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10



1.

키보토스의 밤은 길다.

이는 직접적인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키보토스의 이면에 자리잡은 그림자를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생텀타워가 마비된 도시는 그야말로 법의 아래에서 숨어사는 이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무대였다.

블랙마켓이라는 만남의 창구와 각 학원의 불량학생들, 각지에 분포된 군소조직, 그리고 겉으론 모른 체하지만 음지에 깊게 발을 담은 수많은 기업들까지.

평소에는 총학생회와 발키리, 그리고 SRT의 눈치를 보며 행하지 못했던 일들.

군수품 밀수, 불법 물질 거래, 무기 개조와 금지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돈이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행해졌다.

그들 또한 키보토스의 시민인 만큼 인프라의 마비는 뼈 아픈 일이었으나, 그 불편을 감수할 만큼 감시가 닿지 않는 곳에서 벌이는 거래들은 그들에게 적지 않은 이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키보토스가 무정부 사태에 다다른 결정적 원인.

그것은 바로 이와 같은 심리를 지닌 이들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실크’라는 존재의 등장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키보토스의 어둠, 음지에서 서식하던 이들 모두는 양지에서 새로이 태어난 감시자를 반기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새로 나타난 감시자는 늦은 밤이 되었을 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던 발키리나 총학생회와는 달리, 직접 나타나 자신들을 벌하는 철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영웅이라는 위명을 등에 업은 채,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 악을 비추고 잡아끌어내 처벌한다.

더 나아가, 그 영역은 단순히 외적으로 드러난 범죄 뿐만이 아닌 철저히 감췄다고 생각한 범죄에도 해당되었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실크’는 엄청난 정보력을 손에 넣고 그것을 무기로 삼아 뒷세계를 뒤흔들었다. 그 과정에서 정말 수많은 조직이 파괴되고, 기업이 도산하며, 범죄자들이 잡혀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발키리는 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낮에는 실크의 사적제재나 활동을 까기 바빴으면서 늦은 저녁이 되니 마치 언제 싸웠냐는 듯이 실크가 차려놓은 밥상에 손을 얹는 모습.

아예 손을 얹는 것을 넘어서 함께 협력해 뒷세계를 때려잡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하여, 뒷세계의 사람들은 실크를 이렇게 불렀다.

하얀 사신(White Reaper).

키보토스의 그림자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목을 베어넘기는 잔혹무도한 죽음의 여신이라고.

2.

최근 밀레니엄에는 아침마다 볼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이 있다.

대략적으로 아침 6시에서 6시 반.매일 밀레니엄 캠퍼스 운동장을 살피게 되면 그곳에서 온 힘을 다해 트랙을 달리는 소녀를 발견할 수 있다.

새하얀 백발에, 보석을 담은 듯한 푸른 눈.

트레이닝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듬직한 마음까지.

외견으로만 보면 평범하디 평범한- 아니, 은근히수려한 외모를 지닌 학생으로만 보이나 그녀는 그런 자신의 외모따윈 일절 신경쓰지 않고 전력으로 트랙을 수십바퀴를 달리는 것으로 아침을 알린다.

이 장면이 왜 진귀한 것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아마 한번쯤이라도 아침마다 벌어지는 소녀의 행동을 살피면 왜 진귀하다 표현되는지를 이해하리라.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무려 1시간이나 멈추지않고 달린 끝에서야 땀을 한가득 흘린 소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소녀를 따라 아침마다 트랙을 달리던 트레이닝부 학생들은 소녀를 따라 대략 10바퀴를 달릴 때쯤에는 지쳐서 떨어져나갔다.

“미, 미친…. 허억. 몇, 바퀴를, 허억. 뛴거야…….”

“후우, 대략 서른바퀴는 뛴 거 같은데요.”

“허억, 이 미친, 체력 괴물…….”

바닥에 드러누운 트레이닝부 학생의 물음에도 소녀는 덤덤하게 답하곤 상의를 들어올려 얼굴에 젖은 땀을 닦아냈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튼튼한 복근과 상쾌한 숨을 토해내는 수려한 외형의 얼굴은 그 자리에 있는 여성들의 목울대가 넘어가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럼 전 바로 다음 운동하러 가겠습니다.”

“으, 으응.”

“내일 봐…….”

“네.”

하지만 소녀는 그런 학생들의 시선따윈 신경쓰지 않고, 지치지도 않았는지 곧바로 다음 운동을 위해 밀레니엄 피트니스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어진 또 다른 운동.

