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NEXT Chapter 96
에이본의안내를받으며성안깊숙한곳으로들어간릴리스는이윽고거대한문을마주하게되었다.
머리를한껏뒤로젖혀도끝이보이지않는거대한문은도저히인간이사용하라고만들어놓은것이아니었다.
그보다훨씬,가히압도적이라는말이어울리는거대한존재가사용하는문이었다.
문앞에서있던한사람이에이본과릴리스에게다가왔다.
목아래는평범한사람의몸으로반듯한정장을차려입었지만,목위머리부분은닭의머리를달고있는그는방금전에이본과연락을한사람이었다.
“방금일어나셨습니다.”
“수고했네.”
“아뇨,오랜만에지를수있어서좋았습니다.”
닭머리남자는목을가다듬었다.
그는부유섬은카이에서가장목청이큰사람으로,가문대대로섬의주인을깨우는역할을맡고있었다.
닭머리남자의시선이에이본의옆,릴리스를향했다가곧장정면으로돌아왔다.
그의벼슬이부르르떨리고있었다.
자칫눈앞의존재의심기를건드리면평생꿈에서깨지못할것이라는두려움에인한반응이었다.
그순간문너머에서목소리가들려왔다.
“들어오게”
살아온세월의무게가목소리에담긴듯무겁고낮은,거기다가축축한물기가느껴지는목소리였다.
거대한문이육중한소리와함께천천히열리기시작했다.
매우조금열린문이지만문의크기가크기인지라조금만으로도수십명은나란히통과할크기였다.
릴리스는열려진틈사이로걸어갔고,그녀가방안에들어서자문이닫혔다.
닫힌문을바라보던에이본과닭머리는,
“흐어어…”
“휴우…”
순간적으로풀린긴장감으로누가먼저랄것없이그자리에주저앉았다.
아직도후들거리는다리를움켜쥔닭머리는에이본을쳐다보았다.
위대한대마법사도긴장감이풀린것같았지만뭔가달랐다.
“마법사님.”
“…뭔가?”
“혹시세시간동안응접실에서무슨일이있었는지물어봐도되겠습니까?”
잠시멈칫한에이본은지친한숨과함께답했다.
“묻지말게.”
그무거운한숨에닭머리는그저고개를끄덕이며이렇게답할수밖에없었다.
“옙.”
—-
거대한문을통과한릴리스는어두운방으로들어섰다.
한치의앞도안보이는어둠이었지만릴리스는익숙하게방을걸어갔다.
그리고어느한곳에서멈췄다.
“오랜만이야.”
그러자그녀앞의공기가진동했다.
뜨거운바람이릴리스의양옆을지나갔다.
돌풍에가까운그것이사실은단순한콧바람이라는것이이존재의거대함을알려주었다.
릴리스는어둠너머에서느껴지는축축한물기어린냄새에눈살을살짝찌푸렸다.
묵직한존재감이다가오고,어둠속에서거대한형체가다가왔다.
이윽고시야에들어온형체는다양한생명체들을한데모아섞어놓은것처럼생겼다.
먼저보이는얼굴은거대한두꺼비의얼굴이었으며,그뒤로보이는털이북슬북슬한몸은마치나무늘보같았다.
두꺼비얼굴은눈을게슴츠레하게뜨고혀를빼문것이피곤한기색이역력했다.
두꺼운입술이움찔거렸다.
“정말오랜만이군,밤의여왕릴리스.그간잘지냈는가?”
그말에릴리스는희미한미소를띄웠다.
“…그래.기나긴세월중가장행복한시간을보내고있다.”
“그것참다행이군.”
만약바깥에있는그의추종자들이이대화를들으면경악을할것이다.
왠이방인이지구깊숙한곳에있던섬을통째로토성으로옮겨와하늘에띄워둔자신들의강대한신과얼굴을마주하며대화를나누는것이다.
그러나둘의관계를생각하면당연한일이다.
“내계약자중한아이가불편을끼쳤다고들었다.”
“됐어.이미에이본에게설명을들었으니까.나에게직접적인피해만안끼치면상관없어.”
“용서에감사하다.”
잠시숨을고른차토구아가입을열었다.
“그나저나…드림랜드에서소문이돌더군.노덴스와사이가틀어졌다고?”
