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5
그날수업은언뜻평범해보였지만,학생들의태도는뭔가달랐다.
평소보다들뜬것같은표정들.
오전수업의마지막을알리는종이울리자학생들은우르르어디론가달려나갔다.
무리지은학생들이달려간곳은다름아닌대련장.
특별한행사나졸업시험때나개방하는대련장은파티홀과마찬가지로총장님의허가아래개방하게되었다.
대련장으로달려간학생들은가장좋은자리를차지하기위해말싸움,몸다툼도불사했다.
미리티켓을얻어둔학생들은유유히입구로들어갔고,티켓이없는학생들은대련장앞매표소에서먼지구름을일으키고있었다.
평소대로의신입생대련이었다면이정도인기는없었을것이다.
그나마우리학년이신입생으로들어오며일리나의대련이주목받았었지.
참고로일리나는신입생대련에서3학년을상대로대련했고,승리했다.
그때도한동안아카데미가떠들썩할정도였는데…이번에는그보다더했다.
무려3학년수석일리나프로스트와신입생대표헬레나황녀님의대련이있었으니.
뛰어난마법사들을배출하기로유명한두가문의자제들이다.
분명엄청난대련이펼쳐질터.
학생들이그기회를놓칠리가없었다.
대련장의자리는금세채워졌다.
대련장은아카데미시설답게상당한크기를자랑했지만,전교생을전부담기에는무리였다.
결국티켓을사지못한학생들은마법송출기로간접적인관람을해야했다.
티켓을구한다고방방뛰어다니던레티가얼마나부산스럽던지…
“근데내가여기에있네….”
나는멍하니대기실천장을올려다보았다.
대련장의중심에자리한스테이지.
그아래에자리한곳이대기실이었다.
대기실에는대련을앞두고자신만의준비를하는학생들이있었다.
도전자인신입생들과그도전의대상자인선배들사이에서날카로운기류가흘렀다.
긴장감으로가득찬대기실.
그곳에서가장느긋한존재는다름아닌,
-하암…언제시작하는거야?
누워있는내가슴위에서늘어지게하품을하는릴리스였다.
릴리스는유독피곤해보였다.
-…잠제대로못잔거예요?
-아니?제대로잤는데?무슨근거로그런소리를하는거야?
다다다반박을내놓는릴리스는누가봐도수상해보였다.
분명사이즈만쟀다면저렇게피곤해하지는않을텐데…
뭔가를더한건가?
하지만억지로물어보기는나도릴리스에게숨기는것이있기에양심에찔렸다.
그래서나는릴리스를추궁하는대신,그녀의머리를천천히쓰다듬었다.
-대련시작전에깨워드릴테니까.좀주무세요.
-으음…하지마안……
-전괜찮아요.
-…네가그렇게말한다면야…
릴리스는얌전히눈을감고내몸에똬리를틀듯이몸을웅크렸다.
커다란털뭉치가되어버린듯한그모습에웃음이새어나왔다.
릴리스를쓰다듬으며시간을보내고있자니첫번째대련이시작되었다.
대기실내부에도마법송출기가배치되어있어서대기자들도그대련을관람할수있었다.
일정한거리를벌리고선두사람.
시작을알리는종이치자동시에마법이시전되었다.
몇번정도마법이오가자순식간에승부가났다.
당연한말이지만승리는선배측이었다.
그결과에대기자들의만면에변화가생겼다.
긴장하는신입생들과당연하다는듯이고개를끄덕이는선배들.
마법으로난장판이된스테이지는마법의힘으로순식간에수복되었다.
다음대련자들이스테이지로올라갔다.
내순서는네번째였다.
여기서느긋하게기다리고있으면되었다.
두번째대련이진행되는때,
누군가내게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선배님.”
고개를돌려보니대니스풋캔서였다.
“응,안녕대니스.”
“준비는되셨습니까?”
“그럼,진작에끝났지.”
대니스의시선이내가슴으로향했다.
“…그건뭐죠?”
릴리스를가리키며말한것이다.
“내소환수야.”
“…그게요?종이뭔데요?”
종?
종이라…
여기서아우터갓,외신이라말할수는없으니.
잠시고민한내가내놓은답은,
“고양이.”
“…네?”
“내소환수는고양이야.”
멍하니릴리스를바라보던대니스는,
“푸훕……아,죄송합니다.”
튀어나온웃음소리와대니스의시선에담긴감정.
나는저감정을아주잘알고있었다.
고아원에있는동안에는당연하고,아카데미에오고나서도줄기차게받아왔던시선이었다.
