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3
바닥에늘어놓은다과를하나씩맛보고있던그때.
잊고있었던이번데이트의주요목표가떠올랐다.
‘손가락사이즈!완전히까먹고있었네….’
반지를맞추기위해꼭필요한단계였건만,그걸그새까먹다니.
‘어떻게해야자연스럽게알아낼수있을까?’
나는저번에떠올린방법을쓰기로했다.
“크흠….릴리스.”
“웅?”
디저트를배어문릴리스는한쪽뺨을부풀리고있었다.
그귀여움에잠시말문이막혔던나는머리를흔들며정신을차리고말을이었다.
“저희….소,손크기재보실래요?”
“…손크기?”
릴리스의눈이가늘어졌다.
“그건왜?”
“아뇨….딱히특별한이유가있는건아닌데….”
미치겠네.
약혼반지를맞추기위해손가락크기를재야한다고말할수는없잖아!
하지만그설명을하지않고손크기를잰다는것은누가봐도수상해보일것이다.
새로운명분을찾아내기위해머리를굴리려던그때.
“그래,그럼.”
릴리스가가볍게고개를끄덕이곤내게한쪽손을내밀었다.
‘어라..?이렇게쉽게?’
뭐.이정도는연인사이에서흔한….건가?
경험이있어봐야알지…
그래도일단은기회가생긴것이니내민릴리스의손을덥썩잡았다.
오른손이었다.
‘…음.양손이사이즈가다를리는없겠지?’
혹시다르면큰일나는데…
일단은릴리스의손을펴서내손과마주세워서크기를보았다.
“우와…릴리스손가락엄청기네요.”
나도나름큰편이라고생각했는데릴리스는그런나보다반마디는더커보였다.
대신두께는….한내것의4분의3정도?가느다랬다.
그나저나.
‘…손이이렇게예뻤나?’
생각해보니릴리스의손을이렇게자세히관찰한적은이번이처음이었다.
섬섬옥수.
그단어가이렇게잘어울릴손이어디또있을까?
뽀얀색의 쭉쭉빠진손가락,그리고손가락끝에달린기다란손톱까지.
손잡고다닐때도가끔느껴졌지만릴리스는손톱을조금 긴 편이었다.
긁히면좀아플수준으로보였다.
그리고그손톱은칠흑처럼새까만색으로물들여져있었다.
릴리스의머리카락처럼밤하늘같은검은색의손톱은고급스런보석같아보였다.
거기다가 감촉마저 보드라워서 계속 만지고 싶었다.
이리저리구경하며 조물딱조물딱 만지고 있자니갑자기손을꿈틀거리는릴리스.
“우왁!”
갑작스러운움직임에놀라자빠지자릴리스가쿡쿡웃음을참는것이보였다.
“뭘그렇게집중해서보고있어?”
“…예뻐서요.”
“내 손이?”
“네.”
릴리스는자신의입가를디저트로가리려했지만잔뜩올라간입꼬리는가리지못했다.
“…왼손도봐도 돼요?”
그러자릴리스는의뭉스런미소를지었다.
“굳이?양쪽똑같을텐데?”
“그….혹시모르는거니까….”
내가생각해도참못난변명이었다.
그럼에도릴리스는미소와함께왼손을건넸다.
받아든왼손은오른손과마찬가지로아름다운자체를자랑했다.
나는이번에도크기를재보았다.
역시면역시,크기는똑같았다.
특히약지에집중하며손가락을관찰하고있던그때.
이상한욕구가스멀스멀기어올랐다.
‘…화낼려나?내겠지.’
그래도한번해보고싶은것이었다.
릴리스의눈치를슥보고그녀가디저트에집중중인걸안나는입을천천히벌렸다.그리고…
쯉
“히익?!”
릴리스의약지를입안에넣고는한번빨았다.
그러자자지러지게놀란릴리스가온몸을부르르떨며고개를푹숙여버렸다.
‘…어라.이정도반응이나올줄은몰랐는데.’
“너어…!”
릴리스가나를향해눈을치켜떴지만얼굴을그렇게붉혀서야….귀엽게만보였다.
“우물우물…”
“그,그만!”
“쯉쯉…”
“그만하라니까!”
더하면진짜맞을수도있겠다싶어서입을벌리자순식간에손을감춰버리는릴리스.
째릿,노려보는릴리스는마치털을세운고양이같아서전혀위협적이지않아보였다.
‘…귀여워라.’
하지만그렇다고다가가기에는그뾰족한손톱에긁힐수도있을것같다.
그렇게숨을고르는릴리스를기다리자.
“…왜그랬어?”
툭하며 내게 던져진 말.
“…그냥요.”
“…그냥?”
“그냥.”
진짜그냥해보고싶었다.
다시나를향하는눈동자는적개심이많이죽어있었다.
“…네손줘.”
“제손이요?”
“줘.”
“…옙.”
오른손을건네자릴리스가고개를저었다.
“왼손.”
손을바꿔서건네자그즉시달려든릴리스가 내왼손약지를입에물었다.
