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92



1.

몇 차례 대련을 진행한 뒤, 이제는 체력이 다 떨어졌는지 기진맥진한 반응을 보이는 와카모를 주변에 앉혀 쉬도록 내버려두고 나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누군가가 본다면 공부한다고 해놓고 왜 여기서 이러고있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히이로가 단련을 먼저 하게 된 것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난감하면서도, 두렵기 그지없는 이유가.

‘시발, 자꾸 조절이 안되네…….’

어젯 밤 악당놈들을 때려잡으며 느꼈다.

최근, 정확히는 일전에 벌처와 싸우고 난 뒤에 힘조절을 하는게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히어로 활동에 큰 영향이 생길 것은 분명했다. 분명 약하게 휘둘렀는데도 상대방이 피구공마냥 튕겨나가고, 조금만 힘을 넣었는데도 콘크리트가 박살나는 지경이었으니.

뭐랄까, 기존에는 한계치가 명백하던 힘이 갑자기 리미터가 해제되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토키와 싸울 때애도 맨 주먹으로 치고박지 않았던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구가하기 전, 내 몸 속에서 휘몰아치는 이 ‘힘’을 조율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그런 생각을 하였기에 이런 낡고 구석진 단련장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은 남들에게 알려져서 좋은 일이 없을테니.

“후우…….”

물론, 키보토스에서 전투로만 따지면 상위권의 실력자인 와카모가 어울려준 덕분에 약간 적응이 되긴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파각!

손바닥을 펼치자 그곳엔 여러 조각으로 갈라진 돌덩이가 보였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너무나도 가볍게 돌맹이가 깨져버리는 모습이라니.

그것도… 단순히 악력으로만 말이다.

“…….”

만약 이것이 ‘경(勁)’을 활용한 방법이었다면 이해라도 했을테지만 그게 아니라서 참 곤란했다.

아. 참고로 ‘경(勁)’은 최근에 얻은 체내의 힘을 몸 바깥으로 투과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신체의 근육, 뼈, 힘줄과 무게에 이르기까지.

문자 그대로 ‘질량’을 체내에서 끌어내어 투과시키는 기술. 그런 방식의 기술이었기에 발경에서 이름을 따 ‘경’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이 상황이 왜 곤란한거냐고 하는거냐면, 지금의 나는 이 리미트가 풀려버린 듯한 힘을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나는 제대로 된 운전법도 모르면서 F1 차량에 몸을 실은 위험천만한 상황과도 같았다.

“이유는 알겠는데…….”

문제는, 이 일련의 상황이 어째서 발생했는지 그 이유가 너무나도 쉽게 짐작이 가서 문제였다.

외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내적인 요소이면서도, 어딘가 낯설기 그지없는 능력이 그 원인이었다.

초감각. 또 이 녀석이 문제였다.

‘그때 느꼈던 이상한 감각.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와 연결되며 영혼 자체가 승천하는 듯한 느낌. 정말… 좆같은 느낌이었지.’

초감각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는 국밥같은 능력이었지만, 내가 온전히 감당하기엔 벅찬 힘이라는 인식이 항상 들게 만드는 힘이기도 했다.

그 위력이 너무나도 강해서, 처음 빙의했을 땐 정말로 머리가 깨져버리는 줄 알았으니까.

그리고 며칠 전에 느꼈던 감각까지도.

‘뭔가,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는 느낌이었지.’

키보토스에서 등장하는 미래 예지나, 유성을 떨구는 힘 등도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이 ‘초감각’은 그것과 궤를 달리했다.

인간을 넘어선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것이 아닌’ 느낌이었으니까.

인간 너머,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역에서 사용하는 힘. 문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는 표현이었다.

점. 선. 면. 공간. 그리고 그 다음의 차원.

초감각을 단순히 발현시킨 것을 넘어, 할 수 있는 극한까지 초감각의 영역을 확장시키자 한 순간이지만 나의 의식은 현재보다 상위의 영역에 도달했다.

이는 비유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상위의 영역. 세상 모든걸 내려다보는 상위 차원의 시선이었다.

나는… 그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입에 담기가 너무나도 두려울 뿐.

‘그리고 그것과 한번 연결된 순간,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몸 속에서 어떠한 변화가 생겨났다.’