다름아닌무시였다.
루이스의분수사건이후로빈도가줄었던시선이었기에조금은신선한기분이들었다.
“그고양이로싸우시는겁니까?”
“응,무슨문제라도있어?”
“아뇨,문제는무슨…”
손사래를치는대니스는입꼬리를올리고있었다.
‘…피똥싸는거내버려둘걸그랬나?’
순간릴리스의벌이합리적이었나생각되었다.
묘하게사람을화나게만드는얼굴이었다.
왜이런대련을하는지이해가되었다.
‘정말싸가지가없었구나…?’
이정도일줄은몰랐는데.
대니스가다시입을열려던그때,
“그고양이를무시하면안될걸?”
대니스의등뒤로누군가다가왔다.
화들짝놀라뒤를도는대니스.
드러난그사람의얼굴에나는몸이딱딱하게굳는것같았다.
“안녕하세요,선배.”
내게고개숙여인사하는밤색머리의여학생.
카리사였다.
대기실에있는것을보니카리사도대련상대를찾았나보다.
“신입생환영회때는붙잡아서죄송했어요.그땐제가좀급해가지고…”
내게사과한카리사는고개를획돌리더니대니스를째려보았다.
“대니스.선배님께보여드리기에는태도가별로지않니?”
“내가뭘?그러는넌무슨참견질이야.네가뭔데?”
“나?아서선배님이랑아는사이.”
“그게무슨-”
“아서선배님~”
성큼내게다가온카리사가내손을잡아올렸다.
“저다음대련인데응원좀부탁해도될까요?”
“어…나는그다음이라여기있어야하는데.”
“대기실에서라도응원해주시면좋겠어요.”
“그,그래…”
뒤에서대니스도보고있는데거절하기는뭐해서일단은받아들였다.
응원이라고해봤자,뭐…송출기로보고잘했다한마디만해주면되겠지.
그이상해버리면릴리스가이상하게바라볼것같았다.
내대답에싱긋웃은카리사는스테이지로올라갈준비를한다며내게서떨어졌다.
“너,이게무슨-”
“대니스.”
어이없어하는대니스의말을잘라먹은카리사가그를돌아보았다.
“경고하는데,저고양이무시하다가는너죽을수도있어.”
“뭐야!내가저런고양이따위에게-”
“그럼난경고했다.”
대니스의말은깔끔하게무시하고대기실을나서는카리사.
그런카리사의뒤를멍하니바라보던대니스는,
“…저런씨…언젠가는…릴거야…”
뭐라중얼거리는소리가간간이들려왔는데,딱히좋은소리는아닌것같았다.
나를흘끗본대니스는대충고개를숙여보이고는궁시렁거리며내게서멀어졌다.
‘거참…여러모로활동적인후배들이네.’
그렇게생각하며뺨을긁적이고있자니품에서움직임이느껴졌다.
한번꿈틀거린털뭉치는몸을쭉펴서고양이의모습으로돌아왔다.
-아서.
릴리스의목소리톤이살짝가라앉아있었다.
설마방금전에깨어있었나?
-왜그러세요?
나를빤히쳐다보던릴리스는한마디를툭던졌다.
-손줘.
-네?
-손주라고.
나는양손을릴리스에게내밀었다.
그러자릴리스는내손가락을핥기시작했다.
고양이특유의가슬가슬한혀가손가락을핥자,
-읏…간지러워요,릴리스.
릴리스는내말에도아랑곳하지않고내손가락을꼼꼼이핥고있었다.
그모습은마치무언가를닦아내는것같았다.
-저…릴리스?
-화장실가자.
-네?
얼빠지게또다시반문한나와시선을맞추며말하는릴리스.
-화장실가자.
-…넵.
분명큰목소리는아니었지만,거기서느껴지는압박감이란…
나는자리에서일어나대기실내부에자리한화장실로들어갔다.
그러자순식간에인간의모습으로돌아오는릴리스.
릴리스는나를향해팔을뻗었다.
“이리와,아서.”
나는얌전히릴리스의품에안겼다.
릴리스는내등을토닥였다.
“으음…릴리스?”
“긴장했을까봐.대련전이니까풀어주려그랬지.”
다행히화는안난모양이다.
릴리스는내턱을잡아고개를들어올렸다.
올려다보니릴리스의손에초콜릿이하나들려져있었다.
“왠거예요?”
“일찍오느라점심도못먹었잖아.이런거라도먹으면좋을것같아서.그리고초콜릿같이달달한건긴장풀기에도좋을것같았어.”
