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30



1.

게헨나는 광기와 충동의 집합이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고, 인사처럼 울려퍼지는 총성, 폭발과 불길, 그리고 온갖 범죄까지.

다른 학원에서는 짧아봐야 몇 시간, 하루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일들이 이곳에서는 단 몇분, 몇십분의 간격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교칙과 게헨나 학원의 학생들이 대체로 악마라는 점이 이러한 점을 증폭시켰을 것이고, 더 나아가 통제되지 않는 광기가 주변으로 전염되어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영역까지 향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성을, 그리고 선함을 유지하는 이는 게헨나에서 변종 취급을 받는다.

보다 정확히는 악마들의 타겟이 된다고 해야할까.

외눈박이 마을에서 양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잘못된 것처럼, 게헨나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저절로 삶이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선도부의 히나와, 급양부의 후우카가 그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우카의 삶을 고되게 하는 원인 대부분을 제공하는 사람이 바로 저 소녀─.

쿠로다테 하루나.

미식연구회의 부장인 그녀였다.

“후우카 씨, 잠시동안 저와 같이 미식의 세계를 탐구하러 가시지 않겠어요?”

후우카를 괴롭히는 악마 소녀.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것은 악마의 속삭임.

궁극적인 미식을 탐구한다는 명목으로 그 과정을 범죄로 덧칠하는 광기의 소유자.

그녀의 행동에서 광기가 묻어난다는 점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게헨나스럽다’ 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싫다고! 너한테 시달린게 얼만데 그걸 믿겠어!”

“어머나. 아쉬운 말씀이네요.”

게헨나의 광기는 구분을 하지 않는다.

하루나의 미식 또한 구분하지 않고 덮쳐온다.

이는 게헨나의 상식이었고, 하루나가 선도부의 가장 골칫거리가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도 생각했다.

하루나의 초롱초롱한 맑은 진홍빛 눈동자를 보며.

그녀의 전혀 흔들리지 않는 미식에 대한 열망을 보며.

‘……저거 무력으로 물리친다고 해결되는거냐?’

그녀의 눈동자 속에 담긴 광기를 읽었다.

도저히 꺾이지 않을 광기가 보였다.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가 무력에 굴복하던가?

광기의 집합이라 표현되는 조커는 자신을 두드리는 무력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광소를 머금는다.

하루나라고 다를까? 게임에서도 선생이 무엇을 하든 달라지지 않는 신념과 광기를 지닌 그녀다.

“…….”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하루나를 설득할 수 있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그냥 내가 할 일은─.

“후우카, 뒤로 물러나세요.”

“실크 씨?”

“어머. 예상치 못한 손님이시네요?”

내게 맛있는 밥을 해주었던 후우카를 지키는 것.

일단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2.

솔직히 말해 하루나를 이기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가볍게 거미줄만 몇 번 쏴주기만 해도 하루나는 금방 제압되고 선도부로 끌려가겠지.

허나 내가 우려하는 점은 언젠가 내가 ‘떠난 직후’의 일이다. 지금은 당장이라도 후우카를 괴롭히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이후에는?

그녀는 계속해서 후우카를 납치할 것이고, 후우카는 하루나의 광기에 휩쓸려 고생을 반복하겠지.

내가 항상 그녀의 앞에 나타나 구해줄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만 할까.

‘시발, 모르겠는데.’

호기롭게 나섰지만 게헨나의 진짜 광기를 마주하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새빨간 눈동자로 가볍게 나를 훑더니 고혹적인 미소를 머금는 하루나의 모습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흐음. 당신은 분명… 실크, 였던가요?”

“그렇게 불리곤 있습니다.”

“실크 씨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저와 후우카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답니다?”

“방해였다면 사과하죠. 하지만, 아무래도 후우카 씨가 당신과 대화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요.”

“어머, 그럴리가요. 전 그저 간단한 제안을-”

“그 제안의 결과가 후우카 씨를 납치하는 것이라면, 그만두시는게 좋을 겁니다.”

“…….”

“후우카 씨는 저에게 밥을 해주신 분이시거든요.”

후우카는 내꺼야. 안준다.

하루나의 말을 끊어내고 툭 내뱉자, 순식간에 하루나의 새빨간 눈동자가 섬뜩한 안광을 토해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팽팽해지는 공기. 우리는 서로 붉고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후우카 씨를 혼자서 독점하실 생각인가요?”

“적어도 당신보다는 후우카 씨를 행복하게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루나 씨.”

“두 사람 모두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야-?!”

중간에 후우카의 태클이 들어왔지만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 내가 누구? 의지의 한국인. 절대 안진다.

후우카야, 걱정하지마. 내가 이기고 올게.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곤, 곧바로 하루나를 향한 공격을 시작했다.

“하루나 씨. 당신의 미식은 현재 잘못되어 있어요.”

“어머. 무슨 근거로 그런 말들을 하시는지?”

“미식이라는 이유로, 당신은 다른 이들을 고통받게 하니까요. 신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이 수반될 필요가 있을까요?”

“당연하답니다. 미식의 길에서 미학에 어긋나는 존재를 마주했을 땐 당연히 처리해야 마땅하죠.”

“그게 타인의 식사마저 방해하면서까지 가치가 있는 행동인 겁니까? 저는 생각해요. 누군가를 상처입히면서 관철할 필요가 있는 신념은 버리는 것이 옳다고.”