“그래,사실이야.”
“기어드는혼돈께서좋아하시겠군.”
그말에릴리스의미간이꿈틀거렸다.
“…그랬지.”
그반응을읽은차토구아가빠르게말을돌렸다.
“그런데무슨일로이차원에있는건지물어봐도되겠나?”
릴리스는잠시대답을멈췄다.
분명차토구아는적대적이지않은신이지만,그렇다고사실대로아서에대해말하는것은다른문제였기때문이다.
릴리스는대답을흘리기로했다.
“식사때문이지,뭐.”
“그렇군…”
둘사이로잠깐의침묵이흐르고,
“늘그랬지만나는다른그레이트올드원이나아우터갓들과척을질생각이없다.귀찮은건딱질색이거든.”
차토구아가 다른 외신들과 달리 공격적인 움직임을 하지 않는 이유였다.
귀찮음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는 당연하게도 분쟁을 싫어했다.
그런 차토구아의 성향을 알고 있던 릴리스였기에, 아서에게 안심하라는 말을 꺼낸 것이다.
“그래,나도네계약자를건드리는일은없을거야.”
문득릴리스는아서에게달라붙던카리사의모습이떠올랐고,충동적으로한마디를덧붙였다.
“-네계약자가먼저선을넘지않는다면말이야.”
“그럴일은없을거다.내가에이본을통해서제대로말해두지.”
“그럼다행이고.그럼이제내용건은다끝났어.이만돌아가볼게.”
“그래,조심…은필요없나.”
차토구아는눈앞의존재가겉모습만인간이지사실전우주와차원을통틀어그녀를위협할존재가손에꼽을정도라는사실을알고있었다.
릴리스는몸을돌려문으로다가갔다.
그런릴리스를빤히쳐다보던차토구아는문득떠오른것을물었다.
“기어드는혼돈께서는여전히예언에묶여계시나?”
발걸음을멈춘릴리스가천천히고개를돌렸다.
“…그런것같더라.”
“여전하시군.기나긴세월이지났음에도아직실현될기미조차보이지않는예언을붙들고계시다니.”
“……”
“뭐,솔직히예언이진실이었으면좋겠다는생각마저드는군.”
“…뭐?”
“그렇지않나?그예언이사실이라면우리는진정한영생으로나아갈수있어.”
“부왕요그소토스께서도신성한직무에서해방되시고,”
“우리들의아버지,우리들의왕께서돌아오시며가증스러운엘더갓들도멸망을맞이하겠지.”
“이토록이상적인이야기가또어디있겠나.”
그말에잠시침묵하던릴리스는건조한목소리로중얼거렸다.
“그건이상이아니라망상이야.”
“하지만…”
“예언은거짓이야.그뒤로수없는시간이지나갔어.확실치도않은헛소리에시간을쏟다니…난이해가되지않아.”
그말을끝으로릴리스는뒤도돌아보지않고그대로방을나섰다.
혼자남겨진방에서차토구아는방금전대화를곱씹었다.
“…망상이라.전부터예언에부정적인건알고있었지만저렇게강하게반응할줄은몰랐군.”
릴리스가나간문을잠자코바라보던그는목청을키웠다.
“배가고프군.식사를대령하라.”
그러자문너머에서목소리가들려왔다.
“곧대령하겠습니다.”
잠시뒤문이열리고닭머리를한남자가들어왔다.
그는혼자온것이아니었다.
그의뒤로젊은인간여성이함께들어왔다.
눈을가린안대를제외하고는옷을하나도걸치지않은나신으로들어온여성이지만,그녀는부끄러운태도를보이지않고당당하게방을가로질러왔다.
닭머리남자가목청높여말했다.
“태어나서여태껏남성을보지도,만지지도않은순결한여성입니다.”
닭머리남자가고개숙이며방을나섰다.
문이닫히고어두운방안에남겨진여성.
어둠너머에서질척이는물소리가들려왔다.
“이름이뭐지?”
“라니입니다.”
“안대를벗어라,라니.”
여성은안대를벗어문쪽으로던졌다.
“이리다가와라.”
여성은어둠속으로걸어갔고,이내뜨거운숨결이몸을간지럽히자발걸음을멈췄다.