힘이 더 강해졌다, 와 같은 단순한 묘사로는 부족했다. 초감각을 통해 이상한 일을 경험한 후, 어딘가 ‘통로’라 부를만한 것이 생겨버렸고, 그곳으로 인해 힘이 주입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반적인 단련과 수행을 통해 힘을 쌓아가는 방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강제로 주입하는 방식.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능력이 상승되었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를 키워내듯이 말이다.

순간적으로 전반적인 능력이 상승했다.

전에는 몇 초동안 집중해야만 하던 ‘경’을 사용하기가 더욱 수월해졌으며,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신체능력까지 손에 넣게 되었다.

이 또한 언젠가는 적응이 되긴 하겠지만… 문제는 이 ‘성장’ 자체가 누군가의 의도처럼 느껴져서 불안하다는 생각을 미처 버릴 수가 없었다.

초월적인 누군가가 내 신체에 개입하는, 낯선 감각.

내게 얽혀있는, 어쩌면 이 세상 자체에 얽혀있을지도 모르는 비밀.

내가 본 것은 그 말초였을까?

…….

순간, 불안한 가설이 떠올랐지만 붕붕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되는 가설이었으니까.

‘……아니야. 말이 안되잖아.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들이 가능할 리가 없지.’

나는 이 세계의 흐름을 바꿔버렸다.

그렇기에 내가 게임 속 인물일지도- 하는 끔찍한 가설은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니, 성립되어선 안되는 이야기였다.

“…….”

후우.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주먹을 뻗었다.

상념을 단번에 몰아내겠다는 듯. 힘차게 말이다.

그러자 후욱! 하는 소리과 함께 약간의 풍압이 주변에 일어났다.

…‘경’을 담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치겠네.’

그렇다면.

이번엔 ‘경’을 담아서 주먹을 쥐었다.

정신을 집중하여 온 몸 구석구석에 퍼져있던 힘을 끌어모은다. 그것을 한 점으로 모으는 것을 넘어 그곳에 힘을 중첩시킨다.

한계까지 모을 필요는 없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필요한 만큼만 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쿠궁─!

쿠구구궁─!!

신체 내부에서 울려퍼지는 격한 폭발음.

마치 당장이라도 터지려는 듯한 화약을 몸에 담아놓은 것처럼, 힘의 폭류가 주먹 부근에서 휘몰아친다.

단순 무식하면서도, 나름의 기교가 필요한 힘의 압축법이었다. 아마 초감각이 없는 다른 이들이었으면 힘을 붙잡지도 못하고 몸이 터져나갔으리라.

현실 시간으로 불과 1초에서 2초 가량이 흘렀을까.

나는 힘을 중첩시킨 팔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리고.

쩌어엉─!

허공에서 무형의 힘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유리가 깨져나가는 소음이 들렸다.

이내, ‘경’에 의한 폭발에 허공의 공기가 밀려나며 거센 풍압을 발생시켰다.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손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위력은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나는 어느새 빨갛게 익은 팔을 내려다보았다.

“……미치겠네. 이거 당분간은 적응하는 데에 시간 좀 쏟아야겠는데.”

경이든, 단순 신체능력이든 육체가 감당할 수 없었다.

이것들을 어떻게든 조율해야만 한다.

‘뭐랄까, 점점 사람에서 벗어나는 느낌인데.’

경의 묘리까지 익혔으니 이제 내 신체능력은 ‘미쳤다’라는 말이 아니면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제 나는 빈말로도 ‘일반인’이라 할 수 없었다.

‘이 정도라면…….’

오로지 신체능력만 따지자면 나는 키보토스 최상위권에 위치해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물론, ‘경’을 익힌다면 더욱 높아지겠고.

츠루기나 미카 등의 힘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들보다 강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였지만… 직감적으로 내가 그들보다 아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수준에선 동격, 혹은 약간 아래 정도이려나?

그렇게 추측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나는 기술적인 부분으론 많이 미숙했기에.

전투를 처음 경험한 것이 히어로 활동 개시 직후인 것을 생각하면, 나는 전투에 있어 불과 세 달 정도밖에 되지않는 뉴비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경험적인 부분에선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장비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것들의 활용도가 그리 높은 편도 아니었고 말이다.

‘기술을 쓰든, 장비를 쓰든, 대부분 초감각에 의존하는 편이 많았지.’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이후에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갖추는게 아니라면, 현 시점에선 아직은 키보토스 최강이라 불리우는 이들에겐 무승부를 내는게 겨우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오로지 ‘초감각’에만 의존해서는 진짜 강자들과의 싸움에서 그리 좋은 승부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저번에 네루와 싸우면서 배웠으니까.