등과 허리, 팔 다리, 배 등의 근육을 기르기 위한 고강도의 운동과 함께 이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기행.

총이 아닌, 몽둥이나 막대기 같은 무기로 샌드백을 후려치며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휘두르는 무기의 무게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전신 근육에 마비가 갈 정도로 몸을 사용한다.

“끄으읍……!”

그 과정에서 소녀의 입가에선 곡소리가 새어나왔으나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소녀를 말리지 않았다.

그저, 신기하다는 듯 먼 곳에서 그녀를 지켜볼 뿐.

처음에는 소녀의 건강을 걱정하고 말리려고 했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안다. 저 소녀의 몸뚱이가 얼마나 말이 안되고, 괴물과도 같은지를 말이다.

당연하게도 소녀의 기행이 시작된 초기에는 정말로 많이 다쳤었다. 근육이 찢어지고, 인대가 늘어나고, 살점이 찢겨나가는 등의 상처가 생겼었다.

그 광경에 학생들은 병원에 가자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되려 소녀는 괜찮다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리고 다음 날.

소녀는 벌써 다 나은 몸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 공포에 가까운 광경에 다른 학생들이 달라붙어서 질문을 했지만 소녀는 그저 자신이 건강한 편이라며 질문을 일축했다.

그리고 그 뒤로 저런 기행은 끊임없이 이이졌다.

이제는 지나가며 구경을 하게 될 정도로.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는 안다.

더 무서운건 저렇게 자신을 향해 고통을 주면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소녀의 정신력이라는 걸.

괴상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광경.

그렇기에 사람들은 소녀의 행동을 보고 ‘진귀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전신의 근육이 마비될 정도로 단련을 마친 소녀가 자리에 주저앉아 열띤 숨을 내뱉었다.

전신에 흘러내린 땀이 옷에 달라붙어 소녀의 몸매를 여과없이 비췄다. 그 적나라한 광경에 가볍게 운동을 하던 학생들의 얼굴이 절로 새빨게졌지만 역시나 소녀는 같은 여자니 상관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고 지나갔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소녀가 향한 곳은 샤워실.

그곳에서 빠르게 몸을 씻고 빠져나온 소녀는 조금 있으면 시작될 수업을 대비해 책들을 챙기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바로, 자신의 부실로.

“선배, 에이미. 저 왔어요.”

“…….”

“어서 와.”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도착한 초현상특무부 부실.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네자 돌아오는 대답이 하나 뿐이었다.

나는 쓰게 웃으며 휠체어에 앉아 안대까지 쓴 채로 숙면을 취하고 계신 선배님을 바라보았다.

부실이 쌀쌀하긴 했는지 아예 이불을 두겹이나 덮고 주무시는 히마리 선배. 그냥 깨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깨웠다가 화를 낼 수도 있었기에 가만히 내버려두곤 가지고 왔던 짐을 풀었다.

“자, 에이미. 이거 받아요.”

“이게 뭐야?”

“먹을거에요. 어제 알바하면서 받은거.”

나는 어제 저녁알바를 하면서 받은 폐기음식들을 에이미에게 건네주었다. 아마 상황을 보아하니 아침은커녕 제대로 된 음식도 안먹었겠지.

“선배랑 같이 나눠먹어요.”

“응, 고마워.”

“별 말씀을요. 맛있게 드세요.”

내가 밥을 건네주자 그제서야 지금까지 식사를 안했음을 눈치챘는지 배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

에이미는 내가 건네준 음식들을 보며 고민하다가 끝내 유부초밥을 집고 포장을 뜯었다. 같이 마시라며 음료도 챙겨주니 에이미는 환하게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마음만으론 껴안고 싶지만 더워질테니까 사양할게.”

“아, 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내가 사양한다고 말해야하는거 아닌가?

괴짜답게 요상한 말을 건네곤 곧바로 식사를 시작하는 에이미를 바라보며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아침 루틴이 끝났으니,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잠깐만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삐익-!

초현상특무부의 부실 전면에 붙어있는 패널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알람이 떠올랐다.

“아니, 아침이잖아…….”

보통 아침에는 발생하지 않던 사건이 왜.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갔다 와.”

“……쿨.”

배웅해주는 에이미와 태평하게 잠들어있는 히마리.

뭔가 나만 고생하는거 같다는 생각에 히마리의 귀에 바람을 훅- 하고 불고는 부실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히마리의 비명 소리가 들린건 착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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