“남길말은?”
“부디저희일족에평화와 풍요를…”
그말을끝으로여성은눈을감았다.
그리고,
덥썩-
찌직…우득……콰직…
살점이짓이겨지고,뼈가으스러지는소름끼치는소리가어두운방을가득채웠다.
꿀꺽-
식사를마친차토구아는입맛을다시며중얼거렸다.
“역시인간은좋은종족이야.충실하고머리도좋고무엇보다…맛있지.”
그는노곤해지는몸을도로뉘였다.
“예언이사실이라면이런것도영원히먹을수있단말인가…퍽신나는일이군.”
얼마지나지않아묵직하고걸걸한소리가방을채웠다.
“쿠울…쿠울…”
—-
“다행이네요.이상한목적을가지고보낸것이아니라서.”
“응,앞으로우리를귀찮게하지도않을거야.”
릴리스의이야기는식사를끝마칠때까지이어졌다.
긴이야기에도아서는눈을반짝이고있었다.
넘실거리는지옥같은환경의토성,그리고그런토성에자리한부유섬.
부유섬을가득채운다양한종족들과그들의신인그레이트올드원차토구아까지.
신비로운이야기에아서는가슴이두근거렸다.
그런아서의시선을받아내는릴리스는가슴한켠이콕콕쑤시는것같았다.
그녀가아서에게들려준이야기는사실온전한것이아니었다.
그가알면안되는이야기는쏙빼놓은것이었다.
특히차토구아와의마지막대화는반드시아서에게숨겨야할내용이었다.
…그리고응접실에서나눈에이본과의대화도.
릴리스의이야기를곱씹던아서는문득떠오른것을입에담았다.
“어?그러고보니카리사의할아버지가에이본이라고하셨죠?”
“맞아.차토구아가가장아끼는신자이자대마법사인인간이지.”
아서는그이름에서어딘가익숙함을느꼈고,이내답을찾아낼수있었다.
“도서관금지구역에있던책중에서 ‘에이본의서’라는책이있었는데,설마…?”
릴리스는고개를끄덕였다.
“맞아.그책은에이본이쓴책이야.차토구아와다른그레이트올드원이나아우터갓에대한내용이적혀있어.어찌보면네크로노미콘만큼이나위험한마도서지.”
“우와…대단하신분인가보네요.”
“인간중에선잘나가는편이지.”
말을마친릴리스는의자를드르륵밀어내며자리에서일어나아서에게걸어갔다.
릴리스는아서의무릎위에앉으며그의양볼을감쌌다.
“그럼이제…”
릴리스의눈이붉게점멸했다.
간신히이성을붙들고있는듯한그눈빛의아서는침을꿀꺽삼켰다.
“릴리스,저양치부터-”
쪼옥-
벌려진아서의입을틀어막은릴리스는혀로아서의입안곳곳을핥았다.
양치를대신해주겠다는듯이핥아오는기다란혀의움직임에아서는온몸에전기가통하는것처럼짜릿함을느꼈다.
아서는무릎에올라탄릴리스를꼭끌어안……으려했는데.
터덕-
“우읍?!”
양쪽에서튀어나온릴리스의머리카락이아서의손을낚아채어의자에묶어버렸다.
끈적거리는소리와함께입을땐릴리스는아서의뺨을쓰다듬었다.
“리,릴리스?손은왜…”
“…미안.”
“미안하시면좀풀어주시면안될까요?”
“미안.”
“릴리스…?”
“나…”
릴리스는아서의눈앞에서혀를날름거렸다.
입맛을다시는포식자같은모습에아서는침을꿀꺽삼켰다.
어느새릴리스의눈은온전히붉은빛으로빛나고있었다.
“나더이상못참을지도…”
“자,잠깐만요,릴리스.먼저대화를-”
“싫어.더는못참아.”
떨어져있다가다시만나니몸이달아오른릴리스였다.
식사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 해도 그녀에게는 엄청난 절제를 필요로 했다.
“선은안넘도록노력해볼게.그러니까…”
말끝을흐린릴리스는아서의귓가에입술을가져다대었다.
“잔뜩사랑하자…♥”
끈적한목소리와함께릴리스의몸이아서의위로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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