그렇기에 조금 꺼림칙하더라도 나는 최대한 빠르게 성장해야만 했다.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사건들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때문에 지금 내가 ‘경’을 숙련하는 것과 급격히 상승된 신체능력에 적응하고자 애쓰는 것이었다.

압도적인 힘을 갖춘기만 한다면.

리오가 감시를 하든, 암살 시도를 하든, 뭐든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

“다시 해보자고.”

그 날, 나는 늦은 저녁까지 단련장에서 ‘경’을 익히고 신체능력에 적응하는 것에 시간을 쏟았다.

나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만족스런 하루였다.

2.

“……뭐임?”

다음 날, 나는 오전 단련을 마치고 할 일이 없어진 탓에 게임개발부 부실을 들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았지만 부실에는 사람은 없고, 온갖 게임기와 게임 CD, 방식과 매트 등이 어지럽게 널부러진 채였다.

벽면에 있는 벽장에는 뭔지 모를 박스들과 자료들과 책으로 가득했고, 반대 벽면에는 화이트보드에 많은 글씨와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가장 인상적인건 부실의 정면과 측면, 그리고 구석에도 모두 크기가 다양한 모니터가 존재한다는 것.

옛날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 최신식으로 보이는 모니터까지. 참 기종이 다양한게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나는 중앙에만 물건이 밀집되어 어질러져있는 부실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초현상특무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거기는 워낙 바쁜데다, 중요한 자료가 많은지라 히마리가 무언가에 집중하여 일을 처리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어질러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에이미는 몸이 더워진다고 행동하길 싫어하는데다, 초현상특무부의 예산이라 할만한 금액 전부를 히마리 선배가 따오는지라 어질러진 부실을 청소하거나, 음식을 사오거나, 자료 정리를 하는 등의 잡무를 수행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불만은 딱히 없었다.

나도 여러 가지 의뢰에 참가하고 현장에서 띈 적도 많았지만, 히어로 활동을 한다고 히마리 선배와 에이미에게 배려받는 부분이 참으로 많았으니까.

고마운 일이었다. 언젠가 보답하고 싶기도 했고.

어쨌든 그것보다…….

“진짜 개판이네. 얘네는 도대체 어디간거야?”

나는 막상 찾아왔는데 맞이해줄 사람이 없어진 게임개발부를 바라보며 표정을 구겼다.

청소라도 할까, 싶었지만 귀찮기도 했고 뭣도 모르고 만졌다가 혼날 수도 있었기에 관뒀다.

“……으음.”

어쩔 수 없이 고양이 자매들이 돌아오길 기다려야겠다 싶은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며 캐비넷 근처 벽면에 몸을 기대려는 순간이었다.

‘히익……!’

발달된 감각에 잡히는 작은 소음.

순간, 누가 잠입해있나 경계심이 들었으나 이내 헛웃음을 내뱉으며 자세를 풀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얘가 있었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나는 헛웃음을 내두르며 내 옆에서 미세하게 떨려오는 캐비넷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느끼기라도 하는지 캐비넷 안에서는 ‘흐우으…….’ 하며 괴상한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으음. 얘를 어떻게 해야할까.

강제로 꺼내면 더 무서워할거 같은데.

음. 장난이라도 쳐볼까?

“흐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풀었다.

그리곤 캐비넷에 다가가 아주 천천히 노크를 했다.

“저기, 계십니까?”

“…….”

“아무도 없나요?”

“…….”

“뭐지. 분명히 소리가 들렸는데.”

“…….”

“흐음… 이거 이상하네…….”

덜덜덜덜덜덜…….

캐비넷 안에서 전해져오는 떨림이 심해졌다.

유즈는 지금 게임으로 치면 공포게임인 상황이리라.

그리 생각하니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장난을 치자고, 생각하며.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짓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듣고 있지.”

‘흐읍-?!’

덜컹덜컹─! 쾅─!!

…안에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설마, 너무 놀라서 머리라도 박았니?

크게 다친거 아니겠지? 잠시 열어봐야되나?

머쓱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내 나는 ‘실례합니다…’ 라고 중얼거리며 캐비넷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린 캐비넷 안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어. 음.”

머리에 큼지막한 혹이 난 채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있는 유즈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너무 놀라게 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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