 그녀였다.

전지(全知)의 이명답게 현명한 선택을 내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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