“우물우물…”
“으읏…”
이거저번에도당했던기억이있다.
분명잠자던릴리스의입술을가지고놀다가걸려서그랬었지…
그때도그랬지만이거생각보다엄청…
‘…야해!’
심지어이번에는작정을한것인지일부러타액이끈적이는입에넣은것같았다.
질척이는침의느낌이야릇했고,스치는혀의감촉이소름돋-
“츄르릅…”
“!!!”
릴리스의혀가본격적으로손가락을감싸기시작했다.
그기다란혀가꿈틀거리며손가락을둘둘감싸자이루말할수없는기분이들었다.
“죄,죄송해요….”
“츄릅…”
“릴리스.”
“츕.”
“제발….”
이러다가는큰일날수도있겠다는생각이들려던그때.
아슬아슬하게릴리스가손가락을놓아주었다.
타액으로번들거리는손가락을보자괜스레마음이심란해졌다.
“어떤느낌인지알겠지?”
“…네.”
“조심해.그런장난함부로치다간….”
릴리스의눈이아주잠깐,붉게점멸했다.
“내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수도있어.”
“……”
“경고야.”
“…두번째네요.”
“조심해.”
“넵.”
결국혼나버렸다.
그래도한번혼난뒤로는다시분위기가풀어졌다.
“이거먹어봐.달달하고맛있어.”
“우물우물….그러네요.커피랑먹으면더좋겠어요.”
“이것도먹어봐.시큼한맛이야.”
“우물우물….잠이확깨네요.”
“이것도….”
“이거….”
뭐지,살찌워서잡아먹으려는건가?
내게이것저것먹이던릴리스는남은디저트를아공간에집어넣었다.
“그만갈까?”
“그래요.”
잠도자버리고,좀오래있었다.
계단을내려가1층카운터에서자직원이다가왔다.
우리방에음식을가져다주었던그직원이다.
우리를쓱훑어본직원은릴리스를보더니.
끄덕.
갑자기고개를끄덕이는것이었다.
황당해서돌아보니릴리스는얼굴을붉히고고개를푹숙이고있었다.
‘…도대체뭐지?’
의문을뒤로한채계산을하고가게를나왔다.
천천히걸으며수다를떨다보니어느새아카데미정문앞에도착했다.
스위트러브는애초에아카데미에서거리가있는곳은아니었었다.
정문을넘어가려하니갑자기릴리스가나를멈춰세웠다.
“릴리스?”
뭔가싶어고개를돌려보자.
무언가를맹렬하게원하는듯한표정의릴리스였다.
그녀가원하는게뭔지예상한나는설마싶어서입을열었다.
“…도장이요?”
끄덕끄덕
열심히고개를끄덕이는릴리스.
아니그걸그렇게원한다고요?
아침에도그러더니참한결같은릴리스다.
그때는이어질데이트수위를위해서거절했지만(생각해보면딱히수위가낮아지지는않았던것같다.)
이번에는빼지도못했다.
그리고뭐….
‘나도딱히뺄생각은없고.’
내가이행위를싫어하는게아니다.
이이후가선을넘을까봐문제지.
하지만이번건저번처럼데이트의막바지.
해줘도괜찮으리라.
내가동의의끄덕임을보여주자릴리스가옷을살짝걷어내었다.
릴리스의하얀쇄골은언제봐도참매력적이었다.
저번에했던위치를기억해낸나는얼굴을묻었다.
“쮸웁….쮸웁….쯉…”
몇번빨아들이자저번과같은위치에 빨갛게부어오른자국이생겼다.
“후후…”
빙긋웃은릴리스는그자국을소중하다는듯이쓰다듬었다.
“…그렇게좋아요?”
“내가네거라는증표인데당연히좋지.”
내거라…
분명저말은내가먼저하기는했지만서도…내가그때무슨생각을하고있던건지,참부끄러운말을해버렸다.
“…너도해줄까?”
초롱초롱한눈으로내쇄골부근을빤히쳐다보는릴리스의모습에피식웃은나는상의를살짝젖혔다.
이에무릎을살짝굽혀서몸을낮춘릴리스가내목언저리에얼굴을묻었다.
“……”
“…..?”
이어질자극에긴장중이었건만아무런일도일어나지않자나는고개를갸웃거리며릴리스의어깨를두드렸다.
“저…릴리스?”
“……”
대답이돌아오지않았다.
불안한마음에몸을뒤로빼려고했지만불쑥튀어나온릴리스의손이팔을붙잡아도망치지못하게막아섰다.
그러더니.
“쓰읍….하….”
“?!”
갑자기콧김이목을간지럽히기시작했다.
“저,저기….릴리스?!”
갑자기냄새는왜맡으시는거죠?!
내부름을무시한릴리스는계속해서냄새를맡았다.
“쓰읍….하….쓰읍….하….”
한동안내게찰싹달라붙어있던릴리스는몇분이지나고서야만족했는지스스로목에서떨어졌다.
그리고내쇄골에입을가져다대고는.
“쪼옥….쯉…쮸웁…..”
잠시뒤입을땐릴리스.