새심한릴리스의행동에마음이따뜻해졌다.
“고마워요,릴리스.”
“이정도로뭘.”
릴리스는내게초콜릿을내밀었다.
나는얌전히입을벌렸다.
그런데,
“……”
초콜릿과내입을번갈아바라보는릴리스.
뭔가를고민하는것같더니돌연,
“냠.”
“…엥?”
손에들고있던초콜릿을자신의입으로던져넣는릴리스.
그행동을멍하니바라보고있던나는문득떠오르는예감에몸을떨었다.
“릴리스,설마…”
릴리스는싱긋웃었다.
동시에머릿속에울리는목소리.
-입벌려.
“…진심이세요?”
내반문에릴리스의눈꼬리가쳐졌다.
-…먹기싫어?
마치상처받은고양이같은반응이었다.
저렇게하면내가어떻게거절을하겠는가.
나는머뭇거리며입을벌렸다.
그러자곧장입을맞춰오는릴리스.
입을통해서녹아내린초콜릿이흘러들어왔다.
어제했던양치와도비슷해보였지만,한가지다른것은…
츄르릅…베에…츄릅…
한순간으로끝나는것이아니라는것.
초콜릿과릴리스의타액의조합은상상이상의달콤함을내게선사했고,나는머릿속이새하얘지는것같았다.
키스를마친릴리스는내입술에묻은초콜릿을핥았다.
이윽고몸을떨어뜨리고자신의입가에묻은초콜릿을핥는릴리스는만족스러운미소를짓고있었다.
“긴장풀렸지?”
“…긴장은풀렸는데……다른의미로심장이두근거려요.”
“어디볼까~?”
릴리스는내가슴위로손을올렸다.
두근두근두근
“정말이네.엄청두근거리고있어.”
릴리스의미소가더욱진해졌다.
다행히만족스러운반응이었나보다.
나는지금아래에서벌어지는상황때문에미칠것같은데.
릴리스는그뒤로나를꼭안고는등을토닥여주었다.
그규칙적인두들김에심장박동이가라앉아갔다.
“이제나갈까?”
다시고양이로변한릴리스를꼭안고화장실을나서자,
“우와!”
“쟤뭐야?”
학생들의함성이들려왔다.
호기심이들어서소리를향해다가가자,송출기앞에자리한학생들이보였다.
그들은신입생,후배할것없이화면을보며감탄을내고있었다.
뭔가싶어서화면을본나는,
“우와…”
감탄을할수밖에없는상황이었다.
송출기가보여주고있는화면은현재대련이벌어지고있는스테이지위.
그곳은그야말로난장판이었다.
온갖속성의마법이폭풍처럼오가고있었다.
…
아니,정확히는오가는것이아니었다.
일방적으로공세가이어지고있었다.
저건더이상대련이라고보기도힘들었다.
그야말로일방적인폭력.
한번에대여섯개씩마법이날아가고상대방은방어막으로간신히버텨내고있었다.
그리고더욱놀라운것은공세를이어가는마법사가신입생이라는것이었다.
이전의대련과는다르게선배를몰아붙이고있는신입생.
그신입생을자세히살펴본나는헛웃음을낼수밖에없었다.
그이유는다름아닌,
‘…카리사?’
밤색눈을빛내며마법을연사하고있는학생은바로카리사였다.
분명책을좋아하는문학소녀내지학자같은느낌이있었던그녀는전과는전혀다른이미지를보여주고있었다.
“저괴물…”
옆에서들려오는익숙한목소리에고개를슬며시돌려보자,대니스가송출기를바라보고있었다.
그는질린표정으로화면속마법폭풍을바라보았다.
그때신입생들사이에서중얼거리는소리가들렸다.
“역시차석은다르네.”
나는그말에놀라움을감출수없었다.
황녀님의뒤를이은신입생차석이카리사였단말인가.
놀라운마음에송출기를뚫어져라쳐다보던나는아차싶어서고개를내려릴리스를바라보았다.
이렇게뚫어져라쳐다보면분명릴리스가싫어할-
…어라?
내품에안겨있는릴리스는송출기를멍하니쳐다보고있었다.
머릿속으로릴리스의목소리가들려왔다.
-말도안돼…
-릴리스?무슨일이에요?
내물음에정신을차린듯,릴리스가고개를올려나를바라보았다.
-저여자애한테서익숙한기운이느껴져.
-익숙한기운이요?
내반문에릴리스가고개를끄덕였다.
-차토구아.은카이의지배자.
-그레이트올드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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