“…….”

내 질문에 하루나는 잠시 침묵했다.

하루나의 행동에는 언제나 소란이 동반된다.

자신의 미학에 어긋나는 음식집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급식실 메뉴가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형편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는 폭발을 일으킨다.

그 행동이 과연 옳은 일인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타인을 상처입히는 것이 타당한가? 그럴 리가. 적어도 난 이해 못한다.

“후후,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궁극의 미식을 추구하기 위해선 과정에 소란이 뒤따르는 법이랍니다.”

“…….”

“저의 미식을 향한 미학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미학에 어긋나는 자들을 처분한다면 남아있는 것은 미식의 길에 부합하는 이들 뿐이지 않겠어요?”

궁극의 미식이 뭔데.

다짜고짜 궁극이니 뭐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꺼내든 하루나. 하지만 본인은 그 아득한 개념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선명한 눈빛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신념에 영혼을 빼앗긴 자가 보이는 행동.

다른 말로는 행동에 광기가 서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서의 지식이 있는 나였기에 아주 어렴풋이는 그녀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명한 시인이 남길 말도 있었지 않나.

“천국으로 향하는 길은 지옥에서 시작된다.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신건가요?”

“어머. 멋진 말이네요. 실크 씨는 교양도 출중한 분이시군요? 조금은 당신에게 관심이 생기네요.”

내 말에 감명이라도 받았는지 크게 눈동자를 키우더니 갑자기 내쪽으로 발걸음을 가까이하는 하루나.

어어. 갑자기 눈웃음 지으면서 다가오지마.

요망한 빛을 내뱉는 새빨간 안광. 그 시선을 피해가며 나는 함겹게 하루나의 주장에 반박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하루나 씨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어요.”

“어째서인가요?”

“이 세상에 오직 당신만의 미학이 유일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이 추구하는 미식과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미식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루나 씨가 추구하는 궁극의 미식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일지도 모르고요.”

“…….”

“만일 하루나 씨가 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자신의 입맛에 안 맞다고 가게를 터뜨린다면, 하루나 씨는 어떤 반응을 보이실 겁니까?”

“아마, 화를 내지 않을까요? 제가 평가하고도 맛있다는 평이 나오는 가게는 몇 없으니까요. 그런 가게를 터뜨린다면, 저는 진심으로 참을 수 없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자신과 타인은 다르다.

각자의 미학도, 신념도, 품는 감정도 다르다.

그렇기에 사람 간의 다툼이 생겨나고, 갈등이 생긴다.

이는 필연적이지만,

그럼에도 막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사람 간의 다툼은 배려와 공감으로부터 줄어들고,

더 나아가 서로를 이해함으로 지워낼 수 있다.

“……후후, 일리 있는 말이네요. 이러한 관점도 있는거군요? 신기한 대화였어요. 역시 마음에 드네요.”

“이해하셨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역시, 후우카 씨는 포기할 수 없어요.”

“……예?”

그게 무슨 소리니. 하루나하루나야.

설득, 실패했다……?

“이번에 블랙마켓에서 가져온 특 A급 골든 랍스타를 조리해주실 분이 필요하거든요. 후우카 씨에게 마침 부탁드리고 싶은데, 안될까요?”

“재료를 이곳으로 가져오면 되는거 아닙니까?”

“어머. 그러면 후우카 씨를 납치할 수 없잖아요?”

“…….”

나는 하루나를 바로 묶어서 선도부에 넘겼다.

그녀는 붙잡혀가는 과정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후후, 다음에 또 미식에 관해 토론하고 싶네요. 그러면 나중에 또 뵙도록 하죠, 실크 씨.”

“……미친 인간.”

다시는 보기 싫었다.

3.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하던가. 나는 하루나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애초에 하루나의 마음조차 읽어내지 못했다.

“그래도 하루나가 이렇게 쉽게 물러나는 모습은 처음보는거 같네요. 감사해요, 실크 씨.”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허나, 하루나의 마음을 조금 바꾸는 데엔 성공했나보다. 후우카가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입 아프게 설명한 보람이 있네요. 덕분에 후우카 씨도 지킬 수 있었고요.”

“아하하…….”

후우카는 쑥스럽게 웃더니 이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곤 내게 조심스레 물어왔다.

“흐흠. 저, 실크 씨.”

“네?”

“게헨나에는 며칠동안 있으실 예정인가요?”

“음. 아마 일주일은 있지 않을까요.”

대충 그 정도라면 게헨나의 사태는 정리되리라.

나름대로 세워놓은 계획엔 그러했다.

그렇게 전하자 후우카의 표정이 순간 밝아지더니 이내 얼굴을 조금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해왔다.

“그렇다면, 남은 일주일간 제가 매일 요리해드릴게요. 그동안 저를 지켜주신다고 하셨으니까.”

“오. 저야 좋죠.”

후우카의 요리? 이걸 어떻게 참아.

나는 바로 승낙하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아, 벌써 시간이. 후우카 씨, 잠시 나갔다 올게요. 아마 들어와도 늦은 새벽이나 아침이 될테니 기다리지 말고 주무세요.”

“아,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나는 게헨나의 도심으로 향했다. 하루나를 설득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야할 시간이었으니.

“늦은 밤인데도 환하네. 뻥뻥 터지는거 봐라.”

게헨나의 밤이 되었다.

이제, 그들의 악몽이 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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