자국은내것과마찬가지로저번과같은곳에새겨졌다.
“…갑자기냄새는왜맡고그러세요.깜짝놀랐네.”
“…미안.나도모르게….”
그게자신도모르게되는거였나?
저번과마찬가지로몸을살짝떨어뜨렸다가도로키스를하려던그때.
“잠깐,입술아프지않아?”
멈칫한 릴리스가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지만.
“자고나니괜찮아졌어요.”
“…다행이네.”
재생력빠른게이럴때는 참 도움이된다.
쪽….쪼옥….
—-
정문을넘어느릿한발걸음으로기숙사로향했다.
분명기숙사에도착해도우리는항상같이있을수있었다.
하지만기숙사방에들어서면마치 ‘오늘데이트는이걸로끝!’ 이라고선언하는것같았다.
그렇기때문에보폭을줄이고속도를늦췄다.
릴리스도같은마음인지마찬가지로발걸음이느렸다.
“…좋았어.”
갑작스럽게,그리고두서없이튀어나온릴리스의말이었지만나는그의미를정확하게파악할수있었다.
“다행이네요.저는오늘실수엄청많이한것같은데.”
동물원에간것자체가실수였다.
괜히화만내게만들어버렸-
“동물원도괜찮았어.”
“…네?”
“거기간덕분에….”
릴리스는품에서사진을하나꺼냈다.
회색강아지귀머리띠를한내가 찍힌 사진이다.
“이런귀여운사진도찍을수있었잖아?”
“…그렇네요.”
마찬가지로그덕분에고양이귀릴리스라는최고의사진을구할수있었다.
그렇게생각하니썩나쁘지않은선택같지는않았다.
릴리스가내어깨에머리를기대며물어왔다.
“저녁은뭐먹을래?”
“음….지금당장은뭐먹고싶은기분이아니네요. 아까 먹은 디저트가 아직 소화기 안 돼서…”
“그럼시간좀지나고야식같은거라도가볍게먹자.”
“좋죠.”
그렇게한동안걷다보니기숙사방문이보였다.
그때문득떠오르는생각.
‘…반지조정하는데시간이얼마나걸리지?’
막 ‘한달입니다’ 이래버리면곤란하다.
그렇다면가능한빨리말하는게좋으리라.
“저….릴리스.”
“응?”
“저혹시어디좀다녀와도될까요?”
“……어디?”
…오늘따라눈이자주붉어지시네요릴리스.
이번에는그럴듯한변명이빠르게떠올랐다.
“친구한테빌려준물건이있어서요.얼른그것만가져올게요.”
“…정말?”
“네,그럼요.”
죄송해요릴리스.
“…빨리다녀와야돼.”
“네.”
“최대한빨리.”
“넵.”
“…다녀와.”
릴리스를한번꼭안아준나는빠른걸음으로금릉을향해움직였다.
그리고그런내뒤를붉은눈이쫓고있다는것을,나는알지못했다.
—-
“친구라…”
아서에게는아주안타까운사실이지만그에게물건을빌려줄친구가과연몇이나될까.
심지어그는한달간잠에들어있었다.
그전에빌려줬다면모를까…
릴리스는그의거짓말을단박에간파해냈다.
‘반지구나.’
마침그가가는방향이저번과같다는사실을떠올린릴리스는웃음을참아내었다.
‘어쩜저렇게순수할수있을까….귀여워.’
쿡쿡웃은릴리스는몸을돌려방으로향했다.
그가언제반지를건네줄지는모르겠지만우선은기다려줄생각이었다.
그동안최대한내색하지않고모르는척을해야할것이다.
‘…잘참을수있을려나?’
방에들어선릴리스는손가락을가볍게까딱하는것만으로모든먼지를없애버려청소를끝냈다.
교복에서즐겨입는이브닝드레스차림으로돌아온릴리스는침대에살포시앉았다.
‘후후,기다리는것도일이네~’
벌써부터차오르는기대감에가슴이두근거렸다.
결국달아오르는몸을주체하지못한릴리스는자리에서벌떡일어나부엌으로향했다.
돌아오는그를맛있는음식으로맞이해주기위해서.
“루룰루~”
검은색불길이피어올랐다.
그로부터얼마나시간이흘렀을까.
“……”
딱..딱..딱..딱..
릴리스의가느다란손가락이식탁을리드미컬하게두들겼다.
이렇게두드린지는한시간이지났다.
딱..딱..딱..딱..
그리고그를기다린지는….
딱.
손가락이멈춘그순간벽걸이시계의시침이정확히자정을가리켰다.
자리에서벌떡일어난릴리스는온몸에서검붉은오라를풍기고있었다.
처음에는반지사이즈를조정하는데시간이걸리는것이라고생각했다.
하지만지금그녀가기다린시간은.
“네시간….”
무려네시간.
그런변명으로넘어갈시간이아니었다.
“도대체……”
“도대체도대체….”
으득
이빨을부욱갈아버린릴리스는분노가가득찬목소리로외쳤다.
“도대체뭘하고다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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